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정부 성평등 부서, 만들기만 하면 된다?
[단독] 정부 성평등 부서, 만들기만 하면 된다?
  • 진주원 기자
  • 승인 2019.03.29 21:21
  • 수정 2019-03-30 0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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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위원회 대신 부처별 신설
내부 공무원 채용 분위기에 우려
경찰청 검찰청 업무 평가 ‘대조적’
“내부 공무원은 전문성·지속성 없어”
(참고사진) 유은혜(왼쪽)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도종환(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진선미 여성가족부장관이 1월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성)폭력 등 체육계 비리 근절대책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기자
(참고사진) 유은혜(왼쪽)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도종환(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장관, 진선미 여성가족부장관이 1월 2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성)폭력 등 체육계 비리 근절대책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기자

 

정부 주요 부처에 성평등 전담 부서 신설이 추진되고 있으나 성평등 정책 전문인력이 아닌 내부 공무원들로 배치될 가능성이 높아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회와 정부의 여러 관계자들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 문화체육관광부, 교육부, 고용노동부, 법무부, 보건복지부에 양성평등담당관실이 신설될 예정이다. 국방부는 기존 조직 내에 국방여성정책과가 있어 인력을 증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경찰청과 대검찰청은 지난해 부서를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성평등 전담 부서 등 정부의 성평등정책 추진체계는 사회와 정책 각 영역별 성차별적 구조와 문화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기회다. 김대중 정부 당시 6개 부처 기획관리실에 여성정책담당관을 설치·운영했으나 이명박 정부에서 폐지됐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 설치를 내걸었으나, 각 부처에 성평등추진체계를 마련하는 것으로 축소됐다. 전담 부서와 함께 외부 민간위원들이 참여하는 ‘성평등위원회’ 설립도 중요한 기구로 꼽힌다.

성평등 전담 부서의 성패는 담당 인력이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각 부처의 독립성을 존중해 사실상 컨트롤타워가 없기 때문이다. 현재 운영되고 있는 경찰청과 대검찰청을 비교하면 차이가 드러난다고 여성 정책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경찰청은 지난해 초 성평등 정책과 민관 거버넌스 체계를 동시에 출범했다. 3월 말 ‘성평등정책담당관실’을 신설하고 과장급과 사무관급 성평등 정책 전문가를 임기제 공무원으로 공개 모집해 운영을 시작했다. 4월에는 민간위원들을 주축으로 한 성평등위원회(위원장 정진성 서울대 교수)를 신설해 경찰 조직 내 성평등 실현과 성인지적 업무 수행(성주류화)을 위한 제도 마련 등 자문하고 있다. 또 경찰청 성평등정책 기본계획을 수립하고, 정책 추진체계를 확립했다. 경찰 법령·정책·홍보물 등 치안정책의 성차별적 요소를 점검·개선하고 경찰 성평등 교육을 체계화해나가면서 여성 정책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대검찰청도 비슷한 시기인 지난해 5월 29일 ‘양성평등담당관실’을 설치했다. 양성평등담당관에 고검 검사급 검사가 임명됐고 전담수사관 2명과 실무관 1명이 배치됐다. 기본계획으로 검찰 내 성 비위·성차별 사건 업무 수행, 검찰 조직문화·복무 등과 관련된 양성평등 정책수립 및 제도개선 방안 마련, 수사과정에서의 성차별 문제 점검 및 양성평등 실현을 제시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이렇다 할 업무 실적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 설립된 양성평등심의위원회는 성희롱 등 고충사건 처리를 심의하는 역할을 맡고 있어 성평등정책 관련 기구라 볼 수 없다.

신설을 준비 중인 각 부처들도 공무원이 아닌 외부 전문가 채용을 꺼리는 분위기다. 정책 추진 방향이나 내부 업무 프로세스를 파악하지 못할 경우 업무 성과를 기대하기가 더 어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렇기 때문에 신설되는 부서의 관리자급은 내부 공무원으로, 주무관급인 실무 직원은 외부 전문가를 채용해 절충점을 찾는 방법 등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기존의 조직 내부 인력으로 성평등 정책과 성희롱·성폭력 근절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업무 특성상 내부 조직의 감시자와 관리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내부 인력이 맡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또 공무원의 담당 업무가 1년 또는 6개월 만에 바뀌는 경우도 적지 않아 업무 전문성에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문제다. 또 공무원이 부서의 책임자를 맡고 외부 전문가가 하급직으로 채용될 경우도 실효성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한 지자체의 일반 임기제로 임용된 한 고위직 공무원은 “공무원 조직에서 하급 직원이 업무를 추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가뜩이나 부처의 핵심 조직이 아닌데다 정책 수립도 어렵지만 감시 업무까지 제대로 될 리가 없다”는 것이다.

미투 국면에서 성평등 전담 부서가 어렵게 출범하게 됐지만, 만약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유명무실해지면 폐지 논의가 불거질 수밖에 없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성평등전담부서가 안착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외부 전문인력을 전담 채용해 성주류화 정책을 전문적으로 점검 및 실현하고, 성차별적 구조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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