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성평등 희망 안고 여성마라톤 달립니다”
“양성평등 희망 안고 여성마라톤 달립니다”
  • 두정아 기자
  • 승인 2019.04.12 10:53
  • 수정 2019-04-14 0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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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제임스 최 주한호주대사
발로 뛰는 ‘직접 소통’ 중시
사이클·마라톤 ‘스포츠 마니아’
‘여성마라톤대회’ 3년째 참가
제임스 최 주한호주대사가 2일 서울 광화문 주한호주대사관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제임스 최 주한호주대사가 2일 서울 광화문 주한호주대사관에서 여성신문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사람들은 그를 ‘발로 뛰는 외교관’이라고 부른다. 예능프로그램 출연부터 특강이나 기부 등의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국민과 직접 소통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2016년 12월 부임한 제임스 최(49) 주한호주대사는 지난 3년간 한국과 호주의 관계를 더욱 친밀히 하는데 일조한 일등 공신으로 꼽힌다. 그의 활동 반경은 그야말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수준이다. 호주를 알리기 위한 공식행사뿐 아니라, 한국 곳곳에서 열리는 다양한 의미있는 행사에도 적극적으로 참석하기로 유명하다.

“최선을 다해 대중과 교류하려 노력하는 이유는 ‘소통’이 주는 가치 때문입니다. 외교라는 것이 정부 대 정부 간의 커뮤니케이션에 국한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24시간 뉴스와 SNS 사이클이 돌아가는 시대에 대중과의 소통, 직접적인 교류는 정말 중요한 요소입니다.”

최 대사는 1994년 한국계 최초로 호주 외교통상부에 입부해 화제를 모은 인물이다. 네 살 때 호주에 이민 간 후 시드니대에서 법학·경제학을 전공한 그는 “주한호주대사가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며 “호주를 대표해 한국에 온 것 자체가 영광”이라고 했다.

그는 “호주를 보여주는 하나의 예”라고 표현했다. 이민자에게도 다양한 기회를 제공하는 국가로서, 이민자를 사회의 일원으로 잘 받아들이고, 호주를 대표할 수 있는 자리에 오를 기회를 주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가 ‘최초’의 타이틀을 끊은 후, 많은 한국계 호주인들이 외교통상부에서 일하고 있다.

“20년 전 서기관으로 주한호주대사관에서 근무했을 당시 종로에 피맛골이 있었어요. 거기에 자주 가던 고기집도 있었지요. 이제는 고층 건물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2017년에 방문한 부산 해운대는 거대한 상업지구로 변해 못 알아볼 정도더군요. 한국은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놀라운 경제적인 발전은 물론 국제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큰 영향력으로 보이고 있지요. 한국의 과거와 현재는 그야말로 천양지차입니다.”

그는 한국의 양성평등에 대한 변화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주한호주대사관은 3·8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성 평등 사회 조성을 위한 기부금 전달식을 열기도 했다. 지난 1월 있었던 ‘2019 호주의 날’ 행사를 통해 마련된 기부금을, 성 평등 사회를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한국여성재단에 기부했다. 그는 ‘미투’ 등 한국의 양성평등을 위한 움직임이 매우 고무적이었다고 했다.

제임스 최 주한호주대사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제임스 최 주한호주대사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훨씬 이전에 일어났어야 할, 굉장히 긍정적인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의 세미나와 회의에 참석하면 남성분들만 있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호주도 가야 할 길이 먼 것은 사실입니다만, 젠더의 다양성 측면에 있어 국가적으로 인식을 확고하게 하고 있어요. 성에 기반한 차별 등은 절대 용인하지 않습니다.”

호주에는 1984년 UN국제법에 의거해 성차별 금지 법안이 만들어졌다. 또한 근로 양성평등처를 통해 기업에 성 평등과 관련한 데이터를 의무적으로 매년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데이터 취합만으로도 기업들 스스로 성 평등의 필요성을 인식하게 되고, 연봉이나 처우 측면에 남녀차별은 없는지를 스스로 돌아보고 인식을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나라 자체가 다양성을 하나의 큰 힘으로 보고 있습니다. 성차별이 없을수록 경영이 잘되고 수익성도 좋아진다는 것을 모두가 깨닫고 있지요. 성차별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굳건한 법규가 있어야 합니다. 작년 호주의 근로 양성평등처장이 내한해 양성평등에 대한 정책을 공유하며 협력방안을 나누었는데, 한국에서 큰 관심을 보여주셨습니다. 한국에서도 담론을 통해 정책이 만들어지거나 실질적인 방안들이 따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 대사는 무엇보다 ‘남성의 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성의 권익신장이 단순히 여성 사이에서만 논의되거나 주창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산업을 대표하는 분들이 챔피언이 되어 변화를 이끌어 나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최 대사가 지난 3일 개최된 ‘100인 기부릴레이 2019 발대식’에 참여한 것도 일맥상통한다. ‘100인 기부릴레이’는 한국여성재단이 2003년부터 시작한 행사로, 100인의 이끔이를 중심으로 한 달 동안 다양한 주자들이 참여하여 기부를 이어가는 모금캠페인이다. 기부금은 성 평등사회 조성에 사용된다.

“제가 이번에 ‘100인 기부릴레이’에 참여하게 된 것은 호주 정부의 양성평등 해결을 위한 강한 의지도 반영되어 있습니다. 미약하나마 작은 참여를 통해 양성평등 문제의 목소리를 강화하는데 기여하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많은 남성들이 참여했으면 하는 희망이 있습니다.”

제임스 최 주한호주대사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제임스 최 주한호주대사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국여성재단과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협력을 강화해나갈 예정이라는 그는 “나눔이라는 것은 기부도 중요하지만, 경험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며 “호주에서 양성평등에 관해 겪어왔던 경험을 나누고, 어떠한 두려움 없이 말을 할 수 있는 환경이나 자세를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소통을 중시하는 그의 철학은 스포츠와 맞물리며 더욱 확장됐다. ‘스포츠 마니아’인 그는 요즘 사이클과 마라톤을 즐긴다. 오는 5월4일 개최되는 제19회 여성마라톤대회에도 참여한다. 이번이 세 번째 참여다. 

“‘여성마라톤대회’는 성 평등을 지지할 수 있는 행사라 더욱 뜻 깊습니다. 양성평등은 하루아침에 결론 낼 수 있는 문제는 아니기 때문에 인내심과 꾸준한 관심을 가지고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요. 마라톤과 잘 맞아떨어지는 주제입니다. 세 번째 참여라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여성마라톤대회’에 참가하는 이들에게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왜 뛰는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양성평등이라는 주제가 각계각층, 남녀노소에게 중요한 부분임을 꼭 잊지 말길 바란다”고 했다.

“의미적으로도 좋은 일이기도 하지만, 마라톤은 재미있고 즐거운 일이지요. 건강에도 좋은 일임은 틀림없습니다. 당일 레이스에서 많은 분을 만나 뵙길 고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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