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깅스 일상복 착용 논란
항공사 탑승 거부도
5년 새 시장 규모 두 배 성장
‘애슬러저룩’으로 남성에도 인기
활동성‧실용성 뛰어나 각광
‘민망한 차림’ 인식 점차 사라져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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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깅스(leggings) 입고 학교 가도 돼요?"

타이트하고 신축성 좋은 소재로 만들어진 레깅스는 하체의 굴곡을 그대로 드러낸다. 과거에는 운동복 정도로 여겨졌던 레깅스를 일상복으로 착용하는 이들이 많아지면서 이러한 찬반 논쟁이 더욱 뜨겁게 불붙고 있다.

미국 대학가에서는 지난달 ‘남성들의 성적 욕구를 자극할 수 있으니 여성들이 레깅스 차림으로 외출을 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패션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은 물론 여성을 성적 도구로만 인식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 사건은 네 명의 아들을 둔 한 여성이 미국 인디애나주의 노트르담대학 신문에 ‘여학생들이 레깅스를 입는 것을 멈춰야 한다’는 내용의 글을 기고하면서부터다. 이 여성은 “최근 아이들과 함께 대학 캠퍼스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많은 여학생들이 레깅스를 입고 있어 눈을 어디에 둬야 할지 몰랐다”며 “남학생들이 여학생들의 레깅스 복장을 무시하기는 정말 힘들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여학생들은 강하게 반발했다. 여성의 옷이 남성의 부적절한 행동에 책임이 있는 것처럼 묘사됐다며 ‘레깅스 시위’를 벌였다. 또한 천여 명의 학생이 레깅스 차림의 사진을 SNS에 게시하며 ‘레깅스데이 노트르담’이라는 해시태그를 달았고 ‘레깅스 프라이데이’를 선포, 모든 이들이 캠퍼스에서 자랑스럽게 레깅스를 입을 것을 제안했다. 여성들은 “옷을 자유롭게 입을 권리가 있다”며 “레깅스를 입는 것이 자랑스럽다”고 피력했다. 다수의 남학생들도 이러한 여학생들의 목소리를 지지했다.

미국에서 레깅스를 둘러싼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9월엔 미국 위스콘신주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레깅스와 요가바지 등 몸에 붙는 옷차림의 등교를 금지했으나 학생들과 갈등이 심화되자 철회했다.

지난 2017년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은 여객기에 탑승하려던 여성이 레깅스를 입었다는 이유로 탑승을 거부해 논란을 빚었다. 항공사 측은 “맨발이거나 제대로 옷을 입지 않은 승객의 탑승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 해명했지만 기준이 모호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러한 레깅스 논란은 ‘패션의 고정관념’으로 확대됐다. 뉴욕타임스는 “단순히 입어도 된다, 안 된다는 표면적 문제를 넘어 훨씬 복잡한 현실을 대표하고 있다”며 “레깅스 논란은 기득권의 터무니없는 주장처럼 여겨지지만, 한편으로는 오늘날의 규범을 뒤엎고 다음 세대로 향하는 길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고 보도했다.

레깅스처럼 일상에서도 편히 입을 수 있는 운동복을 말하는 애슬레저(athleisure)는 ‘애슬레틱(Athletic)과 레저(leisure)의 합성어로, 우리나라에서도 인기 패션 트렌드 중 하나다. 시장조사기업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2013년 4345억 원이었던 국내 레깅스 시장 규모는 2018년 6950억 원으로 증가했고, 한국패션산업연구원은 2016년 1조5000억 원이었던 국내 애슬레저 의류 시장 규모가 2020년까지 두 배로 성장할 것이라 전망했다. 한 유통업계에 따르면 애슬레저 브랜드는 2015년 대비 2배 이상 증가했고, 2018년 매출은 일 년 사이 48%가 늘었다.

국내에서는 아직 ‘민망하다’는 인식이 강하지만, 실용성과 활동성이 뛰어난 레깅스의 인기는 이미 논쟁을 뛰어넘은 셈이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워라밸’ 문화가 확산되며 여가시간에 운동을 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아웃도어 시장을 위협할 만큼 성장세를 이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성은 물론 남성들에게도 인기다. 국내 한 쇼핑몰의 자료에 따르면, 남성의 에슬레저 패션의 구매 증가율은 여성에 비해 더 가파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의 한 매체는 회사 중역들과의 인터뷰 내용을 전하면서 “직장에서 애슬레저를 입고 일하게 했더니 직원들의 생산성과 창의성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하며 패션이 업무 효율을 높여준다고 했다.

최경희 호남대 패션디자인학과 교수는 “요즘 남학생들을 보면 여학생과 똑같이 피부 화장하고, 실용성과 활동성을 중시하는 유니섹스 스타일의 패션을 선호한다. 패션쇼에서도 ‘젠더 리스’가 화두인 만큼, 남녀를 떠나 개인의 자유와 다양성을 중시하는 시대”라며 “레깅스부터 수면 바지까지 TPO(Time·Place·Occasion)에 구애받지 않는 문화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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