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 쓴 아나운서
키·몸무게 공개한 모델
속옷업체는 다양한 체형의 일반인 모델 기용

‘탈코르셋’과 ‘자기 몸 긍정’을 대변하는 모델로 ‘이영자’를 내세운 패션 잡지 ‘코스모폴리탄’ ⓒ코스모폴리탄
'바디 포지티브'를 웅변하는 모델로 ‘이영자’를 표지에 내세운 패션 잡지 ‘코스모폴리탄’ ⓒ코스모폴리탄

가수 자이언티의 ‘노메이크업’(No Make Up)이라는 곡이 있다. 가사에는 “자기 전 세수한 니 모습이 얼마나 예쁜지”, “몸무게 신경 쓰지 마 넌 그냥 그대로 너무 예쁜걸” 등 여성의 자연스러운 모습이 꾸민 모습보다 더 아름답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 가사는 자신의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바디 포지티브’(Body Positive)를 떠오르게 한다. 미국에서 처음 시작된 바디 포지티브는 ‘탈코르셋 운동’의 일환이다. 국내 탈 코르셋 운동은 화장을 강요하는 것과 같은 ‘꾸밈노동’에 맞선 10대 여성들의 문화에서 시작됐다. 이 운동은 단순히 10대들의 문화로만 끝나지 않았다. 여성을 외모로 판단하는 풍조와 사업장의 불필요한 외모 규정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안경을 쓴 아나운서가 생겼고, 스튜어디스의 용모 규정이 바뀌면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한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지난 2018년 11월 ‘사이즈 차별 없는 패션쇼’를 열었던 박이슬씨는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바디 포지티브 자체에 대해서는 사람들의 인식이 좋은 거 같다. 그러나 그 인식이 행동으로 옮겨지기가 어렵다. 결국 행동은 용기에 달린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나는 바디 포지티브를 옷으로 실천하고 있다”며 “나는 사이즈 차별 없는 패션쇼 감독, 내추럴 사이즈 모델, 생활밀착 패션 유튜버(활동명 치도) 활동을 하며 실천 중이다”라고 전했다.

박이슬씨는 유튜브에서 사람들이 평소에 잘 드러내지 않는 키와 몸무게를 당당하게 공개했다. 한 누리꾼은 그의 용기에 “언니를 보기 전에는 내가 어떻게 옷을 입어야 하나 막막했다”라고 했다. 또 다른 이는 “일상에서 자신감을 갖고 생활할 수 있게 됐다” 등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그는 앞으로 ‘행복하게 먹는 일일 클래스’와 같은 ‘소셜 다이닝(SNS를 통해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 식사를 즐기며 인간관계를 맺는 것)’을 열 계획이다. 지난해 처음 연 ‘제2회 사이즈 차별 없는 패션쇼’도 추진 중이다.

속옷 업계에서도 바디 포지티브를 실현하는 중이다. A 속옷 업체는 “있는 그대로의 너를 사랑해” 라는 슬로건을 내걸었다. 이들은 브라렛(브래지어의 패드와 와이어를 없애 압박을 최소화한 속옷) 전문 회사로 일반 브래지어와 달리 몰드(컵 이음새)가 없어 가슴의 모양을 잡아 압박을 하지 않는다. 이 회사 관계자는 “체형이 각자 개성 있고, 연예인이 아닌 일반인 모델을 기용했다. 구매자가 일반인인 점과 보다 다양한 체형의 사람들이 우리 제품을 이용하기 위한 이유다”라고 밝혔다.

미국 팝스타 리한나는 다양한 체형의 사람들이 입을 수 있는 속옷 브랜드 ‘새비지×펜티’(Savage×Fenty)을 작년 초 론칭했다. 그는 지난해 9월 ‘새비지X펜티’ 첫 패션쇼를 단독으로 개최했다. 당시 이 패션쇼는 마르고 섹시한 모델이 콘셉트인 ‘빅토리아 시크릿’과 크게 대비됐다. 쇼에는 임산부 모델, 앞니가 벌어진 모델 등의 캐스팅과 다양한 사이즈를 선보인 패션쇼로 미국 내 반향을 일으켰다.

글로벌 패션 SPA 브랜드인 ‘포에버21’(Forever21)도 지난 2017년부터 국내에서 플러스 사이즈(XL~3XL) 판매에 돌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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