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이 고비, 넘기면 프로의 세계로!

“이거 정말 다 주는 건가요? 그럼 이 카탈로그에 있는 여자들도 주나요?” “거 사장함 바까보소. 그렇게 큰 회사에 전화기가 한 대 밖에 엄따는기 말이 되나. 그런 열악한 환경에서 일한다고 아가씨들 욕보네 참말로…”

장난 전화, 음란 전화에서부터 욕만 해대는 강성 고객까지 홈쇼핑 텔레마케터들의 하루는 쉴새 없이 돌아간다. 24일 찾아 간 CJ홈쇼핑 서울 콜센터. 편한 복장의 20대 여성들이 오가는 모습이나 200여 개의 부스로 가득 찬 콜센터는 마치 여자고등학교를 연상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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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홈쇼핑에 근무하는 황정희씨(30). 강성 고객을 만났을 땐 자존심을 버리라고 충고한다. “처음 홈쇼핑 텔레마케터를 알았을 땐 전화만 받는 데 뭐가 힘들까 생각을 했어요. 막상 화를 내는 고객을 대했을 땐 얼굴만 빨개지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구요.” 목소리가 친절하다는 칭찬을 듣거나 부드럽게 응대해주는 고객을 만났을 땐 하루종일 힘이 난다.

평균 초임 100~120만원

2000년 11월 문을 연 현대홈쇼핑 콜센터의 은강선(31) 대리는 “고객 상담직은 심리적인 측면이 강하고 대화로써 풀어가는 직업이기 때문에 고객의 불만을 듣거나 처리하는 데 섬세한 여성들이 적합하다”며 “상담직이 적성에 맞는 여성들이 텔레마케터 직종에 많이 진출할 것”으로 내다본다. LG홈쇼핑의 조수정(36)씨는 “홈쇼핑 고객의 60% 이상이 여성인 만큼 공감대 형성이 잘 되고 고객과 대화하는 데 주부로서의 연륜이 반영된다”고 덧붙인다. 전업 주부였다 2년 전부터 텔레마케터로 일하고 있는 조씨는 “애들이 크면서 일하고 싶다는 마음이 강했지만 경력이나 직장 경험이 없는 상태여서 처음엔 자신이 없었다”며 “고객과 대화하는 정도는 할 수 있겠다”는 마음으로 텔레마케팅 일에 뛰어들었다.

유망 직종으로 떠오르면서 결혼을 하지 않고 일에 몰두하는 텔레마케터들도 늘어나고 있다. CJ홈쇼핑의 김현애 팀장(37)을 제외한 CJ홈쇼핑 서울 콜센터의 최고 연장자는 36살. LG홈쇼핑과 현대홈쇼핑에도 30대 후반의 텔레마케터들이 일하고 있다. 홈쇼핑의 텔레마케터들은 2, 30대가 60%를 차지하지만 나머지 여성들은 모두 30대 이상이다. 시간대가 고정적이고 연령에 대한 구애를 크게 받지 않기 때문에 기혼여성들이 도전해 볼 만하다는 점은 홈쇼핑 업체의 텔레마케터 관리자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 학력차별과 성차별이 없다는 점도 텔레마케터가 부각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이다. 평균 입사 3, 4년 뒤에는 15명 가량의 조원들을 관리하는 슈퍼바이저를 거쳐 매니저, 팀장으로 승급이 가능하다. 일반 기업으로 봤을 때 슈퍼바이저는 대리급, 매니저와 팀장은 부장급에 해당한다.

홈쇼핑의 텔레마케터가 하루에 받는 전화 통화수는 평균 120에서 130콜. 호황기에는 200콜까지 받는다. 급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인바운드(콜센터에서 문의에 답변하는 업무를 담당)의 평균 초임은 100∼120만원 정도. “처리량을 간과하진 않지만 고객에 대한 친절도나 업무 소화능력, 정확도 등을 중시한다”며 “업무에 비해 상대적으로 급여가 적다고 느끼는 텔레마케터들도 있다”고 은강선 대리는 말한다.

소속감 없는 파견직이 문제

수요가 많지만 이직율이 높기로도 유명한 텔레마케터. 포시엠 텔레마케팅 연구소 송현수(54) 소장은 “이직율이 높지만 직업을 바꾸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보다 좋은 조건으로 옮길 경우 이직률이 높다는 것은 장점이라면 장점일 수 있고 계약이 끝나고 채용이 안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단점이라면 단점일 수도 있다”고 전한다. 김현애 팀장은 “입사 초기 1년 미만은 이직을 많이 하지만 3, 4년 경력은 이직하는 경우가 드물다”며 “단조로운 업무의 특성상 지치는 경우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직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일이 힘들기 때문”이라며 “무작정 뛰어들기보다 나를 버리고 일을 할 수 있을지 따져봐야 한다.” 황정희씨의 지적이다. 모 홈쇼핑 업체의 한 텔레마케터는 “파견직, 계약직이 많은 텔레마케터들은 회사에 대한 소속감이 적을 수밖에 없다”고 이직률이 높은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텔레마케터는 60%가 현재 파견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특히 파견업체 텔레마케터의 경우 노조가 없어 근로조건 개선이나 상시 고용을 요구하기가 어렵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한다.

모 업체의 텔레마케터 김희정(가명·27)씨는 회사에서 텔레마케터들을 포용해 주는 부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램을 전한다. “나이가 있는 여성들은 고객한테 모욕을 당하거나 부당한 일이 생겨도 ‘내가 딴 데 가서 일을 할 수 있을까’하는 마음으로 항의를 안 하고 빨리 포기하는 편”이라며 “고객의 실수인데 상담원한테 잘못이 돌아올 땐 솔직히 힘이 든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활동하고 있는 텔레마케터는 50만 명. 이 가운데 95%가 여성이다. 한국산업인력공단 중앙정보고용원이 지난 10일 발간한 <한국직업전망 2003>에 따르면 텔레마케터는 향후 5년 간 고용이 증대될 직종으로 떠올랐다. 2003년 시장규모도 약 16조원대로 급성장할 전망이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텔레마케팅을 도입함으로써 종전의 판촉사원 방식보다 판매비용을 최소 50%에서 90%까지 절감할 수 있고, 고객과의 1:1 대화를 통해 직접 고객의 반응과 불만 등을 파악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 작년 12월 텔레마케팅 관리사 제도가 도입되었다. 1, 2차로 나뉘어 매년 6천∼1만 명을 선발하며 올해 8월 10일에 2차 시험이 실시된다. 문의는 한국산업인력공단 02) 3271-9114

임인숙 기자isim123@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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