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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모씨가 '낙태죄 폐지 새로운 세계'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진혜민 여성신문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씨 속에도 많은 인원이 모였다. 30일 낙태죄 폐지 촉구 집회인 ‘카운트다운! 우리가 만드는 낙태죄 폐지 이후의 세계’가 열린 서울 광화문에는 총 1500여 명이 참석해 목소리를 냈다. 

특히 이번 집회는 ‘낙태죄 폐지’라는 주제였음에도 여성뿐 아니라 남성들도 함께 목소리를 냈다. 여성신문은 ‘낙태죄 폐지 새로운 세계’, ‘낙태죄 위헌’이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있는 시민들에게 각자 이번 집회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다.

집회 대열에 서 있던 오승재 씨는 자신을 성소수자 남성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많은 성소수자들도 낙태죄로 인해 재생산권에 있어 위험을 받고 있다고 생각해 집회에 참여했다”고 했다.

이어 “시스 젠더(타고난 생물학적 성과 젠더 정체성이 일치하는 사람) 혹은 이성애자인 여성들도 남성에 의해 일방적인 성행위를 강요받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안다. 그로 인한 고민들을 여성 혼자 안고 가는 걸 많이 봤다”며 “이런 사람들에게 부담되지 않는 방법은 ‘낙태죄 폐지’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오 씨는 ‘베이비박스’(부득이한 사정으로 아이를 키울 수 없게 된 부모가 아이를 두고 갈 수 있도록 마련된 상자)와 관련된 뉴스를 봐도 매번 여성들만 비난하는 댓글이 많았다고 했다. 그는 “이처럼 온전히 여성에게만 육아의 책임을 그리고 낙태에 대한 도덕적 비난을 묻는 사회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다른 참가자 지모 씨는 “당연히 낙태죄가 폐지돼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이 근처에서 낙태 합법화 시위를 하고 있다. 그래서 우연히 이 집회에 오게 됐다”며 참가 이유를 밝혔다.

그는 “임신과 출산은 당사자에게 부담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해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게 하고 사회에서 이를 강제하는 건 부당하다”며 낙태죄의 위헌을 지지했다. 이어 “우리가 성교육을 받을 때 낙태가 나쁘다고만 배웠던 거 같다. 또한 낙태죄가 여성이 성관계를 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닌 성을 통제하려는 것만 같다”고 덧붙였다.

올해 낙태죄 집회에 처음 참석한다는 우모 씨는 평소에 페미니즘에 관심이 많아 참석했다고 한다. 그는 낙태죄를 폐지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임신중절이라는 행위를 국가나 어떤 시스템이 관리해서는 안 된다. 실제 낙태를 겪는 당사자가 결정할 수 있는 권리가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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