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세대들의 소비 변화
신선식품도 ‘모바일로 장보기’
새벽배송 시장 40배 급성장
엄마들 '적정 행복' 중시
가사노동에 대한 가치관 변화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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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등학생 두 자녀를 둔 이현진(37)씨는 일주일에 한두 번씩 모바일로 장을 본다. 우유나 계란 등의 생필품은 물론 간편식과 밑반찬까지, 식사에 필요한 모든 것이 클릭 몇 번으로 해결된다. 이 씨는 “야채나 과일은 직접 보고 사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주문해보니 신선도나 맛에 있어 부족함이 없다”고 했다.

# 유치원생 딸을 둔 박주연(34) 씨는 식재료 ‘새벽배송’을 즐겨 이용한다. 박 씨는 “한식 특성상 재료 손질에 손이 많이 가는데, 채소와 고기, 소스까지 들어있는 패키지를 뜯어서 그대로 조리하면 훌륭한 음식이 완성된다”며 “전날 주문한 반찬 및 식재료가 새벽에 도착해 있어 너무 편리하다”고 했다.

가정식이 변화하고 있다. 재료를 다듬고 요리하는 ‘엄마표’ 집밥 대신, 편리한 간편식이 식탁을 점령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출생한 세대)를 중심으로, 기성 세대와 다른 엄마들의 소비 문화가 집밥의 트렌드 변화를 이끌고 있다. 엄마들의 ‘절대 희생’이 아닌 ‘적정 행복’이 중시되는 까닭이다.

2018년 소확행(일상에서 느끼는 작지만 확실한 실현 가능한 행복)이 대세였다면, 2019년 소비 트렌드는 자기 계발을 중시하는 소비 현상이다. 자기애가 확실한 밀레니얼 세대의 엄마들은 로봇청소기와 빨래건조기, 식기세척기 등에 집안일을 맡기고 여가를 즐기거나 자신을 가꾸는 데 시간을 투자한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2019년 소비 트렌드로 “TV에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있다면 밀레니얼 가족의 집엔 밥 잘 사주는 예쁜 ‘엄마’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집밥은 ‘집에서 하는 밥’이 아니라 ‘집에서 먹는 밥’의 의미로 바뀌고 있다. ‘엄마의 맛’으로 대표되던 집밥은 여성에게 부여되던 ‘부엌 노동’의 독점에 기반했었기 때문이다.

밀레니얼 세대에서 우선순위는 ‘가족’이 아닌 ‘나’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업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은 ‘2019년 글로벌 소비자 트렌드’로 자신의 기준에 적합한 소비를 추구하는 똑똑한 소비자가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자신을 중심에 놓고 소비를 결정하는 주체적인 소비 문화는 식탁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를 보인다. 편리함과 시간 단축에 따른 간편식의 대중화가 보편화됐다. 유통계의 화두인 온라인 마켓의 ‘새벽배송’은 이러한 가정식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수요 확대로 시장도 활개를 띠면서, 새벽 배송 시장 규모는 2015년 100억 원 수준에서 2018년 4000억 원 규모로 무려 40배 가량 급성장했다. 1인 가구의 증가 및 집밥 노동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편리함과 가성비가 이러한 변화를 지속적으로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2018 농식품 소비 트렌드’에 따르면 소비자들은 농식품을 살 때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고, 쌀보다는 즉석밥과 가정간편식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신선한 농식품을 구매하기 위해 새벽 배송을 선호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시장의 변화도 두드러진다. 지난해 국민 1인당 연평균 쌀 소비량은 61kg으로, 9년새 13kg 줄었다. 4인 가족이 한달 동안 먹을 수 있었던 쌀 20kg의 포장 단위는 이제 10kg이나 4kg의 소포장으로 점차 변화하고 있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는 “가사노동이 가치로 환산되지 않는 것에 대한 부당함이 이러한 변화를 이끈 것”이라며 “세계적인 흐름이지만, 가부장적 문화가 강했던 한국에서 더욱 두드러진 변화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어 “베이비부머 세대를 보고 자란 밀레니얼 세대들은, 왜 여성이 슈퍼우먼으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을 것”이라며 “‘엄마처럼 살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시작된 가치관의 변화는 자아성취를 추구하는 트렌드로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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