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 맞은 조화순 목사 후배들이 축하잔치 열어
고희 맞은 조화순 목사 후배들이 축하잔치 열어
  • 여성신문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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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앞줄 가운데가 조화순 목사.

전화가 왔다. 선배가 만나자고 해서 나갔더니 낯익은 얼굴의 하늘같은 선배들이 여럿이 모여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올해 고희를 맞이하시는 조 목사님의 생신을 같이 준비하자는 것이었다. 고맙고 감사했다.

‘어느덧 70세를 맞이하시는구나.’ 모두들 목사님과 처음 인연을 생각하며 20년이 넘는 세월들을 되돌리고 있었다. 3월 23일∼24일로 결정하고 준비를 하였다.

3월 23일 오전 11시 30분경.

아직도 산에는 잔설이 남아있어 한 폭의 그림 같은 강원도 봉평 하늘다리마을 목사님이 사시는 통나무집으로 삼삼오오 모인 사람이 100여 명이 넘었다. 그윽한 꽃바구니를 앞에 놓고 60년대에서 90년대에 이르기까지 인연을 맺었던 순으로 인사말을 하고 인사를 드렸다.

1959년에 교회에서 인연을 맺었다는 유 목사님 부부, 우리나라 노동운동사에 한 획을 그었던 동일방직 선배님들. 노동조합 초창기 멤버부터 시작하여 30∼40명의 언니들이 단연 이날 최대 인파(?)였다. 목사님의 큰딸이라면서 몇 분이 곱게 한복을 입으셔서 잔칫집 분위기를 자아내게 하셨다. 노동운동의 요람이었던 영등포 산업선교회(산선)와 인천 산선 실무자. 인천에서 여성노동자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셨던 여성노동자회 동지들. 인천 빈민지역의 여성과 아동들을 위해 만드신 민들레집 관련자들, 초대 여성단체연합 회장을 맡으신 인연으로 참석한 한국여성단체 연합 식구들, 기독교 여민회 출신들, 인천지역 노동운동 후배들, 성공회대학교 사회연구소 연구원 등등.

정명자 시인의 축시가 이어진다. 70년대 후반에 똥물사건으로 유명했던 동일방직에서 해고된 선배언니였다. 감동으로 이어지고 ‘조화순 언니, 사랑해요!’가 터져 나온다. 여성노동자들의 어머니였던 분이기에 70년대에 민주노조투쟁으로, 생존권보장투쟁으로 해고된 여성노동자들에게는 남다른 분이시다.

축가가 바쳐졌다. ‘딸들아 일어나라’를 힘차게 부르며 칠순 생신을 축하드렸다. 해고된 여성노동자들이 갈 곳이 없었을 당시 둥지를 마련해 주신 분, 고난의 삶을 사는 여성들의 언니이자, 어머니이시기에 감사의 마음을 전해드리는 자리였다.

그리고 목사님의 한 말씀. “아직도 여전히 고난의 삶을 사는 여성들이 많고 그들은 갈 곳이 없다. 한때는 내가 그들의 그늘이고 거목이고자 하였으나 그것은 나의 교만이다. 해서, 한사람으로 살고자 한다. 생명을 노래하는 사람이고자 한다. 그리고 나부터 변화하고자 한다.”

모두들 ‘사랑해요’가 터져 나온다.

감동의 전율이 가슴에서 온몸으로 전해져 감을 느낄 수 있었다.

모두가 목사님의 자식이고 동생이었다.

사회 각층에서 일을 하고 있는 모두에게 부딪치기보다는 부둥켜 안아주고, 서로의 상처를 덮을 수 있는 용기를 주신다. 목사님께서는 여전히 소녀 같은 표정으로 우리를 맞이하여 주시고, 힘을 나누어주신다.

목사님 오래 오래 건강하시라고 잔치국수로 점심 한 그릇 뚝딱.

마당에서 모두 모여 구성진 한 자락으로 시작된다.

‘서방님의 손가락은 여섯 개래요. 절단기에 뚝뚝 잘려서….’

‘돈 돈 돈의 돈. 악마의 금전, 갑순이하고….’

모두들 흥겹게 춤을 추며 하나가 되고, 어우러짐 속에 생명을 느낀다. 그리고 가슴에 그 생명을 담고 집으로 갈 길을 재촉했다. 모두가 기억되는 행복함이었으리라.

정문자(인천여성노동자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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