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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민원기 기자>

7‘암중모색.’ 한나라당 박근혜 의원은 대선 뒤 넉달 가까이 ‘자중’하며 지냈다. 두 번 연이은 선거 패배가 ‘중진’인 박 의원에게도 견디기 힘든 고통이었던 탓이다. 지난해는 특히 진보 여성들의 지지논란과 선거 당시 숱한 영입제안을 놓고 고민이 많았던 터.

“자중했죠. 대신 여러 가지 공부를 했어요.” 박 의원은 그동안 경제를 중심으로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다시 공부했다. ‘정치적 비상’을 위한 휴식이었던 셈. 언론 인터뷰나 바깥 활동도 삼가고 ‘구상’에 몰입했다.

그 덕일까. 1일 국회에서 만난 박 의원은 긴 동면을 마친 것처럼 개운해 보였다. 당·정치개혁, 파병동의 등 논란이 큰 현안에 대해 ‘짧고 굵게’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품도 깔끔했다. “의견이 다르다고 공격하는 건 옳지 않다”며 이라크 파병을 찬성, ‘뉴스메이커’다운 모습도 여전했다.

호사가들이 ‘여성 대통령 후보’로 꼽는 것에 대해 박 의원은 대답 대신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다음 대선 때 만약 여성들이 추대하면 나설 생각이 있냐는 물음엔 뼈있는 답을 했다. “국민이 밀어준다면 영광이고, 또 기쁘게 받아들여야죠. 하지만 아직 먼 훗날 일인데 누가 장담하겠어요.”

- 그동안 보기 힘들었다.

“대선을 두 번이나 진 만큼 근심이 컸다. 그동안 자중했다. 경제, 과학 쪽 공부를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 미국- 이라크전 파병을 찬성했는데.

“국제연합 동의를 얻진 못했지만 미국은 나름대로 전쟁을 하는 명분이 있다. 그들은 우리와 50년 동맹국이다. 그리고 파병을 요청했다. 다른 선택이 없지 않은가.”

- 여성들의 우려가 크다는 걸 알고 있나.

“민주주의 사회에선 찬반 의견이 나뉘는 게 당연하다. 찬성한 의원을 상대로 낙선운동을 하겠다는 건 극단적인 방식이다. 옳지 않다.”

- 지난해 불거졌던 ‘박근혜 논쟁’을 당사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직도 논쟁거리가 되나(웃음). 앞서 말했듯 나를 두고 여러 이견이 있는 정도로 봤다. 나는 정치인으로서 국민을 대변한다는 소신을 지킬 뿐이다.”

- 어떤 소신인가.

“국민이 믿을 수 있는 정치인, 국민을 책임지는 정치인이 되는 것이다.”

- 소신을 실현할 정치구상이 있나.

“정치개혁 대세를 따라 여성의 정치진출을 늘리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 방안이 있는지.

“돈 선거를 공영제로 바꾸고, ‘제왕적’인 지구당제를 고쳐야 여성에게 기회가 온다. 상향식 공천에 따른 내부경선 때 여성에게 가산점을 주거나, 사고지구당이 생길 때 여성 우선 공천을 해서 결점을 보완해야 한다.”

- 한나라당은 여성 관련 개혁방안을 아직 내지 않았다.

“비례대표 50% 할당은 곧 될 것이다. 지역구 할당이 문제인데, 반대하는 이가 많지 않다. 여성 전용구제 같은 방안은 위헌 가능성이 있다.”

- 노무현 대통령은 정치혁명을 공언했다. 지금 그렇게 가고 있다고 보나.

“시대적 흐름대로 가는 것이다. 초법적으로 가는 건 곤란하다. 대법원이 불법단체로 판결한 한총련을 대통령이 다시 고민하라는 식으로 하는 건 곤란하다.”

- 여성계 현안이 많다.

“핵심은 보육문제, 호주제, 정치참여 확대다. 여성부가 보육 업무를 갖고 가는 건 바람직하다. 호주제도 폐지될 테고, 정치 문제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가고 있다.”

- 내년 총선 계획은.

“대구 달성에서 출마할 생각이다.”

- 달성은 다른 여성 의원이 인계받지 않았나.

“당에 출마를 신청할 생각이고, 또 당에서 결정할 사안이다.”

- 여성 정치인으로 사는 남다른 소회가 있을 텐데.

“2001년 부총재 경선에 나간다고 했더니, 왜 그러냐고 주변에서 말이 많았다. 지금도 이런 편견이 남아 있다. 제도를 보완하고 여성이 적극 나서면 상황은 바뀔 것이다.”

- 여성들이 지지한다면 2007년 대선에 나갈 용의가 있나.

“국민들이 밀어 준다면 그만한 영광이 어디 있겠나. 기쁘게 받아들일 일이다. 하지만 아직 먼 훗날 일 아닌가.”

배영환 기자ddarijo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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