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잔’과 소통부재의 교육현장
‘차 한잔’과 소통부재의 교육현장
  • 여성신문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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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명신/ 서초강남교육시민모임공동회장

우리교육 현장의 허약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번 사건을 두고 많은 이들이 당혹감을 금치 못하고 있다. 사건의 객관적 진실과 본질은 앞으로 관련기관의 조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고 그에 따라 해당 교사단체가 견해를 밝히고, 사회 여론의 적절한 판단을 구할 기회가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 대한 언론과 해당단체, 그리고 학부모들의 해석과 입장표명은 분분하다. 일부에서는 전교조에 탓을 돌리고 일부에서는 학교 사회에 만연한 성차별 문화와 기간제 교사의 교권문제로 접근한다.

‘차 한잔’으로 시작된 이번 사건의 핵심은 단위학교에서 생긴 문제가 단위학교의 활발한 의사소통을 통해 해소되지 못하고 외부의 힘에 기대어 해결하려고 한 것이며, 그 외부(도교육청, 초등 교장단 회의, 전교조 등) 역시 올바른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데에 있다. 그만큼 교육현장의 문제 해결력과 소통이 허약한 것이다. 현재로서는 진실이 밝혀지더라도 단위학교 소통부재와 빈약한 문제해결능력이라는 문제의 핵심을 제쳐두고 뜻하지 않은 방향으로 일파만파 번져나갈 형국이다.

교육현장의 소통부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일부 학부모는 인성교육을 중시하고 일부 학부모는 입시교육을 중시한다. 평교사는 수평적 의사수렴을 요구하고 관리자는 수직적 명령체계를 선호한다.

교육현장은 각기 이해와 가치관이 다른 사람들이 한 곳에 모여 있고 단위학교는 갈등의 최전선을 형성하고있다. 교사들의 많은 어려움이 여기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교육개혁의 꽃이라는 학교운영위원회는 김영삼 정부때 도입되었고, 노무현정부 인수위에서 학생회, 학부모회, 교사회 법제화를 도입하려던 이유는 민주적이고 투명한 학사운영을 위한 것이다. 그러나 지금 학내 구성원들의 이해부족으로 학교운영위원회는 도입 기대에 못 미치고 교사회, 학생회, 학부모회 법제화는 도입에 난항을 겪고 있다.

학교장은 시대의 변화에 따라 과거처럼 군림하는 위치에서 벗어나 민주적 의사소통을 통해 문제해결력을 키워야 하는데 아직 그렇지 못하다. 소통의 부재속에 표면적으로 유지되던 ‘평화’는 외부의 충격에 매우 약하며 수직적 의사결정 구조속의 단위학교는 문제해결 능력도 부족하다. 이렇듯 산적한 교육 내외적 문제가 많은 곳에서 크고 작은 문제로 소란한 것은 당연하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학교장이 그 사안에 대해 과거의 관행에서 벗어나 구성원들의 의사를 모으고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처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교장은 교육의 경험과 철학을 바탕으로 구성원의 의견차이를 지혜롭게 조율하며 새로운 원칙과 관행을 만들어가야 한다. 사회의 변화에 따라 역할도 변화하는 것이다. 이는 제도의 민주화에 이은 내용의 민주화 시기를 맞아 꼭 필요한 덕목이다.

한 사회의 성숙도는 위기를 극복하고 위기를 통해 사회구성원들이 어떤 깨달음을 얻으며 성숙해지는가로 평가된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번 사건의 추이는 보는 이들을 안타깝고 불안하게 한다. 왜냐하면 사건이 일어난 후 그 대응은 각자 입장에 따라 옹색하기 짝이 없기 때문이다. 해당학교 교육주체들과 교육단체들은 위기를 슬기롭게 대처한다기보다 즉흥적인 ‘반응’에 머무르고 있다. 해당 학교 학부모와 일부 학부모단체는 한 교사단체에 대해 즉각적인 비난을 퍼붓고 등교거부를 선언했다.

교사단체 역시 직급에 따라 견해차를 보이며 그동안 숨죽여왔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모두들 아이들을 볼모로 자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렇듯 일부에서는 교육현장을 둘러싼 반목과 불신은 이미 도를 넘었고 닥친 문제를 해결한다기보다 상대방 탓에 돌림으로써 서로 기선을 제압하려는 행동들을 보이고 있다. 고인의 죽음은 우리 교육현장에 만연된 잘못된 관행과 그로 인한 불행한 대립의 결과이다. 언제라도 같은 일이 재연될 수 있다.

이는 이 땅의 교육주체들이 풀어가야 할 난제이다. 그 과정에서 잘못된 관행에 젖어있는 상대방에 대해 서로 기다려줄 줄 아는 여유가 있어야 서로 win-win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모두 학교-공교육이라는 같은 배를 탔고 원하든 원하지 않든 입시교육과 학벌문화의 폐해 속에서 ‘인간교육’이라는 고지를 향해 힘겹게 이인삼각 경기를 하는 동반자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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