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논단] 돌봄, 교육훈련 강화가 아닌 제대로 된 보상의 문제
[여성논단] 돌봄, 교육훈련 강화가 아닌 제대로 된 보상의 문제
  • 김양지영 여성학자
  • 승인 2019.04.20 08:41
  • 수정 2019-04-20 08: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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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보미 임금은 최저임금보다
50원 많은 시간당 8400원
돌봄노동은 쉽게 할 수 있는
일로 왜곡, 평가절하돼
김양지영 여성학자
김양지영 여성학자

 

최근 아이돌보미의 아동학대 사건이 발생했다. 이런 소식을 접할 때마다 안타깝다. 해당 부모의 마음이 얼마나 아플까? 그리고 아이는 얼마나 상처받았을까? 아마도 아이의 엄마는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것 같다. ‘내가 무슨 영화를 보자고 일을 한다며 아이를 다른 사람 손에 맡겨 이런 상황을 만들었을까?’ 모든 게 자기가 자초한 것 같다며 죄책감에 시달릴 것 같다. 많은 여성들이 아이를 시설이나 다른 사람에 맡기며 일할 때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갖게 되는 생각과 감정이다.

아이돌봄과 관련한 아동학대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사실 한국사회에서 아이돌봄과 관련한 학대 사건은 빈번하게 가시화되고 있다. 대부분이 시설 내 보육교사의 아동학대 사건이었는데 이번에는 가정 내 베이비 시터 사건으로 그것도 정부에서 제공하는 서비스에서 발생해서 그 충격과 여파가 크다. 정부에서는 이번 사건에 대해 아이돌보미 특별신고창구 개설, 실태점검, 전체 아이돌보미에 대한 긴급 아동학대예방 특별교육 실시, 아동학대 사례 등을 반영한 양성 및 보수교육 표준 교재 전면 개정 방침 등을 대응책으로 제시했다.

이번 사건 대응과 관련해 가장 많이 언급되고 있는 것은 교육과 자격이다. 80시간의 교육과 10시간의 현장실습만으로 아이돌보미가 될 수 있고, 아동학대 관련 교육은 2시간 뿐이며 교육내용 또한 가사에 치중해있다는 비판이다. 그래서 어떤 지자체에서는 보육교사, 유치원교사, 간호사 등 자격증 소지 아이돌보미를 모집하는 대안을 내놓기도 했다. 분명 정부가 아이돌봄지원사업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인력선발과 관리에 허술했다는 비판이 있고 충분히 새겨들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필자는 이러한 일련의 사태에 대응하는 모습들을 지켜보며 다른 생각이 올라왔다. 왜 미래세대를 길러내는 돌봄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최저임금을 적용할까? 2019년 아이돌보미는 시간당 8400원을 받는다. 2019년 최저임금이 8350원으로 이를 반영한 금액이다(2018년, 시간당 7800원). 왜 돌봄과 관련해 문제가 발생했는데 교육과 자격 얘기만 할까? 교육과 자격조건을 강화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이야기이며 효과적일까?

우리는 어떤 일의 전문성을 교육과 자격 기준을 가지고 판단한다. 보통 임금이 높을수록 숙련 수준이 높다고 보고, 학력이 높을수록 임금이 높고 숙련 수준이 높다고 본다. 이러한 기준만을 가지고 보면 아이돌보미는 최저임금의 일로 교육과 자격기준이 낮은 전문성이 낮은 일이다. 그러나 페미니스트 연구자들은 해당 일의 숙련수준을 교육훈련만이 아니라 작업지식(working knowledge)을 함께 이야기한다. 작업지식은 교육훈련지식을 토대로 직접 현장에서 일을 하면서 쌓게 되는, 경험을 통해 얻어지는 각종 지식을 말한다. 바로 아이돌보미들의 삶의 경험 속에 축적된 돌봄 노하우가 작업지식이라고 할 수 있다. 아이돌보미를 하는 여성들은 주로 40~50대 중장년 여성들로 대부분이 자녀, 배우자, 부모 등을 돌보며 돌봄을 오랫동안 해 온 이들이다.

그런데 이 여성들이 하는 돌봄 일과 관련해 과도하게 교육과 자격조건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여성들이 축적해온 돌봄 노하우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마치 아무런 돌봄능력도 갖추지 않은 여성들이 단시간의 교육훈련과 무자격으로 돌봄 일을 한다고 간주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돌봄과 관련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반복해서 교육훈련과 자격요건을 강화하라고 할까? 여기서 우리 사회가 여성의 일에 보이는 전형적인 태도를 볼 수 있다. ‘중요하다면서 평가는 낮게 하고 임금은 낮게 주면서 관리감독은 강화한다.’ 집에서 여성이 해온 돌봄노동은 돈을 버는 일이 아니란 이유로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왔다. 여성이 집에서 해온 일에 대한 평가 절하는 노동시장에서의 여성노동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시장에서 여성의 일은 여성의 성역할과 비슷한 일로 간주되어 여성이면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일로 왜곡, 평가절하되고 있다. 여성의 일에 대한 편견이 바로 여성의 일을 평가하는데 고스란히 녹아 있다.

아이돌봄과 관련한 아동학대 사건 등을 마주하며 우리가 한편으로 생각해봐야 할 문제는 일상적으로 돌봄을 하는 여성들의 입장이다. 여성들이 하는 돌봄이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는 현실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일자리로서의 돌봄 또한 마찬가지다. 폴라 잉글랜드는 돌봄 직종은 다른 조건이 모두 같을 때 다른 직종보다 보수가 적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성들은 돌봄직종에서 일을 한다. 여성들은 길러지면서 타인을 돌보는 것이 가치있다고 배워왔기 때문이다. 많은 돌봄 노동자들은 타인을 돌보면서 내적인 만족을 얻고 그러한 만족감이 낮은 보수를 감내하게 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언제까지나 여성들의 자비로운 마음과 친절을 기대할 수만은 없다. 자비와 친절이 고갈되어버리기 전에 적정한 보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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