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국회 ‘첫 인사’를 가기 위해 분주한 지은희 여성부 장관을 만났다. 새로 장만한 아이보리 정장 차림의 지 장관은 부드러운 미소와 말투가 더해져 유난히 화사해 보였다. 하지만 답변을 미리 공부(?)하지 않고 거침없이 평소 생각을 말하고 손가락으로 내용을 하나 하나 꼽는 것은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가까이 둘러앉을 수 있는 동그란 탁자와, 각 부서로 취임 축하 화분을 여러 차례 분양해 소박한 장관실이 주인의 심성을 느끼게 했다. 인터뷰 전날 국무회의에서 결정된 보육 업무 여성부 이관이 주된 관심사여서 그 질문부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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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민원기 기자>

- 김화중 보건복지부 장관이 보육 업무 이관을 제안했습니다. 강금실 법무부 장관도 호주제 폐지를 언급했죠. 여성 장관들이 여성부에 많은 힘이 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복지부 장관이 보육 업무 이관을 제안했다는 점에서 새로운 문화를 만든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부처 이기주의가 강해 부처 업무를 다른 쪽으로 이관하는 일이 없었잖아요. 전체를 보는 전환적인 시각으로 어느 부처에서 맡는 게 효율적인지 고민한 결과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성장관이 4명이라는 게 수적으로도 힘이 되고 이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라서 공감하는 문제들이 많습니다.”

- 여성부가 과연 보육에 대한 전문성을 갖고 있는지, 또 보건복지부에서 해 온 업무가 여성부에서도 연속적으로 수행될 수 있을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보육은 여성부 출범 후 2년 동안 지속적으로 논의해 온 분야예요. 복지부에도 작년에야 보육과가 만들어졌고 여성부가 복지부와 보육의 공공성 확대 계획을 같이 짰습니다. 전문성이 없지 않아요. 그리고 업무만 옮겨지는 게 아니라 복지부의 전문가들도 여성부로 함께 이동하기 때문에 (업무의 연속성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 보육 업무를 여성부로 이관해야 하는 이유와 여성부가 가진 보육 청사진을 말씀해 주신다면.

“보육은 더 이상 복지적 문제로만 접근할 수 없어요. 출산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게 떨어졌어요. 여성의 사회 참여를 국가가 대비하지 못 했다는 거예요. 시각의 변경이 필요합니다. 여성의 사회 참여와 보육을 통합적으로 봐야 합니다. 매킨지 보고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여성의 사회 참여가 높아져야 경제가 운영돼요. (다국적 컨설팅사인 매킨지는 우리나라가 2010년까지 세계 10위권에 들기 위해 고학력 여성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보육은 이제 국가의 가장 핵심적 전략과제가 됐어요. 관점도 바뀌었고 다양한 과제가 많은 다른 부처에 비해 집중적으로, 부처의 최우선 과제로 보육을 볼 수 있는 여성부가 적합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대통령 공약 가운데 보육 예산이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현실로 만들어야 해요. 현실화되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입니다. 출산율이 이대로 가면 인구가 절반으로 줄어요. 외국은 출산율이 감소하기 시작할 때, 우리처럼 떨어지기도 전에, 많은 모성보호 정책들을 만들었어요. 10년 전 사회복지 강의에서 이미 모성보호, 보육정책을 강조했는데 여전히 심각해진 사태를 인식하지 못해요.”

- 대통령께서 보육 업무를 여성부로 이관하도록 지시했지만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언제쯤 이관될 것으로 보시는지.

“영유아보육법을 개정해야 하고 정부조직법을 바꿔야 할지도 모릅니다. 이미 예산도 복지부 계획으로 짜여져 있고 여성부가 계획하는 보육 업무는 내년부터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정부조직법은 내년 개정으로 알고 있는데 그럼 이관 업무가 내년까지 미뤄지나요.

“이 사안은 올해 안에 빨리 할 수도 있을 거예요.”

- 얼마 전 국무회의에서 성인지적 예산이란 말로 충격(?)을 줬다고 하셨는데 어떤 의미였는지요.

“처음 들으면 국무위원들이 착잡해 하시죠. 성인지적 예산을 당장 내년에 집행하라는 것이 아니라 각 부처에서 예산을 짤 때 이러한 관점을 갖기 시작하자는 거였어요. 정책이나 예산이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하고 짜자는 말입니다. 이미 지난해 국회에서 성인지적 예산 법안을 통과시켰는데 (정책에서도) 법 내용을 받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실업자가 대다수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공공근로는 남성 위주 프로그램이 많았어요. 여성을 위한 공공근로 개발을 요구해 바꿨습니다. ‘양성평등’ 요구와 차별 개선은 여성부 몫이에요.”

- 호주제 폐지를 과연 올해 안에 할 수 있을까요.

“호주제 연내 폐지는 여성부 희망사항이기도 해요. 국회 통과가 관건입니다. 인권위가 호주제가 위헌이라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고 법무부 장관도 호주제 폐지 추진을 밝혀 어렵지 않다고 봅니다.”

출산율 세계 최하위 보육문제 잘못 푼 탓

업무이관 올해 안에 가능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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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에 법안도 나오지 않은 상황입니다.

“문제는 호주제 폐지 후 호적을 바꿀 대안인데 아직 여성계에서도 1인1적제와 가족부 중 합의가 나오지 않았어요. 경비 등 대안의 효율성에 대한 연구를 빨리 해야 합니다. 우리 부에서는 ‘호주제 폐지 기획단’을 만들어 관련 부처와 민간의 의견을 적극 수렴할 계획입니다.”

- 성매매 근절을 표방하셨는데 일부에선 성매매를 필요악이라고 보고 성매매 집촌 같은 현실론을 이야기합니다.

“성매매를 필요악으로 접근한 결과가 지금이잖아요? 세계에서 인신매매, 성매매가 가장 많은 나라라는 지적을 받고 창피해서 고개를 들고 다닐 수가 없어요. 국무총리 산하에 성매매방지 대책기구를 만들어 범정부 차원의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성매매는 남녀 모두의 인권에 반한다는 합의 속에 법률안을 제정하고 구체적인 플랜을 만들어야 해요.”

- 과거 국가가 성매매 산업을 양성했다는 지적도 있는데 어떻게 보세요.

“국가도 책임이 있어요. 윤락행위방지법을 만들어 놓고도 지키지 않았습니다. 이제 포주와 중간자에 대한 철저한 처벌, 탈매춘 여성의 자활지원이나 쉼터 확대 등 정부가 책임지고 성매매를 없애는 데 매진해야 합니다.”

- 여성부가 여성특위 시절과 달리 다른 부처 업무에 대한 조정 역할을 하기 힘들다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총괄조정 기능은 강화돼야 해요. 그래서 국무총리 산하 여성정책조정회의와 모든 중앙부처 여성정책책임관이 신설됐어요. 여성정책담당관도 늘려야 합니다. 조정기능이 확실히 강화될 거예요.”

- 여성부의 현장성을 강조하셨는데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합니다.

“정책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현장과 밀접한 여성단체나 시민단체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얼마 전 성매매 여성들의 쉼터인 막달레나의 집과 성매매 지역을 방문하기도 했어요. 앞으로도 인력개발센터, 성폭력상담소, 보호시설 등 현장을 자주 찾아갈 생각입니다.”

- 취임 기자회견에서 여성부 직원들과 워크숍을 갖고 필요하면 직접 강의도 하겠다고 밝히셨는데 계획이 있습니까.

“직원들과 4월초에 워크숍을 할 생각입니다. 이번에는 저는 물론 바깥에서도 강사를 초빙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직원들이 여성업무에 필요한 마인드를 갖도록 더 많은 대화를 나누려고 합니다.”

- 내년 총선을 앞두고 여성의 정치참여가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여성부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까.

“여성부는 법·제도 개선, 여성정치인력 교육, 유권자 의식 변화 등 여성들이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민간단체와 공동협력사업 기획과제의 하나로 ‘여성의 정치참여 확대사업’을 추진하고 있어요.”

- 구체적으로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요.

“총선을 앞둔 만큼 여성 정치참여를 위한 법과 제도 개선 노력이 활발히 이뤄져야 해요. ‘정치자금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정당보조금 일부를 여성후보 발굴과 지원에 사용토록 하는 규정을 마련해야 된다는 생각을 합니다.”

취임 후 일반인을 만날 시간이 없었다는 지 장관은 전용차가 10부제에 걸리는 날 대중교통을 이용해 볼 생각이라고 했다. 현장성을 강조해 온 지 장관인 만큼 특히 기억에 남는 말이다. 이라크 파병 문제로 온 나라가 들썩이던 이 날, 꼭 전해주리라 다짐했던 분홍색 반전 평화 배지를 그대로 가방에 단 채 장관실을 나온 것이 못내 아쉽다.

김선희 기자sonagi@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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