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페미니즘 세계적 관심
프랑스 만화가 바지외
트위터 CEO 잭 도시
“자신의 목소리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 강해”

16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스쿨미투, 대한민국 정부는 응답하라!’ 집회가 열렸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지난 2월,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스쿨미투, 대한민국 정부는 응답하라!’ 집회가 열렸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한국의 페미니즘 운동에 세계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내한하는 유명 인사들이 잇따라 한국 여성들이 주체가 되어 성 평등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벌이는 자발적이고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피해 폭로 후 한국 사회의 ‘미투’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례적인 움직임이라는 분석이 다수다.

프랑스 만화가 페넬로프 바지외는 지난달 내한해 ‘걸크러시-삶을 개척해나간 여자들’ 한국 출간을 기념하는 자리에서 한국의 성평등 문제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그는 “한국 여성들은 용감하게 목소리를 많이 드러내고 있다”며 “한국 젊은 여성들과 소통하는 기회를 가졌는데, 페미니즘에 대해 훨씬 더 깊은 생각을 갖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클럽 버닝썬’ 사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바지외는 “프랑스에서도 이런 일은 종종 발생한다. 여성 대상의 성범죄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미투’도 많은 지지를 받지 못했다. 여성이 먼저 조심해야 된다는 분위기다. 법적 시스템이 미비해서 가해자 처벌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했다.

프랑스의 성평등 문제에 대해 그는 “한국보다 덜 드러나 있다. 겉으로는 ‘젠틀맨’ 이미지가 있지만 내부적으로 문제점이 많다”며 “프랑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임금을 20% 덜 받으며 가정폭력에도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책에 성을 억압하는 사회규범에 맞서 자신의 삶을 개척해나간 여성 30인의 이야기를 담았다. 성차별과 가부장제, 여성에게만 강요된 엄숙주의, 종교적 제약, 인종차별, 장애 등을 다뤘다. 그는 “세상을 바꾼 유명한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며 “위기를 극복하고 도전하는 과정에서 역사를 바꾸게 된 여성의 삶, 안 알려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다”고 전했다.

트위터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잭 도시는 트위터가 한국에서 페미니즘 운동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봤다. 그는 지난달 한국에서 창립 13주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트위터를 중심으로 페미니즘 운동이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고 자평했다.

트위터가 발표한 지난해 트위터 주요 키워드는 페미니즘, 스쿨미투, 몰카(불법촬영)였다. 잭 도시는 특히 스쿨미투를 언급하며 “한국의 스쿨미투 운동은 자랑스럽다. 경험을 공유하고 공감하고 있다”며 “용기 있는 학생들이 불의에 맞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목소리를 내면 다른 사람들도 공감하고 힘을 얻게 된다. 대화가 늘어나면 정책 변화로 이어지고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나이키코리아도 한국의 페미니즘 운동 확산을 계기로 우먼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나이키코리아의 브랜트 허스트 상무는 최근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의 여성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자신의 존재를 더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것에 큰 감명을 받았다”며 “한국의 많은 여성은 훌륭하게 자신의 삶을 이끌고 나가고 있다. 더 큰 영감과 용기를 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한 바 있다.

2016년 강남역 화장실 살인사건을 필두로 한국에서는 페미니즘 이슈가 사회적으로 확산된 계기가 됐고, 지난해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로 이어졌다. 미투 운동으로 촉발된 여권 권익 신장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많은 여성들이 거리로 모여 성평등 사회 실현을 위한 외침을 시작했다.

영국 BBC는 “한국의 젊은 여성들이 새로운 미래를 위해 싸우고 있다”며 “특히 젊은 한국 여성들 사이에는 가부장적인 사회를 지탱하는 것들을 없애겠다는 조용한 결의가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의 AP통신은 한국의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을 이끌어낸 이후 ‘사회를 바꿀 수 있다’는 믿음과 경험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일본의 한 매체도 “한국 사람들은 정치나 사회를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김영순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오랫동안 여성운동이 발전해왔지만 요즘처럼 큰 변화를 느낀 것은 처음”이라며 “성폭력·성차별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이 발생하지만, 지금 세대들은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는 데 두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법·제도가 있음에도 현실에서 해결해주지 못하고 있다”며 오래 묵혀있던 목소리가 수많은 영역에서 확장되고 있다. 전반적으로 국민적 성인지 감수성이 높아진 것 같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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