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20일 장애인의 날] 성폭력 피해 신고, 이젠 주저 마세요
[4월20일 장애인의 날] 성폭력 피해 신고, 이젠 주저 마세요
  • 정유미 범죄피해자국선전담변호사
  • 승인 2019.04.20 08:30
  • 수정 2019-04-22 13: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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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차별 겪는 여성장애인
성폭력에 쉽게 노출되고
피해 이후 대처 어려워
국선변호·진술조력인 등
피해자 지원 제도 활용을
정유미 범죄피해자국선전담변호사
정유미 범죄피해자국선전담변호사

한 기관에서 조력을 받는 여성장애인이 성폭행을 당한 후 전화나 외부활동을 피하고, 법정에 출석하는 것을 어려워한다는 연락을 받았다. 당시 피해자는 도움이 필요한데도 ‘모르겠다’는 대답만 반복했는데, 상담을 하며 조력을 약속하자 ‘이웃에게 성폭행을 당했는데, 신고 이후 가해자나 그 지인으로부터 합의서 작성을 강요받고 작성하지 않으면 죽인다는 협박을 당하고 있다. 합의서를 써줘야 하는 지 두렵다’는 이야기를 했다. 피해자가 사람들과 교류가 많지 않아 더 두렵고 죄책감까지 느끼는 듯했으나, 상담을 통해 점점 안정을 찾고 용기를 냈다.

한 피해자는 귀가 잘 들리지 않아서 법정에 가는 것이 창피하다고 어렵게 말을 꺼냈다. 법정에서 계속 다시 묻기도 어렵고, ‘잘못 대답했다가 가해자가 풀려나면 어떡하나’, ‘어려운 말을 이해 못하면 어쩌나’, ‘가해자와 마주쳐야하나’ 걱정한다. 많은 피해자들이 비슷한 걱정을 하는데, 진술조력인이나 피해자국선변호사가 옆에서 조력할 수 있고, 가해자를 보는 것이 두려우면 가해자를 법정에서 퇴정시키거나 차폐시설로 가리고 진술을 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라고 전했다.

교육과 취업 등 여러 분야에서 ‘여성’과 ‘장애인’이라는 이중적 차별과 편견을 경험하는 여성장애인의 경우, 성폭력에 쉽게 노출되고 성폭력 피해 이후 대처하는 것이 어렵다. 특히, 지적장애인의 경우 주변사람에 의해 지속적인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은데, 별다른 협박이나 폭력이 없는 경우에도 성폭행에 해당할 수 있다는 인식이 부족해 방치되다가 더 큰 피해를 입은 후 사건화되기도 한다.

하지만 장애로 항거 곤란한 상태를 이용하거나 위계 또는 위력으로 장애인을 간음·추행한 경우 처벌하고 있고, 저항을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의 폭행·협박이 없어도 ‘사랑한다. 결혼하자’며 위계를 사용한 사례, 차에 태우고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서 ‘안하면 안된다. 해야한다’고 위력을 사용한 사례, 거부하는 피해자에게 ‘휴대폰을 사주겠다’며 간음한 사례 등에서 위계·위력에 의한 간음죄나 장애인준강간죄가 인정되기도 한다.

피해자가 정확한 피해장소와 일시를 모르는 등 구체적인 진술이 어려운 경우에도 주요 부분에 일관된 진술이 있고 가해자를 해코지할만한 이유가 없다면 그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될 수 있다. 또, 의지할 곳이 없는 피해자의 경우 가해자를 찾아가는 등의 행동을 하기도 하나, 이는 친밀한 관계의 부재로 인한 행동일 수 있기에 이를 합의한 성관계라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된다. 지적장애인은 스스로 성폭행을 인지하고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어서 주변의 적극적인 신고와 조력이 필요하다.

물론, 장애여성은 성적 욕구가 없다는 의도로 오해되지 않으면 한다. 장애여성이 ‘욕구를 가져서는 안 되는 존재’라거나 ‘피해대상’으로만 인식되는 것은 견제하고,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성관계의 상대방과 장소·시간 등을 결정할 수 있는 성적 자기결정권을 가진 동등한 존재로 인식되길 바란다. 성 인식 교육이 부족한 현실에서 ‘성적 자유를 행사하는 것’과 ‘자신의 결정권을 침해당하는 것’의 경계를 판단하는 것이 어려울 수 있지만, 법 이전에 상대방을 동등한 인격체로 인지하고, 상대방이 성관계에 동의한 것이 아니라면 그 의사를 그대로 존중해 더 나아가지 않는 것이 바른 성 인식을 전제로 하는 관계형성의 방법이다.

성폭력 피해자로 위축된 상황에서 법적 진행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하지만 피해자국선변호사가 수사진행부터 재판과정까지 피해자를 조력하고, ‘진술조력인’이 피해자가 편안하게 진술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보호자가 가해자인 경우에는 주거지원이나 긴급생계비지원을 하는 ‘범죄피해자지원제도’가 있고, ‘후견인제도’를 통해 가해자에게서 벗어나 새로운 생활을 할 수 있다. 피해자 혼자 또는 그 가족만이 이 과정을 진행한다면 움츠러들 수 있지만, 든든한 내 편이 있다는 마음으로 도움을 요청하면 함께 고민하고 피해자를 대변하는 사람들이 있다. 용기내시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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