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미성년

 

윤아(왼쪽)와 주리는 산산조각난 가족 앞에서도 당당함을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쇼박스
윤아(왼쪽)와 주리는 부모의 불륜 사실을 알고도 줄곧 당당하게 행동한다. ⓒ쇼박스

세상에는 절대적인 분노도, 슬픔도 없다. 모든 인간의 내면에는 다양한 감정이 존재한다. 갑작스러운 충격적인 사실을 듣고도 복잡한 기분이 드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11일 개봉하는 영화 ‘미성년’은 불륜으로 무너진 가정의 당사자들을 통해 인간의 미묘한 감정선을 포착해낸다.

고교 2학년생 주리(김혜준)는 우연히 아빠 대원(김윤석)의 불륜 사실을 알게 된다. 불륜 상대는 같은 학교 동급생 윤아(박세진)의 엄마 미희(김소진)이다. 주리는 엄마 영주(염정아)에게 이 사실을 숨기려고. 하지만 윤아는 엄마가 배가 불러온다며 영주에게 이 사실을 폭로한다. 평범했던 두 가족에게 냉기가 스며든다.

어른이라고 모든 일을 매끄럽게 대응하지는 못한다. 엎질러진 물 앞에서는 누구나 당황스럽고 황당하기까지 하다. 평소에도 어딘가 멍한 얼굴의 영주와 병원에 입원하고 나서 괜히 주변 사람들에게 성질을 내는 미희는 어딘가 미숙하게 보인다. 반면 왜 불륜을 저질렀는지 묻고 싶어 대원을 쫓아가고, 힘든 순간 서로 의지하는 주리와 윤아는 어른스럽게 그려진다. 시간이 흘러 성장한 어른과 내적으로 성숙한 아이를 통해 미성년과 성년의 차이가 무엇인지 묻는다.

'미성년'의 한 장면. ⓒ쇼박스
'미성년'의 한 장면. ⓒ쇼박스

불륜의 시작점이자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남성 주인공인 대원이 갈수록 극의 주변 인물로 그려진다. 변명과 회피만 늘어놓는 대원은 중심서사에서 점차 멀어진다. 정면 모습이 등장하는 컷도 보기 어렵다. ‘추격자’(2008), ‘도둑들’(2012)에서 강한 남성성을 연기한 배우 김윤석은 자신이 연기해온 인물들로부터 일부러 멀어지려는 영리함을 보여준다.

이 영화의 완성도의 한 축은 슬픔과 외로움, 분노, 공허함을 교차적으로 그려내는 배우들에게 있다. 염정아와 김소진은 절망적인 현실에서도 분노를 절제하며 표현할 줄 안다. 이들이 뿜어내는 깊은 목소리는 분노보다는 슬픔이 서려 있다. 부정하고 싶은 현실에서도 똑 부러지는 태도를 보여주는 신인 박세진과 김혜준을 보는 것도 신선한 재미가 있다. 15세 관람가. 9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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