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씨 고등법원에 재산분할 및 위자료 청구소송

국내 처음으로 동성애자의 ‘사실혼 관계 해소로 인한 재산 분할 및 위자료 청구소송’이 제기돼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3월 17일 김모(46)씨는 서울고등법원에 21년 동안 함께 살았던 ㄱ씨(47)를 상대로 “사실혼 관계로 살아오면서 공동으로 모은 10억원대의 재산 중 절반을 사실상 부인이었던 나에게 분할 지급하고, 위자료 2억원을 지급하라”고 청구했다.

김씨의 소송을 맡은 한대삼(41) 변호사는 “사실혼은 호적에만 올라가지 않았지 부부임을 인정해 재산 분할은 물론 위자료도 청구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이성 사이일 때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이번 소송은 동성간의 혼인 허용을 전제로 해야 하는 것이라 어려운 점이 많다”고 밝혔다.

이 사건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는 ‘이색소송’이니 ‘전세계에서도 판례를 찾기 어려운 소송’이라며 동성애자들의 인권 문제보다는 두 레즈비언의 성관계 횟수 등에 초점을 맞춰 보도하기도 했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는 “호기심을 자극하는 언론 형태를 삼갔으면 한다”며 “이런 소송이 특별히 색다르거나 세계적으로 희귀한 일은 아니다”고 밝혔다.

유럽의 경우 동성 커플이 이성애자 부부들과 다를 바가 없다는 재산분할 혹은 유산상속 등의 권리 찾기를 위한 소송은 ‘동성 혼인 인정법’이 제정되기 전 단계에 이미 거쳐온 일들이다. 지난 2000년 11월 15일 유럽연합(EU) 의회는 동성애 부부에도 이성간의 부부와 같은 권리를 부여토록 15개 회원국에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고, 네덜란드는 덴마크에 이어 동성애자들에게 결혼할 수 있는 권리를 줬다.

덴마크는 지난 1989년 이미 동성애자 결혼법을 통과시켰으나 아직 동성애자들의 입양권은 보장되지 않은 상태이고, 단지 자기 파트너의 아이를 입양할 수 있게 1999년 법이 제정됐다. 그리고 스웨덴은 아직 결혼은 가능하지 않지만 파트너십이 보장돼 동성애자들도 이성애자들과 거의 비슷한 수준의 권리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는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이 나오기까지 몇 달의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인간의 평등권 보장 측면에서 법원의 현명한 판단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재판이 진행 중에 있어 공식 인터뷰를 꺼리는 김모씨는 전화를 통해 “내 인권보다는 사생활이 그대로 드러나는 기사로 많은 곤욕을 치렀다”며 “매우 피곤한 상태”라고 밝혔다.

반면, 동거했던 ㄱ씨는 동성애 관계를 부인하며 자신이 지금까지 김모씨를 보호했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동김성혜 기자dong@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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