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소비자의 마음 읽기]

앱택트, 사람보다 더 낫네

하나 건너 하나씩 있던 은행 지점들이 어느새 하나 둘 사라졌다. 은행이 있던 자리에는 ATM 기계만 남았다. 실제로 은행지점에 직접 방문하는 소비자보다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서 금융상품을 관리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는 비단 은행뿐만 아니라 증권, 보험 등 다른 금융권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은행이나, 증권, 보험사 등에서 판매하는 금융상품은 나의 소중한 자산과 관련되어 있다. 그래서 자산 관리나 투자를 잘 하기 위해서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 또 어디에 어떻게 관리를 할 것인지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예전에는 이러한 역할을 지점의 직원들이 담당해주었다. 워낙 어려운 용어가 많은 금융상품에 대해 내가 혼자서 충분히 이해하고 결정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지점의 직원들은 특판상품을 많이 권해야 하는 입장에 놓인 것 같다. 충분히 상담을 하고 추천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영업점 실적을 위해 상품을 소개하고 가입하도록 하는 것에 더 치중하는 모양새다. 그리고 소비자들은 이러한 변화에 민감하다. 왜냐하면 내 소중한 돈과 관련된 것이니까 말이다.

이렇게 사라지는 은행지점과 함께 스마트폰 뱅킹이 더욱 일상이 되었다. 사람의 서비스가 없어진것도 있지만 더 나아가 금융사 앱을 통한 금융상품의 가입, 해지 등이 오히려 사람의 서비스보다 더 편한 상황이 되었다. 무엇보다 대면 상황을 통한 스트레스가 없고, 스마트폰을 이용하는 경우 우대이율이 있거나, 수수료 절감 효과까지 있다. 다만, ‘내가 혼자서 좋은 상품을 잘 선택할 수 있을까?’에 대한 부담은 여전히 남아 있다.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이와 비슷한 상황이다 보니 앱을 사용하되 전문가들이 관리해주고 대안을 추천해주는 상품들이 생겨난다. 이를 최근에는 앱택트(Apptact) 서비스라고 부른다. (application)과 접촉(contact)을 합성한 신조어이다.

금융권에서는 대표적으로 뱅크샐러드라는 앱이 있다. 이는 개인자산관리 서비스 앱으로 출시 1년 만에 200만 다운로드를 돌파했다. 모든 계좌 및 금융 관련 정보가 연동되어 있어 어느 부분에 돈을 많이 썼는지를 알려주거나, 여유자금 맞춤형 투자 상품을 제안해주고, 소비패턴 분석을 통해서 혜택을 많이 받을 수 있는 신용카드를 추천해주기도 한다. 심지어 여러 대출 조건을 비교해서 적합한 상품을 제안해주기도 한다. 금융사 지점에 방문해도 이렇게 체계적으로 제안해주는 직원은 없었는데 말이다.

내 소중한 돈을 이렇듯 피로감 없이!’, ‘전문가의 가이드’를 받으면서 관리할 수 있다. 그 동안에 불편했던 점이 한 번에 해결된 것 아닌가? 이 외에 펀드 슈퍼마켓이나 보험 길잡이 보맵등 다양한 앱 상품이 출시되었고, 소비자들의 활용도가 증가하고 있다.

뱅크샐러드 앱에 대한 사용자 반응
뱅크샐러드 앱에 대한 사용자 반응

 

앱택트 서비스의 장점은 첫째, 전문적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데 둘째, 대면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거나, 아예 접촉이 불필요하다는 점이다.

전문적 서비스란 일반 소비자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영역이다. 예를 들면, 금융, 의료, 법률, 심리 등이다. 관심은 많지만 공부가 많이 필요한 영역이기 때문에 올바르게 결정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지식과 정보, 분석 등이 필요하다. 그렇다 보니 전문가에 의존하게 되고 관련 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용이 상당히 비싼 편이다.

그럼에도 확실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면 시간과 비용 모두 투자할 수 있지만, 어느 순간 내가 호갱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면 그 좌절감과 불쾌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전문가가 나를 위해 추천해주는 것이라고 믿었는데, 그보다는 나에게 판매하려는 것이 우선이라는 것을 알았을 때의 실망감, 빨리 자리를 털고 일어나고 싶은데 무언가 열심히 설명하는 상대방의 성의 때문에 원치 않은데 시간을 보내는 상황, 나의 상황을 정확히 모르면서 마치 다 아는 것처럼 결정을 강요하는 상황... 정말 피하고 싶은 대면 접촉 상황이다. 그래서 요즘 소비자들은 대면 접촉을 원하지 않는 경향이 크다고 한다. 젊은이들일수록 그리고 바쁜 사람들일수록 이런 성향을 더욱 강하게 나타난다.

이러한 심리들이 반영되어 앱택트 서비스는 금융을 넘어 나만의 헬스 트레이너와 같은 운동 관리, 심리 상담, 수의사들의 조언이 가능한 반려동물 케어 앱으로 확대되더니 최근에는 취미나 인테리어 등의 영역으로도 다양화되고 있다. 나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해주고, 나에게 맞는 조언이나 처방을 해줄 수 있는 전문가인데, 불필요한 대면스트레스도 없다니 어찌 보면 대단하고 새로운 것이 아닌, 당연한 시장의 논리가 아닌가.

  • 소비자라면? 비교적 저렴하고, 효율성이 높은 앱택트 서비스가 성행하고 있다. 관심 분야에 있는 앱택트 서비스를 이용해보는 것이 생활에 도움이 된다면 도전해 볼만한 일이다. 그러나 맞춤형 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는 광고를 수신하거나 상당히 많은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부담도 있다. 전문가 서비스라고 해서 무조건 받아보겠다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취사선택할 수 있는 안목도 필요하다.
  • 기업이라면? 앱택트 서비스 역시 새로운 정보기술, 빅데이터 분석에 근거한 사업이다. 앱을 이용하는 과정에서 소비자가 불쾌함이나 좌절감을 느낀다면, 소비자는 외면할 것이다. 상생할 수 있는 서비스의 방향과 수준을 고민해야 한다. 또한 앱택트 서비스로만 모든 것을 완료할 수는 없을 터이니 대면 서비스에서만 제공할 수 있는 특별한 서비스를 기획하여, 앱과 대면 서비스의 역할 재정립이 필요하다.

구혜경. 여성신문 전문리포터로 재능기부
충남대학교 소비자학과교수. 국내 대기업에서 화장품마케팅업무를 10여 년간 수행한 후, 현재는 소비자정보, 유통, 소비트렌드 등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하며 충남대학교 소비자학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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