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이유명호 대한여한의사회 부회장

몸을 살리는 다이어트 자습서 〈살에게 말을 걸어봐〉저자. www.yakchobat.com 02-719-4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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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3년 동안 치료받는 자궁근종 환자가 있다. 아마 한국여성이라면 벌써 빈궁마마가 됐을 텐데 일본여성이라서 자궁을 오래 간직하고 살아갈 수 있는 경우다. 비행기를 타고 아버지와 함께 초음파 사진을 들고 찾아온 환자는 32세의 미혼여성이었다. 복진(한방진단에 있어 사진법(四診法) 중의 하나로 복부의 촉진을 이르는 말)을 해보니 아랫배가 엄청 불룩해서 장을 옆으로 밀어내고 방광도 압박하는 등 통증도 있었을 텐데 어찌 참고 살았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체격은 통통하며 상냥하고 싹싹하게 대답도 잘했다.

자궁적출수술, 후유증 심각

내게까지 찾아온 경위를 물으니 일본의 담당의사가 아직 미혼이라 수술하면 아기를 가질 수 없으니 한국에 가서 한약으로 치료를 해보라고 권해서 왔단다. 물론 나는 대학 때 일본말을 배울까 하다가 치사한(?) 생각이 들어서 일부러 배우지 않은 어리석은 사람인데다가 그 의사랑 아는 사이도 아니다. 봉투 속에 혈액검사 결과와 초음파 사진에 표시까지 해서 보낸 일본의사의 세심함에 감동을 하며 치료경과를 지켜보면서 앞으로도 계속 정기적인 검사와 초음파검사는 그쪽에서 하기로 했다. 앞쪽 혹의 크기는 무려 13-16센티, 부피는 1리터짜리 우유팩 만하고 자궁뒤쪽으로도 작은 것이 두 개 더 있다고 한다.

본인은 혹의 압박 때문에 생긴 아랫배의 통증과 변비, 소변빈삭(소변이 빈번히 나오는 증상), 심한 월경통만이라도 호전돼서 일상생활이 좀 편해졌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다행히도 3개월만에 그 소망은 다 이루었고 4개월이 지나자 혹의 부피는 절반으로 줄었고, 8개월이 되자 300밀리 정도로 줄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일본의사도 흥미롭게 결과를 지켜보면서 좋아하고 있다고 전해들었다. 물론 일본 돈이 가치가 있어서 비행기를 타고 하루면 왔다갈 형편이 되고 치료비도 싼 덕도 있지만 그녀가 자궁을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담당의사의 격려와 조언 덕분이었다. 환자의 입장에서 수술 외의 방법을 권유하고 한의학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주선한 얼굴도 모르는 의사한테 존경심을 표한다.

만일 32세밖에 안된 그녀가 한국 여성이었다면 과연 그만한 크기의 혹이 달린 자궁을 지키며 살 수 있었을 지는 장담을 못하겠다. 악성 암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뱃속에 혹이라면 반드시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보고 자궁과 난소를 희생시키고 수술 후에 올 인공적인 조기폐경은 호르몬을 먹이면 된다고 편의적으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자궁적출수술을 하게되면 아기를 가질 수 없는 것은 물론이고 안면홍조, 골다공증, 안구건조, 질건조, 성욕감퇴, 우울, 불안감 등 후유증은 생각보다 깊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내색을 하기 보다 다 자기 탓으로 돌리고 죄책감을 내면화하며 자궁상실에 대한 수치감과 함께 상처로 깊이 남는다.

자궁 돌보는 방법 몇 가지

일본환자는 아래 지시사항과 정반대로 살아왔다. 초콜릿, 아이스크림, 초코우유, 치즈를 좋아하고 육식을 즐기는 젊은 세대였다. 속옷은 손바닥만한 팬티에 스타킹조차 신지 않은 맨살표 다리에 치마를 즐겨 입었고 운동은 수영을 했다. 지금은 아래 방법으로 바꾸고 모범생처럼 실천하고 있다.

편하게 누워 명상음악을 들으며 자궁 마사지를 해준다.

손바닥만한 팬티대신 면 속바지를 입고 위에 찜질 팩을 해준다.(3일에 한번정도)

안쪽 발목 위 5센티의 삼음교혈과 새끼발가락에 장수뜸을 3개씩 해준다.

체중이 늘어나면 혹도 자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설탕, 초콜릿, 음료수, 튀김을 줄인다.

지방을 늘려 근수를 나가게 하고 임신을 시키기 위해 성장호르몬과 여성호르몬을 먹인 소에서 나온 고기, 닭고기, 우유와 유제품은 근종 낭종 섬유종 등 모든 혹을 자라게 할 수 있기 때문에 줄인다. 수입고기 대신 유기농 고기를 먹게 한다.

야채를 기름에 볶거나 냉하게 날로 먹는 대신 데치거나 삶아서 많이 먹도록 했다.

한약은 1일 2회. 차보다 약간 진한 농도로 150CC 마시며 기호품으로 메밀차, 생강차를 권유했다. 과일은 하루 한두 개정도 제철과일로 먹도록 했다.

물론 혹은 아직도 있으며 나도 더 줄일 수 있을지는 확신 할 수 없다. 그러나 환자는 불편없이 즐겁게 희망차게 잘 살고 있고 그녀의 부모님과 일본의 의사도 만족하니 더 바랄게 없다. 환사부(患師父)일체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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