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임신초기 낙태 금지는 여성의 자기결정권 과도하게 침해”
헌재, “임신초기 낙태 금지는 여성의 자기결정권 과도하게 침해”
  • 진주원 기자
  • 승인 2019.04.11 16:09
  • 수정 2019-04-11 23: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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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남석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재판관들이 낙태죄 처벌 위헌 여부를 판결하기 위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착석해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헌법재판소가 11일 낙태죄를 처벌하는 현행법이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는 ‘헌법 불합치’로 판결을 내렸다. 특히 임신 초기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해 위헌이라고 봤다.

헌재는 이날 오후 2시 대심판정에서 낙태죄 처벌 조항인 형법 제269조 1항(동의낙태죄)과 제270조 1항(자기낙태죄)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을 통해 이같이 선고했다.

헌재는 결정주문을 통해 “제269조 제1항, 제270조 제1항 중 ‘의사’에 관한 부분은 모두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위 조항들은 2020년 13월 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고 선고했다.

헌재는 “낙태를 전면금지하는 것은 위헌”이라면서 “임신 초기의 낙태를 금지하는 것은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고 보고 “임신 초기의 낙태를 허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기낙태죄’로 불리는 형법 269조는 임신한 여성이 낙태한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한다는 내용이다.

현재 자기낙태죄 조항은 모자보건법에서 정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결정가능기간 중에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이유로 낙태갈등 상황을 겪고 있는 경우 까지도 예외없이 전면적·일률적으로 임신의 유지 및 출산을 강제하고, 이를 위한반 경우 형사처벌하고 있다.

유남석·서기석·이선애·이영진 재판관의 헌법불합치 의견으로는 모자보건법상의 낙태 정당화 사유에는 다양하고 광범위한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 갈등 상황이 전혀 포섭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자기낙태죄 조항은 입법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정도를 넘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고 있어 침해의 최소성을 갖추지 못했고, 태아의 생명 보호라는 공익에 대해서만 일방적이고 절대적인 우위를 부여함으로써 법익균형성의 원칙도 위반해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규정으로 봤다.

또 낙태갈등 상황에서 형벌이 임신한 여성의 낙태 여부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사실과, 실제로 형사처벌 되는 사례도 매우 드물다는 현실에 비춰보면, 자기낙태죄 조항이 낙태갈등 상황에서 태아의 생명 보호를 실효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입법자는 낙태의 형사처벌에 대한 규율을 형성함에 있어서 결정가능기간을 어떻게 정하고 결정가능기간의 종기를 언제까지로 할지, 태아의 생명 보호와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의 실현을 최적화할 수 있는 해법을 마련하기 위해 결정가능기간 중 일정한 시기까지는 사회적·경제적 사유에 대한 확인을 요구하지 않을 것인지 여부를 포함해 결정가능기간과 사회적·경제적 사유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조합할 것인지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으로는 "태아가 모체를 떠난 상태에서 독자적으로 생존할 수 있는 시점인 임신 22주 내외에 도달하기 전이면서, 동시에 임신 유지와 출산 여부에 대해 자기 결정권을 행사하기에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는 시기까지의 낙태는 국가가 생명보호의 수단과 정도를 달리 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석태·이은애·김기영 재판관의 단순위헌 의견으로는 임신 제1삼분기(14주)에는 어떠한 사유를 요구함 없이 임신한 여성이 자신의 숙고와 판단아래 낙태할 수 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임신 제1삼분기에 이루어진 낙태에 대하여 처벌하는 부분은 그 위헌성이 명확하여 처벌의 범위가 불확실하다고 볼 수 없고, 또 제1삼분기에 이루어지는 낙태의 처벌 여부에 대해서는 입법자의 입법재량이 인정될 여지도 없으므로 헌법불합치의 불가피성이 인정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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