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보다 먼저 파는 건 세일즈우먼의 이미지

“카세일즈요? 여성 비율은 적은 편이지만 상위권이 많아요. 차의 메커니즘에 대한 기술적인 지식이 필요하지만 많이 알아야 팔 수 있는 건 아닙니다.”(저먼모터스 김은정 과장)

“여자들은 고객의 요구를 빨리 파악하고 고객 관리도 세밀하게 하기 때문에 장점이 많죠. 모성애적인 근성과 집착도 한 몫 합니다.”(현대자동차 강혜자 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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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는 세일즈는 남성만의 영역’이라는 사회 인식이 변하고 있다. 출고에서 폐차까지 종합관리 서비스를 요하는 자동차 세일즈에서 여성들의 섬세함이 강점으로 부각되고 있다. 사진은 르노삼성자동차의 박현정씨.

“낯선 누군가를 설득하는 과정이 마치 100미터 달리기를 하는 첫 순간처럼 흥미진진하다고 할까요. 자동차 구매를 놓고 살까 말까 망설일 때 제 논리와 입담으로 잠재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게 이 직업의 매력입니다.”(삼성자동차 박현정 씨)

자동차 판매 업계에 보이지 않는 우먼파워가 일고 있다. 그 대표주자로 지난 해 70대의 차를 팔아 BMW 영업사원 중 판매 1순위를 기록한 저먼모터스의 김은정(32) 과장. 2000년과 2001년에도 각각 40대, 55대를 팔아 3년 연속 BMW 판매왕 자리를 지키고 있다.

사교성과 친밀성은 최고의 자산

“일에 대한 욕심이 강한 편이에요. 새로운 고객을 만나거나 1000명이 넘는 기존 고객들에게 안부 편지와 전화를 하고 차에 문제가 생긴 고객이 전화하면 달려가서 문제를 해결해 주고…” 김은정 과장은 “금액 단위가 큰 수입차 세일즈의 특성상 돈에 관련된 부분이나 꼼꼼히 챙겨주는 고객 관리는 여성들이 더 잘 한다”고 강조한다. 아직 미혼인 김은정 과장이 판매왕 자리를 지키며 벌어들인 수입은 2억원 가량. 한 달 판매 차량 평균 7대이며 하루 3∼4명의 고객을 만난다.

현대자동차 서초지점 강혜자(36) 대리의 출근 시간은 아침 7시 반이다. 다른 직원들보다 일찍 출근해 업무 스케줄을 점검하고 신문과 메일을 체크한 뒤 8시 반 미팅을 갖는다. 강대리의 일과는 미팅에서 결정된 사안을 가지고 오후에 외근을 나갈지 아닐지를 정하는 시스템이다. “남자 판매사원들은 여자들에 비해 아주 뛰어나기보다 전문성을 가지고 있어요. 반면 여자들의 장점은 ‘살 것 같다 아닌 것 같다’를 금방 파악하는 감각이 뛰어나고 고객에 대처하는 센스가 빠르다는 점이죠.” 강대리는 “오래 일하다 보니 자리가 잡힌다” 며 “편지와 전화는 기본으로, 차가 출고될 때마다 꽃을 사들고 고객을 방문하는 것으로 고객 관리를 한다”고 전한다.

1987년부터 여성인력을 고용하기 시작한 현대자동차의 여자 판매사원 수는 대리점을 제외한 직영영업소만 총 250명. 여성인력이 많기로 유명한 삼성자동차는 200명, 대우자동차 29명, 기아자동차 50명으로 대략 국내 500여 명의 카세일즈우먼이 자동차 판매 시장에서 활약하고 있다. 전체 자동차 판매사원 비율로 따져보았을 때 많은 수는 아니지만 상위권의 실적을 보이는 여성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현대자동차 홍보팀의 황관식 대리는 여자 판매사원들이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과 꼼꼼함으로 영업직 남자직원 평균보다 실적 및 생산성이 우수한 편”이라 전한다. 르노삼성자동차 역시 입사에 성별 차이를 두지 않아 여성들의 진출을 고무하고 있다.

남성이 우위를 점하던 자동차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세일즈우먼들의 영업 비결은 무엇일까.

“고객층이 남자가 많잖아요. 여자가 팔 때 ‘어, 여자가 자동차를 파네’라는 인식이 오히려 강하게 자리잡아서 유리한 점이 많아요.” 여성 영업사원 중 TOP 5 안에 랭크되는 르노삼성자동차의 박현정(31)씨는 자동차 판매가 “경력, 경험이 없어도 일한 만큼의 결과를 얻을 수 있고, 본인의 성격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에 여성들에게 매우 적합한 직업인 것 같다”며 “세심하게 챙겨주는 부분이나 고객을 대할 때 덜 딱딱한 부분은 여성 인력들이 가진 강점”이라고 강조한다.

연봉 6천만원 현실 될 수 있어

박현정씨의 영업 비결은 단순하지만 여성들이 가진 사교성과 친밀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 발로 뛰는 영업보다 정확한 목표를 찾아 공략함으로써 체력과 시간을 절약하는 방법을 선호한다. “인맥 네트워크를 어떻게 구성하느냐가 중요해요. 일대일로 만났을 때 빨리 친해지고 확실히 신뢰감을 주려고 노력합니다.” 박현정씨는 자동차라는 물건을 팔기 전에 ‘박현정의 이미지를 먼저 판다’는 영업철학을 가지고 있다. “아무나 붙잡고 자동차 구입을 권하는 막무가내식 영업은 거부합니다. 신차 구입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 고객들에게 정기적으로 다양한 판매조건과 신차 정보가 담긴 이메일을 보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잠재 고객을 확보하게 되죠.” 박현정씨의 말이다.

저먼모터스 김은정 과장의 세일즈 기법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기본에 충실하는 거죠. 고객에게 신뢰를 주고, 한 명을 만나도 유대 관계를 잘 설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1996년 기아자동차에 입사한 정희영(42)씨는 “4, 5년 지나면 대체로 실적이 괜찮은 편”이라며 “차 한대 파는 데 급급해 하기보다 고객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먼저 파악하라”고 전한다.

한 달 평균 6, 7대의 차를 판매하는 ‘잘 나가는’ 카세일즈우먼들의 연봉은 대략 6천만원 안팎. 기본급은 적지만 일한 만큼 수입이 있어 성취감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자동차 판매는 남성이 한다라는 일반적인 상식을 깨는 측면에서 여성이 모여있는 쪽보다 경쟁력이 있을 수 있어요.” 세일즈스쿨의 신윤순(49) 원장은 “앞으로 젊은 층 여성들이 많이 진출할 것” 이라며 “세일즈도 하나의 직업이라는 의식을 가지고 전문성을 갖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인숙 기자isim123@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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