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W Report④] 제63차 유엔 여성지위위원회(CSW)가 지난 3월 11일부터 22일까지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렸다. CSW는 매년 세계 각국 대표와 여성단체 활동가, 전문가 등이 모여 성평등과 여성이슈를 논의하는 가장 큰 규모의 국제회의로 '유엔 여성 총회'라 불린다. 올해 참가자들의 참관기를 릴레이 연재한다.

비공식 NGO 아침 브리핑에서 만난 Global Fund for Widows 활동가들과 함께. ©오경진
비공식 NGO 브리핑에서 만난 Global Fund for Widows 활동가들과 함께. ©오경진

필자는 3월 14일 열린 NGO CSW FORUM 아시아·태평양 코커스 그룹 미팅(NGO CSW FORUM Asia-Pacific Caucus Group Meeting)에도 참여했다. 이 회의에서는 주로 베이징 25주년을 앞두고 각 국가 및 대륙별 이행 점검 절차 준비 및 정부에 대한 에드보커시 활동 전략과 관련하여, 다양한 여성운동 그룹들의 사례와 경험 공유, 논의가 이루어졌다. 특히, 북경행동강령이 도입되었던 1990년대로부터 20여년이 지난 현재, 여성운동을 둘러싼 국제 환경의 변화에 관한 심도 깊은 분석과 성찰이 있었다.

우리 앞에 펼쳐진 도전 과제들은 페미니스트 운동 진영의 노령화 추세와 세대 재생산의 어려움, 시민사회 활동을 위한 재정 자원의 부족, 여성혐오 현상과 여성운동에 관한 백래시, 보수 우파 정부의 부상과 여성 인권에 관한 탄압 등이다. 이에 맞서 글로벌 페미니스트 연대를 실현해나가기 위해서는 세대와 운동 영역의 교차와 연결, 글로벌 정치·경제 동학의 분석, 풀뿌리를 지향하고 모두를 포괄할 수 있는 운동 전략의 마련 등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한다.

 

비공식 NGO 아침 브리핑 광경. ©오경진
비공식 NGO 아침 브리핑 광경. ©오경진

CSW 회의가 열리는 2주간 매일 오전 8시 30분부터 45분간 유엔 빌딩 컨퍼런스 4번 룸에서 이루어지는 비공식 NGO 아침 브리핑(Informal NGO morning briefing)이다. CSW 공식 회의에서 진행 중인 핵심 논의 지점과 주요 회의 일정에 관한 공유, 나아가 유엔에서의 NGO 에드보커시 활동 및 글로벌 성평등 의제 전반에 관한 논의 등 알찬 정보들이 교류되는 장이기에, 꼭 참여하여 작은 정보도 놓치지 않고자 노력하였다. 이곳에서 비중 있게 다루어진 주제는 2020년 64차 CSW 회의의 핵심 주제이기도 한, 베이징 25주년 이행 평가를 위한 각 국가, 대륙, 국제적 논의 절차에 관한 정보 교류와 이를 위한 NGO의 활동 전략이었다.

또한 세계 각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여성 인권 옹호자들에 대한 백래시와 정부의 탄압, 그리고 NGO 활동 공간 자체가 전반적으로 축소되는 흐름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다. 브리핑에 참석한 각국의 여성 활동가들은 CSW 회의 등 유엔 회의에 참여하고자 하는 개발도상국 활동가들의 미국 비자가 거절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음에 우려를 표하며, 이에 대한 해결을 요하는 탄원서를 미국 의회에 제출하기 위해 참석자들에게 연서명을 받기도 했다.

베이징 25주년 이행 평가 및 앞으로의 운동 전략 마련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하는 의제 중 하나는 젊은 여성 활동가들의 참여라고 한다. 지금 한국에서는 미투 운동, 불법 촬영, 노동 시장 내 성차별, 학교 내 성폭력 근절 운동 등의 다양한 영역에서 젊은 여성 활동가들이 힘겹게 현장에서 싸우고 있다. 열악한 자원과 거센 백래시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묵묵히 활동하는 이들의 목소리와 에너지, 연대의 힘은 겹겹이 쌓여 공고한 성차별과 성폭력의 문화에 조금씩 균열을 가하고 변화를 추동해내고 있다.

이들과 세계 각국의 활동가들이 함께 머리를 맞대어 페미니스트 운동 전략을 구상하며, 글로벌 여성 인권 규범과 정책의 변혁적인(transformative) 언어들을 추동해 나가는 날이 오리라 생각한다. 각국에서 성평등 사회로의 변화를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여성운동단체 및 활동가들의 연대와 힘이 모여 글로벌 정책 논의 현장에서의 규범과 법, 정책을 견인해 내고 있다는 것을 CSW 회의 기간 동안 이루어지는 NGO들의 다양한 논의 현장에서 내내 확인할 수 있었다.

오경진 한국여성단체연합 활동가
오경진 한국여성단체연합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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