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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는 키가 작고 학습 적응력도 좀 떨어지는 초등학교 2학년 여자아이다. 작년 2학기가 끝날 즘에 너무 기가 막힌 일을 당했다. 같은 반 남자아이들 몇 명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것이다. 처음엔 어린아이들이 무슨 폭행인가 했지만 전후 상황을 듣고 단순 폭행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폭행을 주도한 남학생의 부모는 같은 학교 교사이고, 그 아이는 2학기 동안 반장을 했다. 처음엔 우리 아이가 약해서 그런 일이 발생했다고 생각하고 무척 속이 상했다. 안경 밑과 가슴 부분을 수 차례 맞았고 특히 성기 부분을 심하게 맞아서 피멍이 들었을 정도다. 다행히 내부의 자궁이 다친 것은 아니지만 외부 성기가 손상을 입어 산부인과 치료까지 받았다.

문제는 여기서 끝난 게 아니었다. 우리 아이뿐 아니라 여학생들을 우습게 보고 폭행을 일삼는다는 것을 알았다. 부모가 교사라는 든든한 받침이 있어서 그런지 수시로 여학생들에게 성희롱을 했다. 교실에서 고추를 내놓고 장난을 치며 여학생들을 위협하기도 하고, 의도적으로 약한 여학생들의 가슴을 때리며 툭툭 치기도 했다. 어떤 경우에는 ‘야 이 바보야’하며 심하게 놀린다는 얘기를 듣고 내 상식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담임 선생님에게 이 상황을 얘기했더니 ‘아이들이 그럴 수도 있지요’ 하며 이 사실에 대해 너무 가볍게 생각했다”

지난 2월 (사)참교육을 위한 전국 학부모회(회장 박경양, 이하 참교육학부모회) 상담실에 접수된 어느 아버지의 상담 내용이다.

참교육학부모회 노원재 상담부장은 “아직 남학생들이 어리기는 하지만 그 행동은 분명 성희롱이며 성폭행”이라며 “약자를 계획적으로 공격하며 폭행하는 습관이 계속되면 학년이 올라가도 악순환은 계속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교사가 이런 심각한 상황을 방치한다면 문제가 더욱 커질 수 있다”며 “초등 2학년은 아직 2차 성징이 나타나지 않은 나이라 성에 대해 왜곡된 인식과 공포감을 형성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상담을 의뢰한 아버지는 “아이들의 이런 행동은 성교육의 부재에서 온 것이다”라며 “초등학교는 물론 유치원 때부터 성지식이 아닌 실질적인 성교육을 교육정책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만화 속 여성상 현실과 혼동

노 부장은 남학생들이 여학생을 우습게 보고 아무 거리낌없이 성적인 폭행을 하는 원인으로 ‘인터넷’을 지목하며, 그런 행동을 하는 남학생 역시 피해자임을 강조했다.

대부분의 어린이들이 인터넷 음란물을 접하는 것은 우연이거나 타의에 의해서다. 주부 김영미(36·서울 창신동)씨는 초등학교 3학년인 아들이 성과 관련한 질문을 자주 해서 처음엔 그냥 호기심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 여자들은 왜 가슴을 만지고 때리면 좋아해?”라고 물었다. 너무 놀라 어디서 그런 이야기를 들었는지 무엇을 봤는지 추궁했다. 알고 보니 아이가 인터넷에 있는 만화의 장면을 보고 질문해, 자주 가는 만화사이트에 직접 들어갔다고 한다. 대부분의 여자들은 비키니 수준의 벗은 차림이고, 키스하는 장면은 기본이다. 맛보기 만화에 들어가니 성인만화가 아닌 무협만화, 순정만화인데도 정사 장면이 많이 나와 누가 볼까 민망해 급히 나왔다고 한다.

같은 고민을 하던 최경숙(37·인천 연수동)씨도 고민하다가 생각을 바꿔 초등학교 2학년인 둘째 아들과 함께 인터넷 사이트를 둘러보며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최씨는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놀란 것은 음란물이나 유해 사이트가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뿐 아니라 여성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를 매우 왜곡시키고 있음을 느꼈다”고 솔직한 심정을 토로했다. 아이의 표현을 빌자면 “여자들은 일도 하지 않고 놀러 다니며 물건 사기를 좋아하고, 남자친구가 없으면 매우 슬퍼한다”는 것이다.

특히 어린이 만화 사이트에 소개된 만화의 여주인공 대부분이 아이가 바라보는 대로 그려져 있다. 초등생들은 그 이미지를 그대로 흡수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최씨가 “엄마도 여자인데. 네가 보기에 엄마도 그러니”하고 되물으니까 아이가 한참을 생각하다가 “음… 엄마는 엄마잖아”라고 했다고 한다. 그 이후 최씨는 거의 한 달에 걸쳐 아이와 대화를 시도했고, 그 이면에 깔린 여성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많이 지적했다. 이 문제에 대해 한 성교육 전문 교사는 “인터넷상에 있는 음란물이나 유해 사이트를 아이들 스스로가 걸러내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성교육이 절실하다”며 “이뿐만 아니라 여성에 대한 왜곡된 이미지를 벗어나 건강한 여성상, 올바른 여성상을 심어주는 교육도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김성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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