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성재단·여성신문 공동 캠페인
‘2019 100인 기부 릴레이’ ③
배우자 도움없이 외국인 등록증 등
체류요건 얻기 어려워
폭력·통제 수단으로 오용돼

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상임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허오영숙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상임대표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헌법에 명시돼 있는데, 이주민들은 국민이 아니에요. 그런데 사람이에요. ”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이주민은 1년 이상 해외에서 거주하는 사람을 뜻한다. 2018년 11월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이주민의 수는 186만여 명에 달한다. 미등록 체류자를 포함하면 더 높은 수를 기록한다.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는 2001년 ‘여성이주노동자의 집’으로 시작해 18년째 이주여성의 인권을 위해 노력하는 비영리 인권단체다. 

지난해 3월 센터는 국회의원관에서 이주여성쉼터협의회와 ‘이주여성들의 #Me Too 발표회’를 열었다. 반응이 컸다. 올해 이주여성상담소 5개가 신설될 예정이다. 세 번에 한해 근무 중인 사업장을 이동할 수 있는 ‘고용허가제’도 개선됐다. 사업장에서 성폭력이 발생할 경우 긴급 사업장 변경을 신청할 수 있게 됐다. 

12일 센터에서 만난 허오영숙 센터장은 ‘이민’ 단어 사용을 경계했다. “이민이라는 개념은 정주를 전제한다”며 “우리의 법 체계는 이주여성에게 정주를 쉽게 주지 않는다. 결혼이민여성의 경우 귀화를 하지 않은 경우 한국계 자녀를 낳거나 자기 책임이 없는 사유로 이혼을 한 경우에만 체류 자격을 주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체류 자격을 주지 않는다. 협의이혼을 거친 경우에도 자녀가 있어야 하고, 면접교섭권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있는 경우 계속 면접하고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여성이 겪는 폭력과 성폭력 피해는 상당하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의 결혼이주민 실태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920명 중 387명(42.1%)이 가정폭력에 시달린 경험이 있었다. 또 경남이주민노동복지센터가 지난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여성 이주노동자 가운데 23.3%는 직장내 성희롱 피해를 입었다. 허오 센터장은 “국가는 결혼이주여성에게 가장 중요한 외국인 등록증 발급, 체류연장, 귀화 등을 배우자의 조력 없이 획득할 수 없게 하고 있다. 이를 일부 결혼이주여성의 배우자들은 통제의 수단으로 사용한다”고 지적했다. 또 “외국인 고용허가제는 업장 이동을 세 번 허용한다. 이 탓에 성폭력 문제가 발생해도 이주민 여성들이 쉽사리 옮길 수 없다”고 말했다. 

허오 센터장은 이주여성의 미투는 선주민들의 미투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성폭력은 언제나 발생할 수 있다. 그런데 발생한 성폭력을 어떻게 해결하는가에 대해서 그 통로 상당부분을 한국의 제도가 막고 있다.” 배경에는 한국의 엄격한 내국인과 외국인에 대한 구분과 체류불안이 있다. 2017년 12월 전까지 ‘가정폭력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에 결혼이주민 피해자를 위한 시설에 관한 조항은 없었다. 

“이주여성 미투에 왜 체류보장이 들어가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공무원이 미등록 체류 외국인을 발견할 경우 신고 의무가 있다. 단, 범죄 피해 여성의 경우 경찰이 인지해도 신고 의무가 면제된다. 또 성폭력에 대한 필요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문제는 끝나면 추방된다. 따라서 성폭력 피해 여성은 추방될 각오를 하고 성폭력에 대한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 체류보장이 안된다. 미국은 미등록 체류 여성이 학대나 성폭력 피해를 신고해 법적 절차를 밟으면 합법 체류 자격을 준다.” 

6,70년대 한국인들은 서독에 광부와 간호사 등으로 가 일한 기억이 있다. 지금도 워킹홀리데이 등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해외로 이주하고 있다. “파독 광부와 간호사에 대한 역사를 가진 우리가 지금 이주민을 어떻게 대하고 있는가? 2018년 기준 재외동포의 수가 734만명이다. 우리가 해외에서 어떤 대접을 받고 싶은지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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