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세의 S는 마케팅 석사 학위가 있는, 대기업 유통계열사 C기업의 PM(Product Manager) 8명 가운데 유일한 여성부장이다. 마케팅 본부장 H상무는 지난해 성과에 따른 인사평가와 인원확충을 두고 나와 회의를 하는 가운데 S를 통하여 보게 된 신경제 여성예찬론을 펼쳐 보였다. PM 인사고과는 해당 상품의 매출액 중심 성과와 잠재력·핵심역량 등 두 가지를 기준으로 실시된다. S는 성과에서 다른 한 명의 남성 PM과 동점이었으나 H상무는 S를 단독 이사후보로 이사회에 추천했다는데 그 배경은 다음과 같다.

대개의 임직원들은 보이든 보이지 않든 나름대로의 충성심을 갖고 있다. 그러나 어느 정도 회사에 적응하면서 공과 사를 혼동하기 시작한다. 외출을 하면 그 시간과 행방이 불명확하며 업무보고도 형식적이고 구태의연한 내용을 답습하기 일쑤다. H상무에 따르면 S부장의 보고서는 내용이 구체적이고 투명하며 회사에서 얻고자 하는 정보를 자세하게 보고하기 때문에 회사가 왜 그 자리에 PM을 두고 경비지출을 하는지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또 S는 남성 PM들이 읽지 못하는 예민한 시장의 흐름을 높은 감성지수로 읽어내며, 대처하는 자세가 미래 임원으로 적격이어서 공연히 급여가 높은 남성 PM들보다 훨씬 효용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예는 비단 S부장뿐 아니라 많은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강점 중의 하나이다.

일반적으로 지적지수(IQ)는 전통적인 학교교육에서 성적이 높은 사람들이 비교적 높은 반면, 감성지수(EQ)는 성적과 그다지 관계가 없으며 특히 여성들이 높을 때가 많다. EQ는 훈련으로 더 향상되지만 선천적인 경우도 많아서 지식경제 서비스산업이 더욱 발달하는 환경에서는 여성에게 더 유리한 여건으로 작용한다. 바로 S부장이 그것을 십분 활용해 업무에 반영함으로써 남성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발휘한 사례다. S부장 뿐 아니라 최근 우리나라의 많은 여성 직장인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것도 EQ를 적절히 활용했기 때문이 아닐까.

수년 째 기업을 운영하면서 한국 남성직원들이 시대를 읽는 눈이 무디다는 것을 느낄 때가 많다. 아직도 권위의식에 젖어 대인관계를 술과 향연으로 때우려는 그들이 안타까울 때도 종종 있다. 반면 프로정신으로 무장한 한국 직장여성은 높은 생산성과 책임감으로 남성보다 업무성취도와 부가가치 생산률이 높아 한국의 또 다른 희망을 보게 된다.

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해보려 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도 수많은 한국여성들이 집안에 묻혀 있다. 높은 잠재력이 집안에서 잠자고 있는 것. 이제 더 이상 여성은 남성의 보조수단이 아니다. 감성지수 높은 당당한 개체로 남성과 더불어 함께 커 가는 슬기로운 주인의식을 갖자. 한국여성들이 스스로를 격려하면서 거듭나기를 바란다.

홍승녀/ 캐리어탱고 대표 (www.careerTANG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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