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떠난 세 여자, 에코 페미니스트를 만나다] 케냐에서 비닐봉지 사용이 금지된 이유
[길 떠난 세 여자, 에코 페미니스트를 만나다] 케냐에서 비닐봉지 사용이 금지된 이유
  • 최형미 여성학자
  • 승인 2019.04.20 08:40
  • 수정 2019-04-26 1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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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냐에서 비닐봉지 사용이 금지된 이유

 

케냐 초원에서 만난 코끼리 가족. 케냐 정부는 비닐을 삼킨 동물들이 갑자기 죽자, 2017년 비닐봉지 사용을 전면금지 시켰다. @최형미
케냐 초원에서 만난 코끼리 가족. 케냐 정부는 비닐을 삼킨 동물들이 갑자기 죽자, 2017년 비닐봉지 사용을 전면금지 시켰다. @최형미

 

벌써 20년 전 일이다. 인도, 이슬람, 시각장애인이며 인도 무슬림 페미니스트인 에이셔 베논(Aysher Vernon)교수는 “장애인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동정이다. 그들은 있는 그대로 아름답게 받아들여주길 원하다”고 했다. 나는 그에게 “동정도 또 다른 형태의 사랑이 아닌가?”라고 물었다. 그는 불편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이렇게 페미니즘은 동정이라는 위계적 사랑이 폭력과 착취의 또 다른 얼굴이라는 것을 깨닫게 했다. 그러나 사람을 위계적으로 보는 몸의 습관을 고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휴교 때문에 나와 함께 수업에 들어간 적이 있던 당시 다섯 살의 딸은 베논이 시각장애인이었다는 것보다 크고 멋진 개가 있었다는 것을 기억했다. “베논은 엄마가 존경하는 교수님이잖아.”

2017년 비닐봉지 사용을 전면 금지 시켰던 케냐의 상황을 살펴보러 갔지만, 내 머릿 속의 케냐는 동정의 대상이었다. 내가 그렇게 뿌리치고 싶었던 동정. 허허 벌판 마른 땅에 배고파 누워있는 아이들, 5초마다 한 명씩 기아로 죽어간다는 아프리카의 이야기, 내가 아는 전부였다. 나이로비 공항에 내려 택시를 타고 공항을 채 빠져 나가기도 전에 총을 장착한 경찰은 세 여자에게 뒷좌석 안전벨트를 하지 않았다며 돈을 요구했다. 벌금이 아니고 그들의 음료수 값 2000실링(약 20달러)이다. 노동자 월급이 20만원이란다. 이렇게 나이로비 공항은 케냐가 이방인, 여행객, 힘 없는 사람을 착취하는 사회라는 것을 보여주었다. 이런 곳에서 왜 비닐봉지 사용을 전면 금지했을까?

프라스틱 프리 활동가를 만나기 위해 나투루(Naturu)로 향하는 봉고차를 탔다. 여자 운전기사가 존 댐버의 ‘Country road’를 틀었고, 얼룩말이 거니는 들판은 평화로웠다. “어디서 왔지? 아, 한국? 거기가 어딘데?” 중년 남성은 말을 걸기 시작했다. “일 년에 수확을 몇 번하는데? 지금 날씨는 어때?” 대답을 듣고서 “가엾어라, 그런 곳에서 어떻게 살아?” “해발 고도가 높은 케냐는 1년 내내 춥지도 않고 덥지도 않아. 1년에 3번의 수확을 하지.”

“아프리카에서 어떻게 사람이 살 수 있을까?” 수없이 걱정과 동정을 보냈던 나의 마음에 균열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케냐의 날씨는 판타스틱 했다. 시장에는 다양한 과일과 채소가 싼값에 거래되었다. 소들은 넓은 들판에서 뛰놀았다. “유럽 사람들이 이 땅을 탐냈을 만 하구나.” 이런 곳에 왜 식량문제가 생겼을까. 머린다 게이츠 재단은 아프리카 기아를 해결하기 위해 GMO 바나나를 개발해야 한다고 하지 않았나?

케냐 나이로비 거리에서 나무를 때며 음식을 파는 모습. @최형미
케냐 나이로비 거리에서 나무를 때며 음식을 파는 모습. @최형미

 

케냐의 플라스틱 프리 운동가 제임스는 말하기를, “90년대 비닐봉지가 케냐의 모든 유통과정에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장을 보면, 바나나, 토마토, 양파, 생선 등 모든 것이 비닐봉지에 각각 싸서 판매되었다. 편리했지만 한번 쓰고 버려진 폐비닐은 하수구를 막아 홍수를 일으켰고, 강은 더러워졌고 바람에 날려갔다. 거리 가로수에 빨간색, 노란색, 검정색 열매가 아니라 비닐이 매달렸다. 흉측했다. 초원에서 풀을 먹던 소들이 갑자기 죽었다. 비닐을 먹은 것이 죽은 이유였다. 정부는 결국 비닐봉지사용 전면금지를 법으로 정하고 규제했다.” 20세기 플라스틱 발견은 멋진 일이다. 그러나 모든 곳에 확산된 플라스틱은 자연의 흐름을 막았고 생명의 숨통을 끊은 것이다. 사람들은 비닐봉지 사용이 해롭다는 것을 몸으로 경험했지만 여전히 다회용 백을 사용하게 하는 것은 어렵다.

케냐 사람들은 우리나라 사람처럼 새것을 사용하는 것이 더 좋다고 여긴다. 다시 사용하고, 오래사용하고, 아끼는 것은 구질구질한 인색하고 가난한 것이라고 여긴다. 더 많이 소비해야 GDP가 올라가고 그것이 잘사는 증거라고 말하는 기업 중심의 이상한 논리가 지배하고 있었다. 쓰레기가 가장 낮은 곳으로 흘러들어가 듯 케냐 등 개도국에서 플라스틱 문제는 그렇게 생존을 위협했고 그들이 먼저 강력하게 문제에 대처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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