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명옥/ 포천중문의과 대학 산부인과 예방의학 교실 교수

영화나 텔레비전의 드라마를 보면 여성들이 입덧을 하는 것으로 ‘아, 임신을 했구나’ 하는 은연중의 암시가 나온다. 대부분의 임신부는 약간의 입덧이 있다. 물론 아주 운 좋게도 아무 입덧도 못 느끼고 임신을 지내는 행운의 임신부도 있다. 여기서는 경미한 입덧부터 병원에 입원까지 해야 하는 심한 정도의 입덧까지 알아보기로 한다.

임신이 되면 임신 4∼8주 경부터 소위 입덧이라 말하는 임신오조, 구토가 나타나고 임신 16주 경까지 지속되는 경우가 많다. 위가 비어 있는 이른 아침에 심하지만 온종일 계속되는 때도 종종 있다. 원인은 아직까지 분명히 규명된 바가 없으나 임신으로 인해 호르몬의 변화가 일어나기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 특히 첫 번째 아기를 가졌을 때 심하다는 역학적 조사연구도 있다. 적나라하게 말하자면, 아기는 엄마의 몸에는 이물인 셈이며 완벽한 기생충(?)으로 엄마에게 일종의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킨다. 실상 엄마는 어찌되건 아기는 모든 영양분을 최대한 엄마로부터 흡수한다. 엄마가 너무 심한 결핍증이 있으면 엄마, 아기 모두에게 문제되지만 그 외에 임신과 더불어 생기는 임신부의 정서변화도 임신오조의 중요한 요인으로 여겨지고 있다.

입덧 때 식사는 소량씩 자주

드물기는 하지만 구토증세가 심해 탈수현상까지 생기고 전해질 및 산·염기의 장애가 동반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이 때는 입원해 수액 및 정맥주사를 통한 영양공급이 시행돼야 한다. 수분, 전해질 불균형을 즉시 교정하면 대개 증세가 치유된다. 치료는 약을 이용하는 것보다 대증요법(직접 병의 원인을 제거하지 않고 간접적으로 투여하는 약) 혹은 정서적 안정을 위한 노력을 우선 한다. 그러나 오심, 구토 증상을 완전히 제거하기는 힘든 반면 불쾌감과 불안증세는 감소한다. 또한 식사는 소량씩 자주 섭취하는 것이 좋다. 평소에 외출할 때에도 가방 속에 과자나 바나나, 사과, 음료수 등을 넣고 다니면서 생각날 때마다 먹는 것이 좋은 방법이다. 임신부 스스로가 여러 가지 새로운 창조적 방법을 개발할 수도 있다.

간혹은 음식 냄새 때문에 증세가 유발되는 경우도 있으므로 되도록 그런 음식은 피하고, 자꾸 토한다고 음식을 멀리만 하지 말고 먹어 보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 결과적으로는 토하더라도 음식이 당기면 먹는 습관도 중요하다.

구토를 없애기 위해 먹는 약은 기형을 유발시킬 수도 있기 때문에 되도록 삼가야 한다. 때로는 비타민을 첨가한 주사제가 임신오조를 없애는 치료제로도 쓰이고 있다.

임신오조는 대부분이 임신 16∼20주가 되면 없어지므로 희망을 갖고, 또 마음을 안정시키는 것이 좋다. 집안에 고부 갈등이나 다른 감정적 문제가 있는 경우에 더욱 심해지는 경향이 있으므로 임신부 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끊임없는 배려와 사랑이 매우 중요하다.

동시에 임신부 자신도 사랑하는 아기를 위한 생각, 행복한 생각 등 낙천적인 생각을 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오조에도, 인생을 사는 데에도 기본적인 삶의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