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1366센터 지난해 상담결과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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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년 결혼생활 끝에 이혼을 하겠다며 경북여성1366센터를 찾은 60세의 김씨. 첫아이를 낳은 뒤 시작된 폭력은 해를 갈수록 심해졌고, “이젠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서” 결심을 했다.

“남편은 알코올중독과 성격장애로 병원에서 치료도 받았다. 그러나 퇴원 후에도 폭력은 조금도 수그러지지 않았다. 고기가 낚시바늘에 걸리듯 걸려 평생을 자식들 때문에 살아왔다. 지금은 자식들마저 외면하고 남편의 폭력은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다”. 김씨는 긴 넋두리 뒤 “이제는 진심으로 그만 살고 싶다”며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가정폭력이 심해지는 만큼 이로 인한 이혼도 늘고 있다. 지난해 경북여성1366센터(대표 문숙경)의 상담건수는 무려 7800여건. 이 가운데 가정폭력 상담이 835건, 이혼 상담 938건 등으로 이혼에 대한 상담이 더 많았다. 상담 연령대는 20대 602명, 30대 1,525명, 40대 982명, 50대 244명, 60대 이상이 72명으로 30대가 가장 많았고, 60대가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1월 총상담수는 921건으로 가정폭력 81건, 이혼 107건으로 역시 이혼 상담이 많았다. 이혼에 대한 상담률이 더 높은 것에 대해 김옥분 상담원은 “맞는다고 해서 이혼을 생각하지 않지만, 외도와 알코올중독, 경제적 문제와 합쳐지면 이혼을 생각하는 것 같다”며 “폭력만을 이혼 사유로 삼지 않는다”고 말했다.

연예인 이경실씨 사건으로 가정폭력에 대한 심각성이 다시 대두된 지난 2월 전체 상담수는 920여 건으로 가정폭력100여 건, 이혼상담 80여 건으로 가정폭력이 더 많았다.

그러나 가정폭력 피해여성들은 상담을 통해 “어떤 조치를 취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나도 이씨처럼 맞고 살고 있다”는 하소연이었다고 상담원은 전한다.

“상담을 하다보면 경북 지역에 대해 새삼스러움을 느낄 때가 있다”며 “대부분 신분공개를 꺼리는 것은 물론 나이와 지역조차도 밝히길 원치 않는다”는 것도 내담자들의 공통된 부분이라고 전한다.

가정폭력사건 신고에 있어서도 이웃이나 친·인척들로 본인이 직접 신고하는 예는 거의 드물다. 이유는 “어차피 살 건데 굳이 남들이 아는 게 싫다는 것”과 “그 후에 가해지는 폭력이 더 심해지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폭력 피해여성들이 참고 살아온 결과가 폭력을 그치게 한 것이 아니라, 몽둥이와 망치, 칼로까지 위협 당하는 더 강도 높은 폭력뿐이라면 ‘참고 사는 것만이 능사’가 아닐 것이다.

특히 경북의 경우, 유교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여성들은 가부장 사회가 요구하는 ‘덕목들’을 지켜나가며, 가정 내 폭력을 ‘살면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며 ‘부부간의 사적인 일’로 치부하며 ‘맞고 사는 것을 팔자’로 돌리는 경향이 짙다.

가정에서 행해지는 폭력이 이젠 더 이상 ‘내 마누라 내 마음대로 때리는’ 부부간의 사적인 일이 아니라 미연에 방지해야 할, 공권력이 개입되어야 할 ‘사회범죄’라는 것을 피해여성들은 이제라도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북 심권은주 주재기자ejskw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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