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의 젠더폴리틱스] 상전벽해(桑田碧海) 민심과 여심
[김형준의 젠더폴리틱스] 상전벽해(桑田碧海) 민심과 여심
  •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 승인 2019.04.14 00:24
  • 수정 2019-04-14 0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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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민심 흐름을 바꾸고 있다
©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민심의 흐름이 예사롭지 않다. 4·3 보궐선거에서 여당은 5곳의 선거구 중 단 한 곳에서도 승리하지 못했다. 불과 10개월전 민주당이 압승했던 6·13 지방선거와 비교해 보면 민심이 상전벽해(桑田碧海)처럼 변하고 있다. 덩달아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도 추락하고 있다. 한국갤럽의 4월 첫째 주(2~4일) 조사에 따르면, 긍정 평가가 취임 후 최저치인 41%였고, 부정 평가는 최고치인 49%였다.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 추이에서 두 가지의 큰 흐름이 발견된다. 하나는 주부층의 이탈이다. 작년 6·13 지방선거 직후 실시된 한국 갤럽 조사(6월14일)에서 이들 계층의 대통령 직무 수행 긍정 평가는 72%였는데 이번 조사에서는 32%로 반 토막 이상 추락했다. 전국 평균보다 9%포인트(p) 적었다.

한편, 이 계층에서 작년 13%에 불과했던 부정 평가는 최근 4배 이상 늘어난 57%였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이 주된 요인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법정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소득 감소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갤럽 조사에서, 법정근로시간 단축(주당 68시간→52시간)에 대해 물어본 결과, 50%가 ‘잘된 일’, 40%가 ‘잘못된 일’로 평가했다. 근로시간 단축 긍정 평가자에게 그 이유를 물은 결과, ‘여유·휴식·개인 취미 생활 가능’(31%), ‘근로시간 과다·다른 나라 대비 길었음’(17%), ‘복지·삶의 질 향상’(10%), ‘과로·초과 근무·노동 착취 예방’,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 늘어날 것’(이상 8%) 등을 응답했다. 전반적으로 ‘일과 삶의 균형을 의미하는 워라밸(Work & Life Balance)’ 실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반면 근로시간 단축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그 이유로 가장 많은 34%가 ‘소득·수입·급여 감소’(34%)였다. 그 다음으로 ‘지금도 너무 많이 논다·근로시간 길지 않음’, ‘자율/탄력적 적용 필요’(이상 12%), ‘개인사업자·자영업자에 불리·인건비 증가’(10%), ‘실효성·편법·일자리 늘지 않을 것’(9%) 등을 지적했다. 주부층에서는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 부정 평가(47%)가 긍정(35%)보다 훨씬 높았다. 이들에게는 소득 감소로 인해 워라밸을 느낄만한 여유가 없다는 것이 함축되어 있다.

또 다른 흐름은 20대 남성들의 대반란이다. 한국 갤럽의 2019년 3월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도 조사 결과, 20대 남성의 긍정 비율은 34%인 반면 부정 비율은 53%였다. 보수 성향의 60대 이상 연령층(긍정 33%, 부정 59%)과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이를 근거로 20대 남성이 보수화되고 있다는 주장마저 나온다. 그러데 대조적으로 20대 여성에서는 긍정 평가가 55%, 부정 평가는 28%였다.

그렇다면 20대 남성의 문재인 정부에 대한 지지 철회와 20대 남녀 차이의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사회 일각에서는 여성들의 집단 이기주의, 심지어 과격한 페미니즘에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일자리 걱정과 젠더 갈등으로 20대 남성이 정부에 등을 돌린다는 주장도 있다. 이것은 인과관계가 잘못된 분석이다. 현 정부가 남성을 차별하고 여성에게만 우호적인 정책을 펼쳤다면 이런 주장은 맞다.

그런데, 현실은 다르다. 여성 시민단체 ‘불편한 용기’는 여성 차별과 여성 혐오를 타파하기 위해 대규모 집회를 벌이지 않았는가? 최근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와 카카오같이가치가 공동으로 조사해 발간한 ‘대한민국 행복 리포트 2019’에서 20·30대 여성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행복감이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 20대와 30대 여성은 물질주의가 가장 심하고 감사 지수(감사함을 느끼는 정도)는 가장 낮았으며, 신경증(정서 불안)은 가장 많았다. 남과 비교하는 경향도 높았다. 이런 조사가 주는 함의는 20~30대 여성들은 현재 인내심을 갖고 정부의 여성정책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다. 하지만 향후 체감할 수 있는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언제든지 등을 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20대 남성들이 현실이 자신의 기대 상승을 만족시켜주지 못하면서 폭발한 것과 같이 상황이 젊은 여성에게도 발생할 수 있다. 단언컨대, 20대 남녀 간에 국정 운영 지지율 차이는 결코 젠더 갈등 때문이 아니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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