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권리 찾기 나선 여성들 마침내 쟁취하다
내 권리 찾기 나선 여성들 마침내 쟁취하다
  • 김서현 기자
  • 승인 2019.04.21 11:08
  • 수정 2019-04-21 11:08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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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특집]
폴란드 ‘검은시위’ 본딴 낙태죄 폐지
시위로 쏟아진 젊은 여성들…
‘낙태충’ 낙인 두려워 않아
11일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서 낙태죄 ‘헌법불합치’결정 환영 집회가 열려 참가자들이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환호하며 춤을 추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1일 서울 종로구 안국역 인근에서 낙태죄 ‘헌법불합치’결정 환영 집회가 열려 참가자들이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환호하며 춤을 추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헌법재판소의 형법상 낙태죄 처벌 헌법 불합치 판결에 젊은 여성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지난 11일 헌법 재판소는 형법상 낙태죄를 처벌하는 조항을 헌법 불합치로 판결내렸다.  2012년 합헌 4대 위헌 4로 낙태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린지 7년 만이다.

낙태는 우리사회의 주홍글씨였다. 2,30대 여성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 여성시대는 한때 익명 게시판에서 낙태 정보를 공유한다는 소문이 돌며 일간베스트 등 남성 커뮤니티로부터 ‘낙태충’이라 불렸다. 여성들은 낙태 사실을 숨기고 낙태죄 문제에 있어 목소리 내기를 꺼렸다. 

메갈리아의 탄생 이후 2015년 강남역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우리 사회에 페미니즘이 주요한 이슈로 떠오른 후 상황은 달라졌다. 메갈리아와 SNS를 통해 자신의 성차별 경험이 보편적인 여성의 경험임을 알게 된 여성들은 결집했다. 이때 2016년 10월초 폴란드에서 열렸던 ‘검은시위’가 알려졌다. 검은시위에서 폴란드 여성들은 생식권(reproductive rights)에 대한 애도의 표시로 검은 옷을 입고 낙태죄 폐지를 촉구했다. 

익명의 여성들로 구성된 팀 ‘비웨이브’는 검은 시위를 본따 2016년 10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총 19차례에 걸쳐 인공임신중절 합법화 시위를 벌였다. 비웨이브는 폴란드의 검은시위와는 달리 ‘생물학적 여성’만을 시위에 참여 가능하게 하고 특정단체나 운동권의 참여를 배제했다. 젊은 여성들은 온라인 홍보를 통해 자발적으로 모이고 후원금을 모금했다. 

한국여성민우회는 2017년 낙태죄 폐지를 위한 사진 프로젝트 ‘배틀 그라운드 269’를 열었다. 낙태죄 폐지 메시지를 몸에 적은 여성 269명을 촬영해 낙태죄 폐지 운동 홍보물로 사용하는 프로젝트였다. 해당 프로젝트는 직접 민우회에 참여한 잠가자 외에도 수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몸에 ‘나의 몸은 출산기계가 아니다’, ‘노포궁(자궁) 노발언’ 등의 메시지를 적어 SNS에 올리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여성계 쪽에서도 움직임이 있었다. 2017년 9월 모두를위한낙태죄폐지공동행동이 발족했다. 2010년부터 낙태죄 폐지를 위해 운동을 해온 임신출산결정권위한보장네트워크를 이어 성과재생산포럼, 한국여성단체연합, 장애여성공감, 페미당당 등 23개 단체가 연대했다. 모낙페는 시위와 기자회견을 열고 책자를 발간하는 등 꾸준히 낙태죄 폐지에 관한 사회적 관심을 환기했다. 

같은해 9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낙태죄 폐지 청원이 짧은 기간 내 23만 명의 동의를 얻는 데 성공했다. 여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청원에 동참할 것을 격려하는 글이 줄이었다. 청원이 성공하자 조국 민정수석은 직접 대응에 나서 “태아 대 여성의 대립 구도를 넘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 불합치 판단 후에도 여성들은 기쁨을 만끽했다. SNS에 ‘#해냈다_낙태죄폐지’, ‘#낙태죄폐지’, ‘#낙태죄는_폐지된다’ 등의 해시태그를 공유하며 수천개의 게시글을 올렸다. ‘#낙태죄폐지’ 해시태그는 17일 현재 인스타그램에 총 5069개의 게시글이 올라와있다. 

이헌재 서울시립대학교 도시인문학연구소 교수는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이번 낙태죄 헌법 불합치 판정은 2030 젊은 세대 페미니스트들이 기존 조직들과 세대와 입장을 넘어 연대함으로써 가능했던 사건”이라며 “산발적으로 활동하던 젊은 페미니스트들이 낙태죄라는 커다란 이슈를 중심으로 성과재생산포럼,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기존 조직과 융화 돼 꾸준히 활동했다. 한국여성사에 있어 큰 움직임이다”라고 말했다. 

 

△국내외 낙태죄 폐지 운동 역사

1920년 러시아 낙태 금지 전면 폐기
1953년 한국, 형법 제정 ‘낙태죄’ 규정
1968년 영국, 임신 24주까지 포괄적 낙태 허용
1973년 한국, 모자보건법 제정 낙태 제한적 허용
1973년 미국 로 대 웨이드 판결 낙태 합법화
1974년 프랑스, 낙태 합법화
1998년 엘살바도르, 모든 경우에 대한 임신중지 전면 금지
2007년 멕시코시티 시의회에서 낙태합법화 및 비범죄화 승인
2010년 한국, 보건복지가족부 “불법 인공임신중 절 예방 종합 계획” 발표
2012년 한국, 헌법재판소 ‘낙태죄’ 합헌 결정
2012년 한국, 10대 고등학생, 임신 중지 수술 중 사망
2013년 아일랜드, 산모가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 을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낙태를 허용하는 법률 발표
2016년 한국, 낙태죄 폐지를 위한 ‘검은시위’
2016년 한국, 보건복지부 낙태 시술 의사 처벌하는 개정 시행령·규칙 입법 예고
2017년 UN,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위원회 임신중지 비범죄화 권고
2017년 칠레 낙태 부분 합법화 2017년 한국 청와대, ‘낙태죄 폐지’ 관련 국민 청원 답변
2018년 아르헨티나, 임신중지 합법화 법안통과
2018년 아르헨티나, 상원에서 임신중지 합법화 법안 부결
2019년 국가인권위원회, "낙태죄 여성 자기결정 권 침해"…헌재에 의견서 제출
2019년 한국, 4월 11일 헌재, 낙태죄 형사처벌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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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fb 2019-04-21 21:03:18
기사 잘 봤습니다. 내용도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줘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많은 좋은기사들 기대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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