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 무관심 속 곧 총선 돌입

사업주 징벌적 손해배상
성희롱 개념 명확히 정의
여가부 직권조사 권한 담겨야

3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가 개최한 성차별·성희롱 금지 관련 법안 공청회에서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장명선 이화여대 교수, 최은순 변호사가 진술인으로 참석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3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가 개최한 성차별·성희롱 금지 관련 법안 공청회에서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장명선 이화여대 교수, 최은순 변호사가 진술인으로 참석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4년 째 입법 공백 상태인 ‘성차별·성희롱 금지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가까스로 열렸지만 20대 국회에서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국회의원들의 노력이 여구된다. 이 법에서는 성희롱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하고 여성가족부에 직권조사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게 골자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3월 29일 ‘성차별·성희롱 금지법’에 관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이 법은 헌법 제11조 성별에 의한 차별 금지에 관한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실체법으로 ‘미투 법안’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법안이다.

정부가 2005년 당시 (포괄적)차별금지법 제정에 앞서 성급하게 ‘남녀차별금지및구제에관한법률’을 폐지한 이후 10년 넘게 입법 공백이 계속되는 상황이다. 장애인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나이에 관해서는 ‘연령차별금지법’이 있지만, 성별 등을 사유로 행해지는 차별행위를 규제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2013년에도 법 제정을 논의했으나 중단됐다.

이날 진술인으로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장명선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젠더법학연구소 교수, 최은순 법률사무소 디케 변호사가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했다.

최은순 변호사는 성차별·성희롱 금지법 법안에서 성희롱에 대한 정의에 “‘성적 굴욕감, 혐오감을 느끼게 하는’과 같은 피해자의 주관적 개념이 본질이 아님을 명확히 해 가해자의 차별적 행위와 환경과 고려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대신 “위협·적대·비하·굴욕·모욕적인 환경을 조성하려는 목적이나 효과를 낳는 원치 않는 성적 언동이나 그 성적 언동을 요구하는 행위 및 이에 대한 불응 또는 굴복을 이유로 불이익을 주거나 이익 공여의 의사표시를 하는 행위”로 제안했다. 또 성차별의 일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선영 연구위원은 성차별·성희롱 행위자가 아닌 사업주가 성희롱 방지 조치와 확인 이후 조치를 장기간 이행하지 않아 피해자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해 징벌적 배상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안이 바람직해보인다고 말했다. 또 입증책임은 성차별·성희롱 행위가 있었다고 주장하는 자의 상대방이 부담하는 것으로 규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의원은 “법안 제정 취지에 찬성한다”면서 “성차별만이 아니라 일반적인 차별금지로 넓게 가야하는 거 아니냐”는 법안 반대 측의 주장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진술인들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요원하고, 제정된다 해도 성차별·성희롱의 특성을 반영한 별도의 금지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여성가족부에 직권조사 권한을 주는 게 이 법의 핵심이라 본다”고 지적했다.

장명선 교수는 “현재 국가인권위원회도 성차별, 성희롱에 대해 직권조사하고 있는 만큼, 여성가족부도 해야 한다. 오히려 인권위보다 여가부가 직권조사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관계자들은 여성 관련 법안에 대한 의원들의 무관심 속에서, 내년 4월 15일에 치러질 제21대 총선 선거 국면이 시작되면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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