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동자들의 보금자리 함께 만들어요”

~11-1.jpg

“비정규직 규모는 50% 정도이고, 이 가운데 여성 비율이 71% 이상인 것으로 나왔다.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가 비정규직 노동자를 거론하는 것은 바로 여성노동자들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한국여성노동자회협의회(이하 한여노협) 이철순(50) 대표가 첫마디를 뗀 것은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문제이다.

그는 “비정규직 문제는 상대적으로 취업이 어려운 결혼한 여성들의 문제만이 아니다”라며 “대학졸업 직후 취업을 하고 싶어도 정규직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외국의 경우를 보면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임금이 훨씬 높다고 말한다. 안정적이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보장을 해주는데 우리 나라의 경우 임금을 줄이는 방안으로 비정규직을 선택해 임금도 낮고, 작업환경도 불안해 문제가 커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이 대표는 비정규직 문제 뿐 아니라 모성보호에 관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출산과 육아는 개인 가정이 모든 것을 담당해야 하는 부분이 아니다. 사회의 노동력 재생산이라는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로 모성권을 보호해야 한다. 말로는 저출산이 문제 있다며 뭔가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실상을 보면 아이가 아프거나 문제가 있을 때 결국 엄마가 직장을 포기해야 한다. 물론 여성의 임금이 남성 임금의 절반 수준이라 어쩔 수 없이 여성이 포기하기도 하지만 과연 임금이 똑같다고 남성이 자신의 일자리를 포기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먼저 남성들의 의식이 전환돼야 하고, 더 욕심을 부리자면 여성이 남성보다 월등히 임금이 많아야 한다. 그래야 모성보호를 외치지 않아도 자연스레 모성을 보호할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될 것이다”

‘여성이 남성보다 월등히 임금이 많아야 한다!!’ 이 대표의 당당한 주장에 귀가 솔깃했다. 그는 또한 출산휴가와 관련해 “지금 출산휴가는 두 달을 회사에서 지원하고, 고용보험으로 한 달 지원을 받는다. 그러나 출산이란 건강과 관련된 내용이기 때문에 건강보험에서 책임지고 출산휴가를 줘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 대표는 외모에서 풍기는 당당함 뿐 아니라 생각 역시 여성노동자들의 어려움을 시원하게 긁어주었다.

한여노협은 지난 3일 전국여성노동조합과 함께 합정동에 마련한 공간 개소식을 가졌다. 새로 사무실을 마련하기 위해 작년 12월부터 4개월 동안 ‘공간마련 벽돌쌓기 운동’을 전개했는데, 이에 대해 “지금까지 685명의 얼굴도 모르는 개인과 85개 단체가 참여했다”며 “기금이 많든 적든 우리 단체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여성 노동운동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시작했다”고 밝혔다.

올해 한여노협의 계획에 대한 질문에 이 대표는 몇 가지를 설명했다. 우선 대통령이 공약한 비정규직의 차별 철폐와 관련해 “먼저 공공기관의 비정규직 실태부터 조사하고 대안을 만들라는 것이 우리의 요구”라며 “한여노협은 현재 학교에 종사하고 있는 비정규직의 실태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음으로는 모성보호법이 어떻게 실현되고 있는지 모니터를 해 실상을 알리고 법적인 강화와 대안을 마련하는 것, 모성보호법이나 여성관련법이 제대로 지켜지기 위해서는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노동문제 해결을 위해 노동 전문가로 구성된 ‘노동법원’을 제안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한여노협과 관련된 사업 외에도 요즘 고민하는 개인의 생각을 밝혔다.

“운동은 생활운동이다. 내가 어렵고 힘든 일이면 다른 사람에게도 어렵다. 그것을 풀어나가는 것이 바로 우리 활동가들의 몫인데, 그런 활동가들의 의식전환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제도를 만들어 나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지켜나가고 어디까지 파고 들 것인가는 바로 사람이 해야 할 일이기에 더욱 의식전환에 대해 생각했다”

이철순 씨는 1992년에 조직된 한여노협에서 1996년부터 대표직을 맡고 있다. 그는 말 그대로 노동현장에서 뼈가 굵은 여성노동운동가다.

동김성혜 기자dong@womennews.co.kr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