[리뷰] 베카신!

하얀 두건을 쓰고 초록 원피스를 입은 베카신(왼쪽)의 삶의 기쁨은 롤로트를 돌보는 일이다. ⓒ마노엔터테인먼트
하얀 두건을 쓰고 초록 원피스를 입은 베카신(왼쪽)의 삶의 기쁨은 롤로트를 돌보는 일이다. ⓒ마노엔터테인먼트

작은 웃음과 엉뚱함 앞에서 상대방에 대한 경계는 자연스럽게 허물어진다. 25일 개봉한 프랑스 영화 ‘베카신!’(감독 브뤼노 포달리데)을 볼 때 느껴지는 기분도 이와 같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계획하는 삶은 잠시 접어두자. 때로는 생각지도 못했던 재치 있는 장면들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아리송한 영화 제목을 보고 이 작품을 찾았다면 절묘하게 맞아 떨어진 것이다. 영화는 베카신이라는 인물을 통해 우리가 단순하게 넘겼던 삶의 묘미를 포착해낸다.

베카신(에밀린 바아르트)은 똑 부러지게 잘하는 건 하나 없지만 호기심이 많은 프랑스 시골 여성이다. 파리의 멋진 모습에 동경을 가지고 그곳으로 떠난다. 파리로 가던 베카신은 후작 부인의 집에 입양된 아기 룰로트를 만난다. 룰로트의 울음을 뚝 그치게 한 그는 보모로 후작 부인에게 채용된다. 베카신은 대저택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발명에 관심을 보인다.

세상에 물들지 않은 마음을 동심이라고 부른다. 아무렇지 않게 대단한 꿈을 꾸고 우리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대로 했던 시절이기도 하다. 세상의 때가 묻었다는 건 그만큼 스스로의 가능성을 제한하는 것이기도 하다. 고통과 행복의 반복 속에서도 한결같은 베카신의 모습은 비현실적이기도 하지만 누구보다 심리적으로 자유로운 그의 모습은 시원한 해방감을 선사하기도 한다. 점점 더 동심을 보기 어려운 시대, 베카신의 행동 하나하나가 새롭다.

ⓒ마노엔터테인먼트
ⓒ마노엔터테인먼트

베카신은 프랑스 만화 최초의 여성 주인공 캐릭터다. 1905년 화가 조셉 팽숑에 의해서 탄생했다. 30여 년간 연재되면서 프랑스 국민 캐릭터로 자리 잡았다. 20세기 초를 배경으로 보모라는 전통적 여성상을 나타내면서 기발한 아이디어로 발명품을 만들어내는 진취적인 여성을 그려내고 있다. 원작에서 베카신은 전기와 전화, 영화 등을 경험하고 비행기를 조종해서 미국 뉴욕에서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까지 여행을 떠난다.

이 영화에서 느껴지는 말랑말랑함은 에밀린 바아르트의 연기 덕택이다. 큰 눈동자와 셀 수 없을 만큼의 풍부한 표정을 가진 그녀의 작은 행동에도 절로 미소가 펴진다. 처음 본 수도꼭지에서 물이 나오는 것조차도 신기하게 바라보는 그녀의 천진난만함과 순수함은 작품의 배경인 프랑스 시골 마을로 관객을 이끄는 것만 같다. 전체 관람가. 9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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