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은주 전북 정읍시의원
소싸움대회 반대운동 시위하다 의회로
“나부터 내 삶을 인정할 수 있어야”

김은주 전북 정읍시의원
김은주 전북 정읍시의원

 

전국에서 소를 가장 많이 키우는 지역인 전북 정읍시에서 올해 23회째인 소싸움대회 예산이 대폭 삭감되자 동물보호단체 등이 두 팔 벌려 환영하고 나섰다. 지난해 가을 2019년도 본예산 심의 과정에서 1/3 정도가 깎였는데, 지난 3월 추가경정예산안에 감액분이 포함됐고, 다시 전액 폐지됐다.

그동안 축제 비용은 전부 지역 예산으로 충당되고 있었다. 이 문제를 지적한 이가 김은주 전북 정읍시의원(기초)의원이다. “국화축제를 하면 국화 묘종 값, 퇴비값을 다 대줍니까? 정읍은 싸움소 종자값, 육성 개량비까지 다 지원합니다. 한 단체가 독점해서 예산을 받아왔고요. 지역 명물도 아니고 그들만의 잔치입니다.” 정읍시의회에서 당시 유일한 정의당 소속이었지만 다른 정당 의원들을 일일이 설득해 예산 삭감을 관철시켰다.

광주광역시가 고향이고, 오랫동안 서울에서 생활했던 김 의원은 연고도 없는 정읍으로 귀농해 네 번째 봄을 맞고 있다. 소싸움반대 시민단체에서 활동하게 됐고 3개월간 매주 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마침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비례대표 후보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던 정의당에서, 당원인 그가 등 떠밀려 출마했다.

순탄치 않은 예산 의결과정에서 갈등도 적지 않았다. 그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해명을 요구한 시민에게 욕설을 해 의회에서 경고를 받았고 당에서 제명돼 현재 무소속이다. 김 의원은 “욕설을 한 것은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잘못된 행동이었으며 불미스런 행동으로 마음의 상처를 받은 시민에게 머리숙여 사과한다”고 말했다.

의정활동에서 그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소싸움축제 예산으로 갈등관계에 있었던 축제 이해 당사자들보다, ‘이혼한 여자’라는 낙인과 음해성 소문이다. 심지어 이해관계가 없는 평범한 마을 주민들도 그의 사생활에 대해 끊임없이 이야기를 지어내 비방한다. 연고 없는 여성이 홀로 이사를 와서 얼마 후 정치인이 됐고 알고 보니 이혼한 경험이 있다는 사실은 조용한 소도시에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조카에게 명품 가방을 선물받았는데 스폰서가 사줬다는 소문이 났다. 그런가하면 2005년식 중고 코란도 지프차를 장만해 집 앞에 세워놨더니 ‘이번엔 코란도 타는 남자랑 만난다’고 하더라. 이런 소문이 끊임없이 생겨난다.”

김 의원은 한부모지원조례를 발의해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처음엔 불면증이 올 정도로 힘들어서 어디 가서 한부모가족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조례가 통과되면 이제 떳떳하게 밝히고 한부모가족들을 만나 얘기를 듣고 만들어보려고 한다”고 했다.

그는 사회와 함께 스스로의 변화를 강조했다. “다양한 형태의 삶을 사회도 인정해야 하지만 사회가 만든 보편적인 기준, 타인의 시선에 따라 행동하지 말고 과감히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 나부터 내 삶을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사회도 인정해준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