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여성가족위원회 공청회
진술인 4명 모두 남성
여성 정책 관장하는 상임위에서까지
여성 전문가 섭외 안 해
참석한 여성 의원들 지적 안 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회의실에서 청년 관련 법안과 성차별·성희롱 금지 관련 법안에 대한 공청회가 시작된 가운데 청년 관련 법안 진술자들이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3월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여성가족위원회가 개최한 청년 관련 법안 공청회에서 청년 관련 법안 진술인들이 국회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이날 진술인 4명은 모두 남성으로 채워졌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국회 여성가족위원회가 청년 관련 법안 공청회를 개최하면서 진술인을 모두 남성으로 선정해 정책 당사자인 여성 청년이 한명도 없는 상황이 발생했다.

지난 3월 29일 여성가족위원회(위원장 전혜숙)는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여성가족위원회 회의실에서 청년 관련 법안 공청회를 열어 진술인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참석한 진술인은 4명으로 30대~40대 남성만으로 구성됐다. 연구기관 연구위원, 민간단체 대표, 변호사 등이다.

공청회는 국회의원들이 법 제정 과정에서 이해당사자나 전문가를 진술인으로 참석케 해 의견을 듣는 제도다. 보편성과 다양성에 기반한 법을 만들기 위해서다. 청년 당사자의 다양한 의견을 듣기 위해서는 여성 청년이 참여해야 함에도 논의 과정에서 배제된 것이다. 진술인 중에서 송강 변호사만 “청년정책 심의기구 구성에 청년의 연령과 성별을 고려해야 한다”고 짧게 언급했을 뿐이다.

청년 정책 논의 주체에 여성이 배제된 것은 두 가지 문제를 던진다. 먼저 특정 집단을 정책 소외 계층이자 사회적 약자로 설정하면서도 여성이라는 소외 계층은 간과한 ‘자기모순’ 이라는 점이다. 심지어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청년의 연령을 39세로 늘릴 경우에 청년 할당 등 지원책이 이뤄지면 38~39세 등이 독점할 가능성은 없는가?”라고 세밀하게 관심을 보였다.

더 큰 문제는 성평등 관점에서 여성 정책을 관장하는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조차 여성을 정책 논의의 장에 참여시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가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여성과 남성이 다양하게 참여해야 한다는 것은 법으로도 해져 있다. 양성평등기본법에는 모든 정부 기관과 지자체 위원회의 위촉직 위원에 특정 성별이 10의 6을 초과하지 못하게 정하고 있고 여성가족부는 해마다 위원회 수백 곳의 성비를 점검해 공표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업무를 평가하고 비판하는 여성가족위원회는 정작 이를 간과한 것이다. 공청회 진술인 성별에 관한 규정이 없다고 해서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

공청회에 참석한 국회의원들 가운데에서도 여성 진술인이 없다는 문제를 지적한 사람은 없었다. 여성 비례대표로 송희경, 신용현, 정춘숙 의원과 여성이자 청년 몫으로 공천을 받아 당선된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이 그나마 자리를 지켰다.

입법부인 국회에서 여성 의원 비율은 현재 17%에 불과하다. 비율이 두 자릿수로 바뀐 것도 2005년부터다. 남성의 시각에서 법안이 만들어지면서 여성 인권과 정책이 미비한 만큼 여성가족위원회는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이날 공청회를 지켜본 한 여성정책전문가는 “여성의 생애주기별 정책 요구사항은 남성과 다르다. 특히 여성 청년은 결혼과 출산, 육아가 맞물려 경력단절 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여성 청년의 목소리를 반드시 귀 기울여야 함에도 법 제정을 위한 공청회에 여성 진술인이 없었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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