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성영화제 포커스

@18-1.jpg

▶1.그녀들만의 것 It’s a She-Thing 2.안느 트리스테 Anne Trister 3.자유 FREEDOM 4.니네 엄마 뭐하니? What does Your Mother Do?

제5회 서울여성영화제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4월 11일(금)부터 18일(금)까지 8일간 동숭아트센터 동숭홀, 하이퍼텍 나다, 동덕여대 공연예술센터 공연장에서 열리는 이번 영화제에서는 120여 편을 상영해 예년보다 더욱 풍성하고 다채롭다.

그러나 아직도 뭘 볼지 몰라 망설망설 이리 재고 저리 재는 당신을 위한 도우미 시간 그 두 번째. 이 영화가 궁금하다.

감독특별전, 캐나다 감독 레아 풀

참고로 6편 이상 볼 요량이면 3만원으로 10편을 볼 수 있는 티켓패키지 상품 ‘우피스 매니아(WFFIS Mania)’를 적극 추천한다. 입장료는 일반 상영작 5천원, 심야상영 1만원이다. 티켓은 영화제 기간 중에 현장 구입이 가능하며 예매는 전화 1544-1555(전국 동일)나 인터넷(www.wffis.or.kr 또는 ticketpark.com)으로 할 수 있다.

매년 아시아 특별전을 열었던 서울여성영화제가 이번에 선택한 나라는 필리핀이다. 말이 같은 아시아지 실제론 낯설기 그지없는 이 나라보다 더 낯선 게 이 나라 영화다. 그런데 필리핀이 한때 한 해 영화 270편을 제작하는 세계 초대 영화사업 규모를 자랑했다나? 다만 주로 자국 내에서만 떠돌던 탓에 우리가 접하기 힘들었을 뿐. 따라서 상대적으로 여성감독들이 많은 데다, 필리핀 특유의 여성 이슈들을 주제로 한 영화도 많고 그 영화들이 흥행에도 성공한다는 사실은 부러움마저 일으킨다. 한국영화 대박시대에도 불구하고 조폭이나 남성 마스터베이션급 영화가 승승장구하는 우리 영화판을 마구 떠올리며 서울여성영화제가 준비한 필리핀 만찬은 어떤 게 있을까?

1982년 몬트리올 영화제 출품작인 마릴로 디아즈-아바야 감독의 <모랄Moral>은 남의 나라 이야기 같지 않은 영화다. 대학을 갓 졸업한 네 여성을 통해 군사독재, 동성애, 매춘, 낙태 등을 보여준다.

순종적인 여자와의 결혼을 앞둔 매력남 사업가 앤드류가 명랑쾌활 개성적인 여자와 사랑에 빠지면서 겪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 <사랑은 트럭을 타고 Because There's You>, 제목부터 명쾌한 애니메이션 <니네 엄마 뭐하니? What does Your Mother Do?>, 일본 야마가타에 사는 필리핀 우편주문 신부들에 대한 다큐멘터리 <우편주문 신부 Sowing Seeds> 등도 왠지 시선이 간다.

한 감독의 특별한 순례기라 할 이번 ‘감독특별전’은 레아 풀이다. 진작에 제3회 서울여성영화제에서 <상실의 시대>로 그 달콤한 맛을 보여준 이 감독의 주특기가 바로 여성의 눈으로 세상 보기다. 캐나다 감독인 그는 실제론 토론토영화제, 베를린영화제, 베니스영화제 등 영화제가 단골인 세계적 감독이다. 그의 영화에 대해 남인영 프로그래머는 “여성의 내면 여행을 담은 로드무비이자 성장 영화이다. 여성 스스로 자신의 역사를 쓰고 욕망을 표현하는 것에 대한 관심은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에서도 잘 드러난다”고 설명한다.

이번 영화제에 찾아오는 작품으로는 몬트리올에 사는 열세 살 소녀 한나가 부모와 갈등하며 고다르의 영화를 통해 세상을 탐구하는 이야기인 <자유를 향해 Emporte- Moi>나 아버지가 죽은 뒤 연인을 떠나 몬트리올로 온 스위스 여성이 아동심리학자인 한 여성을 만나 감정의 변화를 겪는다는 <안느 트리스테 Anne Trister>, 레아 풀 감독 영화 가운데 가장 미니멀하고 이미지적인 영화로 꼽히는 <야만의 여인 La Demoiselle Sayvage> 등을 만날 수 있다.

할리우드의 이면, ‘딥포커스’ 작품들

또 서울여성영화제만의 신선한 실험실 ‘딥포커스’도 놓칠 수 없다. 빤하디 빤한 할리우드 식 내러티브가 있는 영화 스타일에 지친 이들이라면 더욱 신선할 산소다.

이번 포커스는 여성 실험영화, 비디오다. 아들을 애도하는 어머니의 슬픔을 콜라주와 내레이션으로 처리한 <바닷가에서 At Sea>, 그래픽과 재치 있는 디자인과 촬영 스타일이 실험적인 블랙코미디 <동시대 사례연구 Contemporary Case Studies>, 고도로 조작된 인공물이 영화라고 풍자하는 <싸구려 블론드 Cheap Blonde>, 특히 오노 요코나 프랑스의 성형수술 아티스트 오롤랑 등 급진적 여성 예술가에 대한 다큐멘터리 <그녀들만의 것 It's a She-Thing>은 익히 알려진 화제작이다.

그 중에서도 존 레논의 부인으로 유명하지만 자의식 강한 예술가인 오노 요코가 자기 브래지어를 벗어 던지는 한 여성을 통해 여성의 자유를 말하는 <자유 FREEDOM>나 사디 베닝의 <걸파워 Girlpower> 는 사뭇 궁금한 화제작이다.

그 밖에 오늘의 여성 현실이나 그 현실을 변화시키려 노력하는 액티비스트 비디오, 영화들을 살펴볼 수 있는 ‘여성영상공동체’나 서울여성영화제 유일한 경선 ‘아시아 단편경선’에 오른 157편의 영화들도 영화를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남자친구를 돌아보고, 엄마를 돌아보고, 돌아보고 일어나 소중한 자신을 챙길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조은미 기자cool@womennews.co.kr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