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 #미투’ 확산…당신의 급여는 안녕하십니까
‘페이 #미투’ 확산…당신의 급여는 안녕하십니까
  • 두정아 기자
  • 승인 2019.04.21 11:19
  • 수정 2019-04-24 0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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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남녀 임금 격차 1위 ‘불명예’
변화 위한 세계적 움직임 거세
‘성평등 임금공시제’ 시행 앞두고 우려
민간 영역 확대해야..입법 촉구
전문직여성한국연맹(BPW) 한국 연맹 회원들이 2016년 5월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이퀄페이데이 캠페인 '빨간 가방을 채워주세요' 캠페인을 진행했다(上) 2017년 3월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성별임금격차해서 3.8 조기퇴근시위 3시 STOP 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가발을 쓰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피켓을 들었다. 이정실 기자·뉴시스
전문직여성한국연맹(BPW) 한국 연맹 회원들이 2016년 5월 서울 중구 명동거리에서 이퀄페이데이 캠페인 '빨간 가방을 채워주세요' 캠페인을 진행했다(上) 2017년 3월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성별임금격차해서 3.8 조기퇴근시위 3시 STOP 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가발을 쓰고 '동일노동 동일임금' 피켓을 들었다. 이정실 기자·뉴시스

 

# 독일의 베를린 지하철 출입구에 하루 동안 ‘여성은 21% 할인된 운임으로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3월 18일 동일 임금의 날을 맞아 베를린 시가 하루 동안 여성 승객의 교통비를 21%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연 것이다. 이는 독일 여성의 평균 수입이 남성보다 21% 적다는 것에서 착안한 것으로, 여성이 임금으로 차별받는 수치만큼 지하철 운행료를 할인해주겠다는 취지였다. 독일은 유럽에서도 남녀 임금 격차가 비교적 높은 나라다. 베를린교통공사(BVG)는 “여성과 남성은 동등한 기회를 얻어야 한다”며 임금에 대한 평범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이같은 이벤트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지하철 요금을 여성만 할인해주는 것은 역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BVG는 “남성이 차별받는다고 느낀다면 사과하겠지만 평균 임금을 21% 적게 받는 여성들에겐 누가 사과하는가”라고 답했다.

이 같은 해외 사례는 한국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2017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한국의 남녀 임금 격차는 37%로, 16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성별 임금 격차 1위라는 불명예를 안고 있다. 성별 임금 격차는 2008년 36.8%에서 2017년 37%으로 10년 동안 제자리걸음이다. 최근 국내 10대 증권사가 낸 2018년도 사업보고서를 따르면 증권사에 다니는 여성 직원의 평균 급여는 1인당 8000만원으로 남성(1억3000만원)의 61.5%에 그쳤다. 2017년 서울시가 실시한 ‘문화예술 불공정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 웹툰작가의 월평균 임금은 166만원이지만 남성 웹툰작가의 월평균 임금은 222만원이었다.

‘세계 동일 임금의 날(National Equal Pay Day)’는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남녀임금 격차를 줄이기 위한 사회 운동이다. 미국 동일임금위원회(NCPE)가 남녀 임금 격차를 알리고자 1996년 제정했다. 연도와 나라별로 날짜가 달라지는데, 매년 남녀 임금 격차의 수치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숫자를 지정하기 때문이다. NCPE가 지정한 올해의 날짜는 4월 2일이었다. 독일의 경우, 여성이 남성과 같은 임금을 받기 위해서는 77일을 더 일해야 한다며, 새해로부터 77일째 되는 3월 18일을 ‘동일 임금의 날’로 정했다.

지난해 한국의 동일임금의 날은 5월 23일이었다. 여성이 연간 5개월 23일을 더 일해야만 동일 임금을 받을 수 있다는 의미다. 여성단체들은 2014년부터 ‘동일임금의 날’의 국가기념일 제정을 촉구하고, ‘페이 미투’라는 이름으로 캠페인을 여는 등 남녀임금 격차 해소를 위한 활동을 벌여왔다.

김은경 한국YWCA연합회 성평등위원장 겸 세종리더십개발원장은 “심각한 임금 격차임에도 불구하고 몇 년 간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라며 “현장에서의 차별 실태가 낱낱이 들어나야 한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미투’처럼 노동 현장의 차별 실태를 드러내고 가시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YWCA연합회는 오는 22~23일 동일임금에 대한 캠페인 등의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정부는 성별 임금 격차 현황 보고 의무와 성별 임금 격차 개선계획 수립 의무를 부여하는 ‘성평등 임금공시제’를 올해 10월 서울시 투자 출연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성평등 임금공시제’가 실제 노동 현장에 적용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성평등 임금공시제는 성과 직급, 고용형태, 경력 등에 따른 임금 차이와 노동 시간, 휴가, 휴직 사용률 등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제도다. 그러나 법적 근거가 없어 민간 영역까지 확대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김 위원장은 “임금 차별에 대한 목소리를 낼 시스템은 전무하다.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도 계류 중”이라며 “‘성평등 임금공시제’가 실제로 작동할 수 있느냐, 기존과 다른 설계를 했느냐가 중요하다. 투명성과 강제성이 필요한 만큼 입법 현장에 다 같이 목소리를 계속 내야 한다”고 피력했다.

참여연대는 지난 11일 ‘성평등 임금공시제의 조속한 시행을 주장하며 고용노동부와 여성가족부에 임금공시제 도입 계획 등을 묻는 질의서를 보냈다. 참여연대는 “‘성평등 임금공시제’ 도입을 국정과제로 제시했지만, 아직 도입되지 않았다”며 도입을 위한 로드맵 제시와 민간기업 대상 도입을 위한 정부의 입법 계획을 촉구했다.

이어 “정부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서 약속한 성평등 임금공시제를 정부 부처에서 이른 시일 내 시행할 것을 요구한다”며 “성별 임금 격차가 심각한 민간기업에도 임금 공시제가 적용돼야 한다”고 전했다.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송은희 간사는 “‘페이 미투’ 운동이 세계적으로 확산이 됐고, 해외에서는 기업들의 변화도 크다”며 “그러나 국내는 근로적 환경에 따라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성평등 임금에 대한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정부의 시행 방안과 구체적인 로드맵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한 “정부와 기업이 임금 평등을 위한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야 한다. 이제는 임금 격차의 문제점에 다같이 목소리를 드러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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