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의 젠더 폴리틱스] 선거제도 개혁 논의의 치명적 한계
[김형준의 젠더 폴리틱스] 선거제도 개혁 논의의 치명적 한계
  •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 승인 2019.03.31 14:46
  • 수정 2019-03-31 14: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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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대표성 제고 논의는 빠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논쟁
낙선 의원 비례로 구제하는 석패율
도입하면 여성 후보 설 자리 줄 것

 

©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정치권에서 선거제도 개혁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주도하고 있는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은 ‘50%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석패율 제도’ 도입이다. 일반적으로 선거제도는 크게 의석 배분 방식(연동형 대 병립형)과 배분 단위(전국 단위 대 권역별)에 따라 크게 4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연동형은 투표로 총 의석을 결정한 후, 당선인은 지역구 의석을 먼저 배당한 뒤 그 나머지를 비례대표로 채우는 방식이다. 반면, 병립형은 지역구와 비례구 의석 배분을 구분하고, 정당 득표로는 비례 의석만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독일은 ‘권역별 연동형’, 뉴질랜드는 ‘전국단위 연동형’, 우리나라는 ‘전국단위 병립형’, 일본은 ‘권역별 병립형’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여야 4당은 처음에는 독일식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선호했다. 지난 2016년 총선에서 이 제도가 채택되었다면 선거 결과는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정당 득표에서 25.5%를 득표해 총 300석 의석 중 79석만을 얻어야 했지만 실제로는 123석을 얻어 무려 44석을 더 얻었다.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은 33.5%를 득표해 104석을 배당받아야 했지만 122석을 얻어 18석을 더 얻었다. 반면, 국민의당은 26.7%를 득표했지만 38석을 얻는 데 그쳐 무려 45석을 손해를 봤다. 정의당은 정당 득표에서 7.2%를 얻어 23석을 배당받아야 했지만 실제로는 6석 밖에 얻지 못해 17석 더 적게 배당받았다.

분명, 기존 선거제도는 거대 정당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이를 개혁해서 표의 비례성을 높이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독일식 권역별 연동형 제도는 초과의석이 발생해 의원정수가 엄청나게 늘어나는 약점이 있다. 가령 2017년 9월에 실시된 독일 연방하원 선거에서 초과 의석이 무려 111석 발생했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권역별 연동형’을 채택하면 명목상 의원정수를 300명으로 고정해도 최소 50명 이상의 초과의석이 발생하게 된다. 더구나, 지역구에서 강세인 정당은 특정 권역에서 단 한명의 비례대표 의석도 배당받지 못할 수 있다. 가령,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서울 지역구에서 49석 중 35석(63.2%)을 차지했기 때문에 이 지역 비례대표 의석은 단 한 석도 얻지 못하게 된다. 이런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여당은 50%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채택하면서 동시에 나머지 50% 비례 대표 의석은 병립형으로 배분하는 선거제도 개혁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 개혁안은 너무 복잡하고 의석 배분 방식이 지나치게 작위적이다.

여야 4당이 제안한 50%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최근 여론조사(리얼미터 3월18~20일+한국갤럽 3월19~21일)에서 나타난 기존 정당들의 평균 지지도를 기초로 해서 시뮬레이션해보면 흥미로운 결과가 도출된다. 비례대표 의석에서 민주당은 35석, 한국당 16석, 바른 미래당 6석, 정의당 17석, 민평당 1석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비례대표 의석을 6개 권역으로 나누면 민주당, 한국당, 정의당만 2~3명 정도 배분받을 수 있다. 그것도 지역구에서 낙선한 후보가 권역별 비례대표 후보로 중복 입후보 하는 것을 허용하는 석패율 제도가 도입된다면 여성 후보들의 설 자리가 없게 된다.

여하튼 현재 정치권의 선거제도 개혁 논의에는 치명적인 한계가 노출되었다. 여성신문이 지난주 ‘여성 논의 빠진 선거 개편안’(제1533호)을 비판한 데서 보듯 무엇보다 여성의 대표성을 제고하기 위한 논의가 거의 없다. 여야 4당은 지역구 의석을 현행 253석에서 225석으로 줄이고 비례대표 의석을 47석에서 75석으로 늘리는 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조치로는 여성의 지역구 대표성을 높이는 데 한계가 있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50%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기이한 제도보다는 뉴질랜드식 ‘전국단위 연동형 비례제’ 채택을 검토할 만하다. 단 한 석의 초과 의석도 발생하지 않고 여성의 대표성도 강화된다. 지역구를 없애고 권역별 정당명부 비례대표제로만 의원을 뽑는 스웨덴식 선거제도도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럴 경우 남녀동수 선출이 제도적으로 가능해진다. 분명, 선거제도에선 비례성 못지않게 대표성 원칙도 중요하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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