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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반대를 위해 국회앞 1인 시위에 나선 홍석천. <사진·민원기 기자>

가수들이 한마음으로 뭉쳤다. 지난 3월 25일 전쟁 반대 및 파병 결정 철회를 위해 기자회견을 연 대중음악인연대. 낯선 건지 쑥스러운 건지 어정쩡한 모습으로 쭈뼛쭈뼛 한 곳에 모여드는 사람들. 색색깔 헤어스타일이며 옷차림이 자유분방하다. “모여주세요. 구호 연습하겠습니다.” 이윽고 사회자의 선창에 따라 팔을 걷어 부치고 한 목소리로 모아낸다. “이라크 국민의 희생을 대가로 한반도 평화를 살 수 없습니다.” 이렇게 어색할 수가. 뭔가를 요구하면서 존댓말로 어색하게 구호를 외치는 집단, 하지만 그 눈빛만은 진지한 이들.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야만적인 폭거로 규정, 명분 없는 전쟁 반대, 노무현 대통령의 파병 철회를 담은 성명을 발표했으며 총 70여 명의 솔로가수와 그룹이 성명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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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의 외침

이번 성명을 주도했던 신해철, 해외체류 중인 서태지를 비롯해 신성우, 이상은, 이현우, 디바, 베이비복스, 신화의 김동완, 봄여름가을겨울, 자두, 체리필터, 황신혜밴드 등 장르와 밴드를 떠난 대중음악계의 합작이었다. 언제 이렇게 많은 우리 대중음악인이 한자리에 모일 수 있었던가. 언제 이렇게 하나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가. 참으로 감격스럽고 뜻깊은 자리이기도 했지만 안타깝게도 모임의 목적은 한국 대중음악의 전망도 아니고 국제 음악제 수상 소식도 아닌 전쟁반대, 파병철회였다. 스케줄 맞추기도 힘들었을 그들이 이렇게 조직적으로 성명을 발표한 데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신해철은 다음 날 인터넷 방송 라디오 21 특집방송 ‘신해철의 외침’을 통해 성명을 발표한 대중음악인연대의 입장을 이렇게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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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계의 입장이란 건 따로 없다. 전 국민의 입장과 같은 입장이 아닌가. 나라가 잘 되면 대중음악도 잘 되는 거니까.” 모래알 같이 혼자 있을 때 반짝거리며 자기 빛을 발하지만 뭉치기 힘들다는 대중음악가수들, 이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화제가 되니까 “딴따라들이 이렇게 뭉친 건 상황이 얼마나 급박하고 심각했으면 쟤들이 나왔을까” 하는 식으로 봐달라고 한다. 기자가 왜 이렇게 적극적으로 나서냐고 물었더니 “안하면 뭐할 건데요?” 대뜸 되묻는다. 역시 신해철다운 냉소적이고 지적인 언변이었다. 또한 그는 앞서 21일 방은진씨와 함께 참여연대의 전쟁반대, 파병철회 1인 시위 주자로 나선 바가 있다.

청와대 앞 1인 시위를 조직했던 참여연대의 박정은 간사는 “신해철, 윤도현, 방은진, 김미화, 정진영씨 등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조직이 됐으며 지금은 상황이 유동적이여서 중단된 상태”라고 말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가 탄생하기까지 일조를 했던 몇몇 연예인들이 정부 의견에 맞서는 이유는 지금의 전쟁 자체를 한번에 끝나고 마는 사건이 아니라 한반도의 위기와 평화를 가늠케 하는 부도덕한 전쟁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윤도현의 말처럼 아닌 건 아니라며 이들은 국민 한 사람으로서의 입장을 명확히 한 것이다. 또 미술평론가 반이정씨는 “민중예술과 달리 대중매체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에겐 대중에게 주어지는 ‘파괴력’이라는 대단한 힘이 있다. 대중에게 파고드는 힘이 너무나 직접적이고 크기 때문에 중지를 모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무기를 버리고 악기를 들어요

이상은(가수) “제 주변에 음악 하는 친구들은 일치감치 반전평화 대열에서 뭔가를 하려고 했어요. 신해철씨가 사회운동가적인 차원에서 반전평화, 파병철회를 외친다면 저는 공연이나 음악을 통해 전달하고 싶어요. 새 앨범 <신비체험>에는 라는 영어로 된 노래가 있는데요. 가사에 ‘세계는 생명이 살아있는 상상의 바다, 오케스트라’라는 구절과 ‘무기를 버리고 악기를 들어요’란 구절이 나와요. 예술가라면 전쟁 반대 입장일 거예요. 사회성을 강조하는 아티스트든 아니든 간에 말이죠. 존 레논이 평생을 반전과 평화를 위해 노래를 불렀듯이 세상의 위선을 싫어하는 게 우리 음악인의 전통이에요. 황신혜밴드의 전 멤버 조윤석씨 기획으로 4월 5일 마로니에 공원에서 마고, 우주소년과 함께 반전콘서트를 열거든요. 앞으로 반전콘서트에서 일반관중들을 직접 만나고 싶어요. ”

변정수(모델) “한 아이의 엄마로서 전쟁으로 고통받는 아이들을 보니까 마음이 아팠어요. 순수한 마음으로 28일 국회 앞에서 1인 시위에 참여했습니다.”

노정렬(개그맨) “언론사 앞에서 미국에 치우친 편파적 왜곡보도를 즉각 중단하라며 시위에 참여했어요. 실리와 명분을 다 따져봤지만 그래도 파병은 답이 아니거든요. 객관적인 통계를 보면 알겠지만 벌써부터 우리의 산업경제가 위험해지고 있어요. 또 미국과의 우방을 따지며 국익문제를 들먹이고 있지만 10년 후, 15년 후 계속해서 미국이 우리의 평화를 보장해줄 순 없잖아요.”

홍석천(방송인) “방송을 함께 하는 스태프들에게 물어봤죠. 반전평화 시위에 참여하려면 어떻게 해야 되냐구요. 사실 처음에 전쟁이 일어났을 땐 그냥 전쟁이 빨리 끝나기를 바랬어요. 그런데 방송에서 우연히 전쟁을 경험했던 이라크 소녀의 편지를 읽고 난 뒤, 그 날 방송을 펑펑 울면서 진행했지 뭐예요? 무고한 생명이 죄 없이 죽어가고 있는데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반전 시위현장에 나가 목소리를 높이는거였어요. 동성애자 친구들과 함께 제 의견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싶어요. 연예인이기 이전에 단지 일개 시민으로서 소수로서 목소리를 내는 거예요. 하지만 뜻을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는 큰 힘이 되는 것 같아요.”

감현주 기자soo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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