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성별임금격차 1위·
채용 성차별 비리 해결 없이
기업의 자발적 개선 요구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최미진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대표
최미진 여성노동법률지원센터 대표

고용노동부는 세계 여성의 날인 3월 8일, 적극적 고용개선 조치(AA, Affirmative Action) 미이행 사업장 50곳을 선정해 공표했다. 그 중에는 수년 전부터 페미니즘 관련 이벤트를 열어온, 영업이익 업계 1위의 온라인서점 알라딘이 포함돼 많은 여성들의 공분을 샀다.

AA제도는 ‘남녀고용평등 및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제17조의2(적극적 고용개선 조치의 시행)에 따른 것으로 “직종별 여성 근로자의 비율이 산업별·규모별로 고용노동부령으로 정하는 고용 기준(현재 산업별·규모별 여성비율 평균의 70%)에 미달하는 사업주에 대하여는 ‘차별적 고용관행 및 제도 개선을 위한 적극적 고용개선조치 시행계획’을 제출하도록 하고, 그 이행계획을 보완 요구 및 이행실적을 평가하는 제도다. 2006년부터 공공기관과 500인 이상 사업장 등을 대상으로 시행해 왔으나 2016년까지 AA 미이행 사업장에 대한 공개 방식이 아닌, AA를 비교적 잘 이행하고 있는 사업장에 대한 ‘우수기업’ 선정 등 포상 방식으로 그 이행을 독려해왔다. 2014년 법 개정으로 “3회 연속하여 기준에 미달한 사업주로서 이행촉구를 받고도 그에 따르지 아니한 경우” 해당 기업의 명단을 공개할 수 있도록 정한 후 2017년부터 미이행 기업 명단을 공개해 왔는데, 올해는 여성의 인권과 노동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확대 속에서 어느 해 보다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부가 내놓은 AA 미이행 사업장에 대한 조치계획은 “조달청 우수조달물품 지정 심사 시 신인도 평가에서 감점하고, 가족친화 인증에서 제외”하는 수준으로 초라하기만 하다. 산업별·규모별 여성 평균 비율 자체가 “고용 상 성평등 상태”라고 볼 수도 없는 완화된 수치인데, 이러한 ①수치의 70%에도 못 미치는 여성 비율을 3회 연속해 미달하여, ②그 이행을 촉구 받고도 이행하지 않은 사업장 중에서 ③적극적인 소명이 있거나 개선의 노력(예컨대, 회사 대표나 인사담당 임원이 일·가정 양립 교육에 직접 참여하는 등의 노력)이 있는 기업은 제외하는 엄선과정을 거친 미이행 사업장에 대한 조치로서 실효성이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물론 AA는 법으로 강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닌 잠정적 조치로서 권고되는 것임은 분명하나, 전술한 바와 같은 엄선된 과정을 거친 사업장에 대하여는 적어도 “남녀고용 평등” 관련 근로감독을 시행하는 등 보다 적극적이고 실효성 있는 조치를 강구하지 않는 한, 법이 목적하고 노동부가 말하는 “책임 있는 기업의 선도적 역할 유도”와는 한참 거리가 있는 유명무실한 제도로 남을 것이다.

2018년 금융권 채용성비 조작 등 직접적·노골적 성차별이 수면 위로 드러나고, 고용노동부는 공공기관 및 금융권 채용 성차별 의심기업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했으나, ‘자료제출 요구’ 이외에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결국 금융권 점검대상 18개기업 중 6개 기업이 채용서류를 무단 폐기한 사실은 언론에 크게 보도가 됐는데, 당시 자료를 무단 폐기한 금융사 6곳 중 삼성화재해상보험(주)와 한화손해보험(주)가 나란히 2015년 ‘남녀고용평등우수기업’으로 선정되어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던 사실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지원자와 합격자 비율 상 채용 성차별이 의심되는 기업으로 분류되어 채용 관련 서류를 무단 폐기한 사업장이 과연, 남녀고용평등 우수기업의 선발 기준인 “여성인력활용에 크게 기여한 기업”, “모집·채용·승진·배치·정년·임금·교육 등에 있어 성차별적 관행 및 제도를 선도적으로 개선한 기업”이라 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러한 상황에서 남녀고용우수기업 시상이 과연 “남녀가 동등하게 일할 수 있는 고용환경을 조성하도록 장려하고, 사회 전반에 남녀고용평등 의식 확산을 유도”하는 제도로서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 것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AA제도나 남녀고용평등 우수기업 시상이 무의미하다거나, 전혀 효과가 없다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남녀고용평등법 제정 후 3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사업장 전반에 AA제도와 남녀고용평등우수기업 시상 등을 통해 충분한 유도와 지도 기간을 두었다는 것이다. 지속되고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성별임금격차 1위의 불명예로 확인되는 만연한 차별은 그대로 둔 채, 우수기업 시상, 힘없는 AA제도의 확대 등 기업의 자발적인 개선을 유도하는 정책들은 그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다름없다. 고용 상 성차별 시정을 위해 적극적인 법 집행과 감독이 이뤄져야 한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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