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한국은 안전한 나라인가
[세상읽기] 한국은 안전한 나라인가
  • 김세정 런던 그린우즈 GRM LLP 변호사
  • 승인 2019.04.08 09:04
  • 수정 2019-04-08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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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도 위험을 겪는다거나
일부 남성들이 일으키는
문제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싶다면,
여자들에게도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쪽이 낫지 않겠나”
16일 오후 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에서 열린 ‘아동·여성이 안전한 세상 만들기’ 캠페인 행사에서 대구지방경찰청 관계자가 몰래 카메라 탐지장비를 시범 보이고 있다. 이번 행사는 최근 늘어나는 다양한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고 시민들의 인식 개선과 사회적 경각심을 고취하고자 마련됐다. 2018.11.16. ⓒ뉴시스·여성신문
(참고사진) 대구지방경찰청이 ‘아동·여성이 안전한 세상 만들기’ 캠페인 행사를 열어 몰래 카메라 탐지장비를 시범 보이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아이 충치치료를 하던 치과의사가 어느 나라 출신이냐고 물었다. 낯선 이를 보았을 때 어느 나라 출신이냐는 질문을 쉽게 하는 나라들도 있지만 영국인들은 이 질문을 상당히 조심스럽게 하는 편이다. 그 전에는 묻지 않더니만 마지막 진료인지라 궁금증을 못 참았던 모양이다. 한국이라고 하자 치료하던 손을 멈추고 지난 겨울에 한국에 다녀왔는데 음식이 정말 환상적이었다고 열광적으로 말했다. 기회가 닿으면 언제든 다시 가고 싶다고 했다.

한국은 소위 ‘힙’한 나라다. 한식 유행은 오히려 드라마나 음악 유행보다 늦게 왔다. 이미 몇 년 전, 사무실의 클라이언트 중 하나가 고등학생인 딸이 한국 음악으로 입문했다가 한국 문화 전반으로 관심이 번져서 급기야 한국학을 전공하고 싶다고 한다며 같이 만나줄 수 있겠냐는 요청을 한 적도 있다.

한국으로 여행이든 유학이든 가고 싶다고 하는 외국인들은 대개 어디를 가고 무엇을 할까를 묻지만 빼놓을 수 없는 질문은 한국이 안전하냐는 것이다. 이는 북한을 의식한 질문일 때도 있다. 그것이 아니라 치안이 안전하느냐는 질문이라면 이는 묻는 상대의 성별과 인종에 따라 대답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

총기소지가 금지된 점이나 강력범죄의 발생 및 검거율을 생각해 본다면 한국은 안전한 나라로 분류될 것이다. 테러 위험도 매우 낮다. 그러니 백인 남자에게라면 한국은 안전한 나라라고 말해줄 수 있다. 한국어를 못하면 의사소통이 불편하겠지만 오히려 나은 점도 있을 것이다. 한국인 중에는 외국인에게는 나이 불문하고 반말을 쓰는 사람도 있다. 외모에 대한 평가도 쉽사리 한다. 상대가 한국어를 모를 때 막말을 하는 경우도 있다. 비백인 남자의 경우라면 차별적 언행을 더 많이 접할 수 있다. 그러나 못 알아듣기 때문에 오히려 기분이 덜 상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해서 저런 발언들을 해서는 안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외국인 여성의 경우는 어떤가. 알려줘야 할 것 같은 주의사항 몇 가지가 떠오른다. 공중 화장실 사용을 피하고, 가려면 벽에 구멍 등이 있는지 살펴보고 휴지 등으로 막으라거나, 숙박시설에도 몰래 카메라가 있을 수 있으니 방 안에서도 조심하라거나, 클럽 등에 가면 남이 건네주는 음료는 마시지 말고 반드시 스스로 뚜껑을 딴 음료만 마셔야 한다거나, 함부로 신체접촉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거나, 택시를 타도 운전자의 기분에 거슬리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이야기도 해줘야 할 것 같다. 일전에 서울에서 택시에 탔는데 그 전에 탔다는 외국인 여성 관광객에 대하여 늘어놓는 험한 욕설을 고스란히 다 듣고 있어야 했던 일도 있다. 늦게 다니는 것도 피하는 것이 낫다. 그렇다면 한국은 외국인 여성이 방문하기에 안전한 나라라고 할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런데, 위 주의사항은 외국인이든 한국인이든 여성이라면 똑같이 적용되는 것이다. 여성들이 차별적이거나 성적인 언행에 쉽사리 노출되는 것 역시 같다. 말하자면 한국은 여성에게는 그리 안전하지 않은 나라다. 그렇지 않다, 안전하다고 하고 싶다면, 글쎄다. 강남 한복판에 있는 클럽에서 여성 손님들에게 몰래 향정신성 약물을 먹여 강간을 했다느니, 연예인들마저 만나는 여성의 신체를 불법적으로 촬영하여 돌려보았느니 하는 폭로가 사실로 드러나는 마당에 너무나 설득력 없게 들리지 않는가.

가고 싶다는 이야기를 마구 듣고 있던 참에 이번에는 안전하지 않아서 가면 안되는 곳 아니냐 소리를 듣게 생겼다. 여기서 필요한 것은 안전하다는 강변이 아니다. 누구에게나 안전한 곳으로 만드는 일이다. 만일 남자들도 유사한 위험을 겪는다고 말하고 싶거나 일부 남성들이 일으키는 문제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싶다면, 여자들에게도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쪽이 모두에게 낫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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