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왼쪽)이 국회 본회의장 아이동반 출입을 요청한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불허하는 내용의 공문을 4일 발송했다.
문희상 국회의장(왼쪽)이 국회 본회의장 아이동반 출입을 요청한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불허하는 내용의 공문을 4일 발송했다.

“국회의원들의 의안 심의권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방해받아서는 안 된다.”

문희상 국회의장이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의 국회 본회의장에 영아의 동반 출입 요청을 이같은 이유로 불허한다고 4일 통보했다. 지난 3월 28일 문 의장에게 공문을 보내 회신을 기다리던 신 의원은 이날 오후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어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의장이 신 의원실에 보낸 회신 공문에 따르면 현행 국회법은 국회의원과 의안 심의에 필요한 필수 인원만 본회의장 출입을 허용하고 있고, 국가원수급 또는 이에 준하는 의회 의장 등 외빈의 국회 방문 시 제한적으로 본회의장 출입을 의장이 허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영아의 본회의장 출입 문제는 의안 심의 등 본회의 운영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국회의원들의 의안 심의권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방해받아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행법 하에서는 영아를 동반하지 않고서는 의안 심의가 불가능한 부득이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만 예외 문제를 고민해 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의장은 특히, 신 의원이 작년 9월에 발의한 ‘24개월 이하 영아의 회의장 동반 출입을 허용’하는 국회법 개정안이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상황에서, 의장이 본회의장 출입을 선제적으로 허가할 경우 다른 의원들의 입법 심의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거부의 사유로 들었다.

그러나 외국의 여러 의회에 정치인들이 아이를 동반하고 등장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문 의장의 판단은 ‘시대에 뒤떨어진 결정’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뉴질랜드 저신다 아던 총리는 유엔총회에 생후 3개월된 딸을, 미국 타미 덕워스 민주당 상원의원은 생후 10일 된 딸과 함께 상원의회에 참석했다. 이외에도 의회에서 아기에게 모유 수유하는 의원도 목격됐다.

신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이번 결정으로 국회가 일가정양립에 대한 공감과 의지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우리 국회가 노키즈 존이 되겠다는 것인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가장 선진적이고 포용적이어야 할 국회라는 공간이 워킹맘에 냉담한 우리사회의 현실을 그대로 재현했다는 점에서 대단히 유감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미 의원의 회의장 자녀동반 출입을 허용한 외국의 의회들을 보면, 저출산 시대에 의회가 일과 양육 문제에 어떻게 공감하고 문화를 선도하는지 알 수 있다”며 “재앙에 가까운 초저출산시대에 보여준 우리 국회의 워킹맘에 대한 이해와 공감의 한계를 본 것 같아 씁쓸하다”고 신 의원은 덧붙였다.

그러나 신 의원의 이번 제안이 일·가정양립과 워킹맘을 위한 진정성 있는 의정활동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많다. 자유한국당이 사립유치원 문제 해결을 위한 유치원3법 처리에 발목을 잡고 있고 회계 부정비리와 집단 휴업 사태 등 문제를 일으킨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한유총)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신 의원의 요구에는 여성이 보육의 책임자라는 부정적인 메시지가 담겨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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