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이’ 눈에는 뭐만 보인다더니 내가 그 짝이다.

비유가 좀 심한가? 땅장사 눈에는 땅만 보이고, 술장사 눈에는 술만 보이듯이 내가 그런 모양이다. 하기야 관심있는 것에 마음을 빼앗기고, 늘 생각하는 것에 관심이 가는 건 당연한 일일 게다.

학창시절 만나기만 하면 온통 섹스 이야기로 열을 올리던 친구가 있었다. 사람들의 연애이야기도 꼭 섹스와 연관해서 말하길 즐겨 하더니 나중에는 포르노비디오까지 본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떠들었다. 듣기 민망해 중간에 말을 자르고 딴 이야기로 화제를 돌리면 시선을 돌려 다시 섹스 이야기로 돌아갔다.

눈에 보이는 모든 사물을 섹스와 연관시켜 말하는 특이한 버릇이 있는 친구였다. ‘꼭 뭐같이 생겼다’로 시작해서 열을 올릴 때는 신기를 느낄 정도라 갈수록 만나는데 부담스러웠다. 결혼하고 난 뒤에는 실전 이야기로 더 열을 올렸다. 섹스 전령사같이 더 세세하게 구체적으로 떠들어댔다. 누가 묻지도 않는데 “뭐, 또 궁금한 거 있어?” 하면서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들었다.

그 친구야말로 뭐 눈엔 뭐만 보인다는 식으로 남들도 다 섹스에 열올린다고 생각해 그런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진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니 어떻게 한두 번도 아니고 입만 열면 매번 섹스 이야기만 했는지 참 신기하다. 그런데 요즘 내 생활이 거의 용인중독이다.

입만 열면 용인이, 수지가 하면서 온통 용인 이야기뿐이다. 처음 일본여행을 혼자 하고 돌아와 석 달 넘게 여행한 이야기로 열을 올렸던 것처럼 머리 속 가득 용인만 들어앉은 모양이다. 만나는 사람마다 용인 이야기를 빼면 아무 할말이 없을 정도로 ‘용인, 용인’ 하니 사람들이 용인하기도 힘들겠다는 생각을 뒤늦게 한다. ‘좀 이상해졌다’는 말을 들을 정도다.

“전에는 대화가 풍성하더니 오로지 용인 밖에는 모르는 거 같다.”

“너, 용인시장이야? 만나기만 하면 용인이래. 하하하”

“너 그러다 용인 개구락지 되겠다.”

어, 그랬나. 하기야 근 3년만에 만난 사람과도 오로지 용인 이야기만 하다가 헤어졌다. 사람들을 만나면 용인으로 시작해서 용인으로 끝나는 말만 하다가 돌아온다. 심지어는 용인 사람과도 용인 이야기다. 집이나 밖에서도 온통 용인뿐이다. 한번 만나도 용인 이야기고, 두 번 만나도 용인 이야기만 하니 열 번쯤 만난 사람 심정은 어땠을까.

책을 읽어도, TV를 봐도, 누가 무슨 말만 해도 온통 용인과 연결시켜서 생각한다.

어이쿠, 이거 완전히 용인 중독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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