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
여성 지도자 첫 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통합 우승
"여성이라고 꼭 부드러운 것만은 아니예요"

박미희 감독.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 ⓒ흥국생명

 

흥국생명이 여자프로배구 챔피언 결정전에서 12년 만에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시즌 꼴찌였기에 더욱 돋보이는 우승이다. 우승을 이끈 박미희(55) 감독 앞에는 빼놓을 수 없는 수식어가 있다.

‘유리천장을 깨뜨린 지도자.’

프로배구 역사상 두 번째 여성 사령탑에 오른 박 감독이 2016-17시즌 팀을 정규리그 정상에 올려놓으며 얻은 수식어다. 여성 감독으로 첫 우승하며 여성 지도자에 대한 주변의 우려를 완벽하게 씻어냈다.

“꼭 엄마 리더십이어야 필요는 없죠. 한 명의 지도자일 뿐이고 각자 스타일대로 하는 것뿐입니다.”

박 감독은 통합우승의 기쁨을 드러내면서도 겸손해했다. 그는 “통합우승 하니까 많은 분들이 좋아하고 어려운 일을 해냈다고 말씀을 해주셨다”며 “어느 해나 우승팀은 나오고 우승 감독이 나오게 돼 있다. 첫 여성 감독이라서 이슈가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언론에서는 박 감독에게 ‘엄마 리더십’이라는 수식어를 붙였다. 박 감독은 ‘엄마 리더십’을 “단순한 엄마가 아닌 강인한 엄마”라고 정의했다. 그는 “여성이라는 부드러움과 따뜻함도 있겠지만 사실은 냉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로에서의 경쟁을 뚫기 위해서는 그만큼 강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 감독은 “여성도 터프할 수 있다. 여성이라고 해서 꼭 ‘엄마 리더십’이라고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여성 감독으로서의 장점 중 확실한 건 선수들과의 스킨십이다. 그는 "선수들과 어깨동무를 해도 자유롭다. 같은 여성으로 선수들의 심리를 잘 꿰뚫어볼 수 있는 장점도 있다"고 했다. 한때 여성 감독이 오면 사사건건 신경 쓸 것이라고 생각했던 선수들의 모습도 바뀌었다. 단점이 없는 건 아니다. 훈련 때 선수들에게 세게 공을 쳐줘야 할 때는 남성 코치들이 나선다. 박 감독은 “아무래도 힘이 다르다. 여성이 노력해도 넘을 수 없는 것”이라며 “대신 나는 훈련 과정을 잘 짜는 걸로 커버를 한다”고 말했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박 감독은 사령탑에 오른 후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선수들의 건강을 기도한다. “제가 현장을 떠나기 전까지 변함없이 1번이죠.”

박 감독은 올 시즌 우승했기 때문에 앞으로 2배 이상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예전보다는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조금 덜었다고 한다. 그는 “만약 내가 죽을힘을 다했는데 안됐다고 하더라도 후회 없이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며 “기록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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