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여성평화네트워크 워크숍. ⓒ이경순
강원여성평화네트워크 워크숍. ⓒ이경순

꽃샘추위가 만만찮았던 지난 3월 말. 푸른 바다가 창 밖에 펼쳐진 강원도 강릉 옥계 한국여성수련원(원장 유현옥)에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강원여성 리더 30여명이 모였다. ‘강원여성의 손으로 평화를 이루다’라는 주제로, 3월 27일부터 1박 2일간 워크숍이 열렸다. 

강원도가 국내 유일의 분단도로 평화를 상징하는 지역인 만큼, 평화 문화를 확산하는 데 여성적 관점에 기인한 여성의 참여가 절실하다는 공통된 인식 아래 연대의 가능성을 다지고 성공적인 발전을 위한 논의의 시간을 가졌다.

처음 만나는 자리인 만큼 각 단체의 소개로 시작된 이번 워크숍은 엄혜진 경희대 교수의 ’페미니즘은 어떻게 평등을 말하는가’ 강의를 들으며 공감대를 나눴다. 마지막 날에는 문아영 강사의 지도 아래 삼삼오오 나뉘어 소통을 위한 게임 ‘태풍이 몰아치는 섬’에 참여하며 팀워크를 다졌다.

전금순 여협회장은 “경상도 출신이라 항상 이방인이라 생각했는데 다른 입장이 돼보기도 하고 리더로서 해야 할 바도 깨닫는 좋은 기회였다”고 소감을 전했고, 배병란 속초 YWCA 사무국장은 “다양한 문화적 코드가 실감나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보수와 진보, 각기 다른 두 성향이 함께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통념 속에 각 지역사회마다 보수성향과 진보성향의 단체들이 때로는 연대의 필요성을 절감하면서도 막상 그 방법론에 이르러서는 다름의 벽을 뛰어넘지 못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통념과 관습을 깨고 강원도 여성계에 보수성향과 진보성향의 여성단체들은 함께 연대해 한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움직임을 본격적으로 펼칠 예정이다.

올 7월 11일 발족을 앞두고 있는 ‘강원도여성평화네트워크’가 그것으로, 강원도의 대표적인 보수성향 여성단체인 강원여협과 진보성향의 여성단체인 강원여성연대, 지역사회에서 여성인력개발센터를 위탁·운영하는 등 오랜 기간 실질적인 여성 활동의 밑받침이 돼온 YWCA강원협의회(강릉, 동해, 속초, 원주, 춘천)가 함께 한다.

올해 1월 강원도여성정책 연구기관인 강원도여성가족연구원에서 진행했던 ‘젠더와 평화세션준비워크숍’과 2월 평창 알펜시아에서 개최된 ‘젠더와 평화 세션’ 논의에서 싹틔워진 것이다.

현재 강원도에는 도지사 여성특보가 서영주, 유은주, 한정임 등 세 명이다. 한정임 여성특보는 “성향이 다른 여성단체들이 함께 연대하는 것은 ‘아마도’ 강원도가 처음일 것”이라고 말했다.

강원도여성가족연구원 박기남 원장은 전 여성특보 출신으로, 지역사회에서 대표적 진보여성단체로 꼽히는 춘천여성민우회 대표 출신인 점 등이 강원도 여성평화네트워크의 구상에 밑거름이 됐다.

지난 3월 제 40대 강원도여성단체협의회 수장에 취임한 전금순 회장의 참여는 이번 연대에 큰 동력이 됐다. 전 회장은 “강원여협은 14개의 도 단위 여성단체와 18개 시군 여성단체협의회의 협의체인 만큼 그간 도내에서 대표적 여성단체로 자타가 공인해왔지만 앞으로는 연대 활동에도 적극 참여해 평화문화에 기여하겠다”고 다짐했다.

연대 모임의 산파 역할을 한 박기남 원장은 “발족을 앞두고는 있지만 ‘강원도 여성평화 네트워크’가 함께 해나가야 할 구체적인 목표 설정과 방법은 앞으로 계속 만남과 대화를 통해 모색해나가야 할 것”이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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