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정윤숙 신임 한국여성경제인협회장
회원수 2600명에서 5000명으로 외연 확대
여성가장창업자금,
20년 전과 예산 같아
정부, 10년 이상 된 여성기업에
관심 갖고 지원해야
정윤숙(63) 신임 한국여성경제인협회(여경협) 회장은 지난 1월 29일 개최된 이·취임식에서 “5대 경제단체에 진입하겠다”는 목표를 야심차게 밝혔다.
“‘여성기업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된 이래 전체 사업체 중 30%를 차지하던 여성기업이 현재 39%로 규모가 커졌어요. 경제 5단체에 들어가는 것도 여성기업들이 화합하고 노력하면 어려운 일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는 이를 위해 현재 회원수를 2600여명에서 5000명으로 2배 늘려 협회 외연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기존에 협회 홍보도 잘 안 되었고, 회원들이 다른 회원들을 유치하는 데 소극적이기도 했어요. 여성기업확인서를 발급받은 3만1106개의 여성기업 중 8% 정도만 여경협 회원사로 가입돼 있기 때문에 더 많은 회원을 유치할 수 있어요.”
정 회장은 여경협이 법정단체가 된 지 20주년이 된 올해, 기존 선거 방식에서 새롭게 바뀐 선거제 방식에 따라 추대 형식으로 뽑힌 첫 협회장이다. 제9대 회장을 맡은 그의 임기는 2021년 12월까지 3년이다.
정 회장은 충남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한 후 1990년 7월 충북 청주에서 우정크리닝을 창업했다. 여경협이 법정단체가 된 이후 여경협 1·2대 충북지회장을 맡아 6년이나 일했다. 비례대표로 19대 국회의원도 지냈다.
“여경협은 1999년부터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예산 24억5000만원을 배정받아 여성가장창업자금 지원 사업을 수행해왔어요. 1억원 이내에서 임대보증금을 연 2% 이자로 지원해주는 이 자금은 남편과 사별하거나 이혼해 여성이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가족에게 돌아가요. 하지만 여성가장창업자가 증가하는 데도 정부의 예산은 20년째 동일해 개선이 시급합니다.” 이로 인해 지난 3년 간 자금 신청건수 대비 12.5%만 지원된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이 사업의 중요성을 알려 예산을 200억원으로 확대하려고 해요. 예산이 10배는 늘어나야 임대보증금을 지원해주는 데서 벗어나 컨설팅 등 창업 성공을 위한 지원 사업을 전개할 수 있거든요. 여성들이 사회구성원으로 당당히 자립하도록 돕고 싶어요.”
정 회장은 취임 전부터 ‘어려운 환경에 놓인 가정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취임식을 1인당 7~8만원이 드는 호텔 행사를 하는 대신 떡국을 먹고 간소하게 치렀다.
“남은 취임식 예산으로 인구보건복지협회와 MOU(양해각서)를 맺어 양육 미혼모를 후원했어요. 후원금으로 미혼모와 자녀가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하고, 미혼모 창업을 위해 500만원도 기부했어요.”
그는 여성 스타트업 창업 플랫폼 공간을 신설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예비 창업자는 물론 초기 창업자까지 소통과 협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허브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여성창업도 더 활성화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그는 정부가 여성기업 업력이 10년 이상 된 기업에도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기업 업력별 비율을 보면 5년 미만이 55.7%, 5년 이상 10년 미만이 20%에 그칩니다. 30년 이상 된 여성기업의 평균 매출이 30년 미만 기업들보다 2배 이상인 것을 보면 여성기업을 장수기업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 회장 역시 약 30여년이 된 장수기업 우정크리닝을 운영하고 있다. 이 회사는 국내 세탁업 최초로 벤처기업 인증을 받은 것으로도 유명세를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