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나의 작은 시인에게

리사는 지미가 지은 대단한 시에 점점 빠져든다. 지미에게 자신이 가지지 못한 재능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를 동시에 느낀다. ⓒ엣나인필름
리사(왼쪽)는 지미가 지은 대단한 시에 점점 빠져든다. 지미에게 자신이 가지지 못한 재능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를 동시에 느낀다. ⓒ엣나인필름

평범한 유치원 교사 리사(매기 질렌할)의 관심사는 시 쓰기다. 야간 시 수업을 꼬박꼬박 들을 정도로 열정적이다. 창작욕이 불타오르는 만큼 실력은 받쳐주지 못한다. 잡히지 않는 꿈을 좇던 리사의 일상에 변화가 찾아온다. 자신이 가르치는 유치원 학생 지미(파커 세바크)가 시 창작에 천재적 재능이 있음을 알아챘을 때다. 5살짜리가 지었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의 수준이었다. 지미의 시에 매료된 리사는 점점 아이에게 집착하기 시작한다.

4일 개봉하는 ‘나의 작은 시인에게’(감독 사라 코랑겔로)는 과도한 지적욕망 때문에 무너지는 한 인간의 심리를 그렸다. 동경하는 대상을 향한 마음이 질투와 욕심으로 바뀌는 순간 인간은 괴물로 돌변한다. 가지고 싶은 것을 소유하기 위해 뭐든지 하는 인간의 본능이 펼쳐진다. 시 창작에 천재적 재능을 가진 소년과 멋진 시를 쓰고 싶은 교사의 만남은 위태롭기만 하다.

‘작은 시인’ 지미의 시 창작 능력에 감탄한 리사는 그의 재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한다. 지미가 예고 없이 읊는 시를 모두 기록해 달라고 보모에게 부탁한다. 하지만 점차 리사는 지미를 소유하려고 한다. 유치원 낮잠 시간에 지미를 강제로 불러내 시에 대해 조언을 하고 시 창작에 도움이 된다며 미술전에 데리고 가기도 한다. 지미의 천재적 재능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는 주변인들의 모습은 리사의 눈에 시답지 않다.

'나의 작은 시인에게'의 한 장면. ⓒ엣나인필름
'나의 작은 시인에게'의 한 장면. ⓒ엣나인필름

리사의 이런 태도는 이중적이다. 지미의 천재적 재능을 홀로 독점하고 싶은 욕심을 가졌다. 한편으로 지미가 가진 예술적 능력을 더 키우고 싶은 선한 의지도 있다. 리사는 지미를 향한 이러한 복잡한 태도를 97분간의 상영 시간 내내 보여준다. 그를 바라보는 관객의 마음도 덩달아 복잡해진다. 리사를 절대적 악한 인물로 규정짓기 어려운 이유다.

리사의 집착은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강해진다. 리사의 예측 불허의 행동들이 연거푸 나오면서 영화는 어느 순간 스릴러가 돼 있다. 긴장감 흐르는 음악들도 스크린을 감싼다. 육체적 힘은 강하지만 예술적 능력은 부족한 리사가 지미라는 어리고 작은 시인 앞에서 초조해하는 모습은 관객으로 하여금 꿈과 욕망의 경계는 무엇인지 고민하게 한다.

이 영화를 이끄는 힘은 주연 배우 매기 질렌할에게 나온다. 일상에서 느끼는 공허함부터 지미의 시를 듣고 감출 수 없는 흥분을 느끼는 리사의 다양한 감정을 다채로운 표정으로 그려낸다. 그는 이 작품의 프로듀서를 맡을 정도로 열의를 보였다. 이스라엘 영화 ‘시인 요아브’를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제34회 선댄스영화제 감독상을 받았다.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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