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 ‘보호처분’ 아래 ‘처벌’ 받는 아이들
자발적·비자발적 구분해
징계 받는 아동·청소년들
성매매 유입 청소년 46.5%
“보호처분은 처벌” 인식
피해 당하고도 처벌 협박에
신고 조차 못해

한 남성이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살펴보고 있다.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아동 청소년 대상 성매매가 급증하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한 남성이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살펴보고 있다.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아동 청소년 대상 성매매가 급증하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조건만남 해, 안하면 네 부모님과 지인들에게 알릴꺼야.”

A(26)는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만난 열 다섯 살 B에게 “시키는 대로 하라”고 협박했다. 그동안 성매매를 했다는 사실을 주변에 알리겠다는 말에 B는 성매매에 내몰릴 수 밖에 없었다. A는 B에게 성매매를 시켜 받은 15만원 중 5만원을 빼앗았다. 성매매 강요는 한 달이나 지속됐다. A는 B 외에도 16세 C씨는 10대 여성들을 상대로 비슷한 방법으로 성매매를 강요한 혐의를 받았다. 결국 지난 2월 대전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정정미)는 A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B 사례는 상대적으로 다행인 경우다. 국가인권위원회의 2016년 ‘아동·청소년 성매매 환경 및 인권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성매매 유입 경험이 있는 19세 미만 청소년 103명 중 80%가 다양한 형태의 부당한 일을 겪었다. ‘콘돔을 사용하지 않았다’(61.2%)가 가장 많았고, ‘약속한 만큼의 돈을 주지 않았다’(53.4%), ‘성병 등 성 매개 질환에 감영된 경우가 있다’(47.6%) 등이 뒤를 이었다. 또 욕설이나 폭행, 협박을 당하거나(36.9%), 가족, 친구들에게 알리겠다고 협박 당하고(19.4%) 동영상 촬영(15.5.%)이나 강간 피해(14.6%)를 입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성매매에 유입된 청소년 상당수는 성매수자나 성매매 알선자의 협박 때문에 성착취를 당하면서도 경찰에 신고하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성매매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처벌 받는다는 인식이 청소년의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성을 사는 어른들도 이것을 협박의 빌미로 이용하기도 한다. 여성단체들은 “현행 아청법은 피해자를 보호하는 법률이 아니라 처벌하는 법률”이라고 비판한다.

지난 1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개정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지난 1월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개정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발족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0대 성매매 문제는 인권의 사각지대다. 현행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은 아동·청소년이 위력이나 위계, 강요에 의해 성매매를 한 경우에만 ‘피해아동·청소년’으로 보호한다. 수사과정에서 성매매에 가담했다는 점이 인지되면, 해바라기센터 지원부터 수사재판과정에서의 배려, 증인진술 시 영상녹화, 신뢰관계인 동석 등의 지원이 끊긴다. 국선변호사의 조력도 받을 수 없다.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성범죄 피해자 유형에 성매매가 빠져있어서다. 성매매 가담자로 분류되는 아이들은 포승줄에 묶여 분류심사원을 머물다가 ‘대상아동·청소년’으로 분류돼 소년법상 보호처분을 받기도 한다. 이들에게 적용되는 보호처분은 감호위탁·소년원송치 등 신체의 자유를 제약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른바 ‘하은이 사건’이 대표적인 사례다. 2014년 7세의 지능을 가진 13세 하은이(가명)가 가출한 뒤 성인 남성들에 의해 모텔에 유인돼 성적 착취를 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검찰은 남성들이 하은이에게 사준 떡볶이 등을 일종의 ‘화대’로 봤고 하은이는 성폭행 피해자가 아닌 대상청소년으로 분류됐다. 이 때문에 국선변호사의 변호도 성폭력 피해자를 돕는 해바라기센터의 지원도 받을 수 없었다.

법무부는 보호처분을 청소년 보호를 위한 수단이라고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 청소년들에게는 사실상 처벌처럼 받아들여진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서 성매매를 경험한 청소년(103명)의 46.6%가 보호처분에 대해 ‘처벌을 받는다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아이들의 ‘동의’가 성매매와 성착취를 가르는 기준이 되고 성매매로 인식하면 사실상 처벌하는 법 조항은 성착취를 당하는 아이들의 침묵을 부추긴다.

여성단체들은 “성착취 피해의 대상이 된 청소년을 보호라는 명분 아래 사실상 처벌하는 법 규정을 이제는 시급히 바꿔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국회에는 ‘대상아동·청소년’ 조항을 삭제하고 성착취 피해 아동 보호와 지원을 강화하는 아청법 일부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여성가족위원회는 통과했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1년째 잠자고 있다. 아청법 개정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사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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