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권 행사로 물러난 첫 대표이사
대한항공 “회장직 유지돼 경영권 박탈 아냐”

6일 열린 임원세미나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한진그룹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한진그룹

조양호(70) 한진그룹 회장이 주주권 행사에 따라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대한항공은 이에 대해 “회장직은 유지되기 때문에 이는 사내이사직 상실이며, 경영권 박탈은 아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27일 오전 서울 공항동 대한항공 빌딩에서 ‘제57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을 안건으로 올렸다.

이날 주총에는 위임장 제출 등을 포함해 5789명이 출석했다. 그 주식수는 7004만946주로, 의결권 있는 주식총수(9484만4611주)의 73.84%에 해당한다.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은 찬성 64.1%, 반대 35.9%로 부결됐다. 대한항공 정관에 따르면 사내이사 선임은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이에 따라 66.6% 이상 동의를 받아야 했지만 이날 2.5% 남짓한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지 못해 부결된 것이다.

조 회장은 지난 1999년 4월 아버지 고 조중훈 회장에 이어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올랐지만, 20년 만에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게 됐다. 특히 조 회장은 주주권 행사로 물러난 첫 대표이사로 기록됐다.

조 회장의 대표이사직 박탈에는 대한항공 2대 주주인 국민연금, 외국인 투자자와 소액주주들의 반대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는 전날 회의에서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 침해의 이력이 있다고 판단해 조 회장 연임에 대한 반대 결정을 했다”고 밝혔다.

또 국민연금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ISS, 국내 의결권 자문사인 서스틴베스트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등은 사내이사 재선임안에 반대 투표를 권고하기도 했다. 또한 해외 공적 연기금인 플로리다연금(SBAF), 캐나다연금(CPPIB), BCI(브리티시컬럼비아투자공사) 등도 연임에 반대 의사를 표명해왔다.

이와 함께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조 회장 연임 반대를 위한 의결권 위임 운동을 벌여온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한항공의 최대 주주가 한진칼이고, 조 회장은 한진칼의 최대주주인 만큼 회사 경영에는 계속 참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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