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석동 부동산 투기 논란에
청와대 대변인 하루만에 사퇴
“아내가 결정한 일” 해명
시민단체 고발장 제출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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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이 ‘아내 탓’ 발언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흑석동 건물 매입 논란 하루 만에 14개월간 지켜온 대변인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모든 원인과 책임을 아내에게 전가하는 해명으로 여론의 공분을 샀다. 

지난달 28일 공직자 재산공개를 통해 김 전 대변인의 25억7천만 원 상당 건물 매입 사실이 알려지면서 투기 의혹을 불거졌다. 김 전 대변인은 지난해 7월 재산 14억 원과 은행 대출금 10억2천만 원 등을 보태 해당 건물을 샀다. 정부의 대출 억제 정책에도 시중은행에서 거액을 대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에게 상대적인 박탈감을 안겼다. 대출받은 은행의 지점장이 그의 후배였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해당 은행 평균담보대출 금리인 3.42%보다 낮은 3.37% 금리로 대출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김 전 대변인은 그동안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직접 알린 창구 역할을 해왔다는 데서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서민중산층 주거안정’이라는 정부의 핵심 정책과 모순된다는 비판이다. 매입 시점은 정부의 9·13 부동산 대책 발표 2개월 전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부동산 담보 대출 억제를 골자로 한 ‘6·19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고 이후에도 ‘8·27 대책’ ‘9·13 대책’ 등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한 대책을 쏟아냈다.

자유한국당은 “서민들은 엄두도 못 낼 거액의 은행 빚을 손쉽게 대출받아 재개발 투자에 나섰다는 것만으로도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하기 힘든 일”이라고 꼬집었다.

‘아내 탓’으로 돌린 해명은 더 큰 불을 지폈다. 김 대변인은 사의표명과 함께 “떠나는 마당이니 다 털어 놓겠다”며 “아내가 상의하지 않고 내린 결정이었고, 알았을 때는 되돌릴 수 없는 지경이었다”고 했다. “이 또한 제 탓”이라고 부연했지만, 투기 의혹에 실망한 국민들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 끝내 ‘남 탓’으로 돌리는 발언은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그간 정치계 ‘아내 탓’은 둘러대기 적당한 단골소재로 쓰였다. 지난 2002년 장대환 국무총리 후보자는 아들과 딸을 서울 강남의 학교에 보내기 위해 위장 전입 의혹에 대해 “맹모삼천지교로 생각해 달라”며 아내의 교육열을 앞세워 호소했지만 낙마했다. 지난해 김기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역시 위장전입 의혹에 대해 “몰랐던 부분도 있고 아내가 한 부분도 있지만 잘 살피지 못한 잘못이 크다”고 둘러댔다.

한편, 김 전 청와대 대변인에 대해 자유연대 등 보수단체는 “직무 중 알게 된 정보로 부동산을 매입한 혐의가 있다”며 대검찰청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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