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청년·여성 삼중고
기혼·경력단절 정책 위주
맞춤형 여성정책 절실

정일선 대구여성가족재단 대표
정일선 대구여성가족재단 대표

하루가 멀다 하고 청년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청년 유출을 막기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은 눈물겹다. 하지만 대부분 청년일반을 위한 정책이지 청년여성에게 특화된 프로그램은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대학을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취업전선에 나선 여성 2535세대는 정책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대학에선 졸업생에 대한 지원은 어렵다며 손을 떼고 있고, 청년정책은 성별 차이를 고려하지 못하고 있으며, 여성정책 및 일자리 정책의 주요 타깃은 가족단위의 기혼여성이거나 경력단절여성이기 때문이다.

대학을 졸업한 수많은 지여인과 지여사(지방대, 여성, 인문사회계)들은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아 십년 가까운 시간을 단기 아르바이트와 임시직, 계약직을 전전하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 한 세대 전쯤 ‘취집’이라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당시에도 여성들의 취업은 어려워 취직 대신 시집을 간다고 해서 나온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청년여성들에게는 ‘취집’이 더 이상 선택지가 아니다. 젠더감수성이 높아진 이들이 가부장적인 가족관계, 독박육아와 경력단절이 뻔한 미래를 선택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역의 청년여성들은 지방, 청년, 여성이라는 삼중고를 겪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대구여성가족재단에서는 남성 위주의 보수적인 지역문화를 바꾸고 청년여성들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에 공을 들이고 있다. 무엇보다 남성들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남성을 위한 여성학’강좌와 ‘신통남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남성들의 참여가 저조할까봐 걱정했는데 입소문이 나면서 많은 남성들이 참여하고 있다. ‘남성을 위한 여성학’은 남자친구와 손잡고 오는 여성들, 엄마 추천으로 아들과 함께 오는 경우도 늘어나 시민교양강좌로 발전해가고 있는 중이다. 또한 청년여성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내놓고 토론하는 ‘청바지(청년여성이 바꾸는 지금대구) 포럼’에서는 매년 주제를 달리해 포럼단과 소모임 활동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신문, 방송을 보다보면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 그 이상의 영향력과 위상을 지니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구 천만이 사는 곳이니 그렇겠지 하다가도 사람도 물자도 정보도 다 서울로만 몰리는 현상에는 허탈함과 함께 상대적 박탈감이 밀려온다. 어떨 땐 수도권이 아닌 지역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는 사실을 가끔씩 잊어먹는 건 아닐까 싶을 때도 있다. 

서울과 달리 미세먼지 가득했던 그날, 라디오에서는 익숙한 봄노래가 흘러나왔다.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가끔씩 잊고 있겠지만 산 너머 남촌, 수도권 이남 지역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 남쪽에서 기분 좋은 봄바람이 불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지역 특성에 맞는 여성정책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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